기후변화로 구리공급 차질...“10년내 반도체 생산 32% 타격 입을듯”
PwC, '50년 넷제로 달성해도 반도체 생산량 42% 영향 구리 공급망 내 기후리스크 파악 및 관리 시급
[ESG경제신문=김현경 기자]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으로 구리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2035년엔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32%가 구리 공급 부족을 겪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8일 ‘기후변화가 세계의 핵심적인 기술을 위협하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구리는 전기·건설·정보기술(IT) 등 다양한 산업에서 핵심 원재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분야에서도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동시에 구리는 광물 원석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 등 생산 전반에 걸쳐 막대한 물을 필요로 한다.
특히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 칠레는 극심한 가뭄으로 이미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해수 담수화 시설을 추가로 건설하고 주요 광산 기업들도 물 사용을 줄이기 위한 기술 투자에 나서는 등의 대응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생산량 8% 구리 공급 부족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물 부족으로 인해 구리 생산에 차질을 겪고 있는 국가는 칠레가 유일하지만, 2035년에는 콩고민주공화국, 중국, 호주 등 17개국으로 그 위험이 확산될 전망이다. 따라서 구리 공급 차질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반도체 생산 비중도 현재 전 세계 생산량의 7%에서 2035년에는 32%까지 증가하게 된다.
이어 2050년까지 전 세계가 빠르게 온실가스를 감축해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도 이하로 억제할 경우(저배출 시나리오, SSP1-2.6)조차 반도체 생산량의 42%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감축 노력 없이 기후변화가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고배출 시나리오, SSP5-8.5) 이 비율은 58%까지 급증할 전망이다.
그래프: 구리 부족으로 인한 전 세계 반도체 생산 차질 비중 추이
특히 한국은 현재 반도체 생산량의 8%가 구리 공급 부족으로 인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 비율은 2035년에는 34%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2050년에는 저배출 시나리오에서 47%,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6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미국으로, 2050년 고배출 시나리오 기준 반도체 생산량의 대다수인 91%가 구리 공급 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칠레처럼 구리 생산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더 많은 생산국들이 취할 가능성이 높다며, 채굴 효율 개선과 수자원 재사용이 핵심 대응책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생산 기업엔 기술 혁신을 통해 대체 소재를 개발하거나 구리 사용량을 줄이는 한편,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폐구리 재활용을 확대하는 등의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구리 공급망이 직면한 기후 리스크는 모든 기업이 직면한 다양한 기후 리스크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모든 산업의 경영진은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자사가 직면한 기후 위험의 전체 범위를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