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B, 9개 산업 SASB 공시기준 개정안 공개
11월 말까지 의견수렴...41개 산업 일부 공시 지표도 개정 SASB 공시 국내 기업 증가세, 산업 분류 기준 달라 혼선도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ead)의 산업별 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G 공시기준)의 개정안 초안을 공개하고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ISSB는 오는 11월30일까지 9개 산업에 적용되는 공시기준 개정안 초안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한 후 내년에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ISSB가 속한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은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기업이 산업별 공시에 SASB 기준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으나, 이 기준의 일부 내용이 미국 법에 기반을 두고 있어 국제적인 정합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ISSB는 지난 2023년 한 차례 SASB 기준을 개정한 데 이어 추가적인 개정 작업에 나서 이번에 초안을 공개했다.
ISSB가 이번에 제시한 개정안은 추출 및 광물처리 부문에서 속하는 8개 산업에 가공식품을 더한 9개 산업에 대한 공시기준 개정을 담고 있다. 해당 산업은 ▲석탄 사업 ▲건축 자재 ▲철강 제조 ▲ 금속 및 채광 ▲ 석유 및 가스 탐사 및 생산 ▲석유 및 가스 중류 ▲석유 및 가스 정제 및 마케팅 ▲석유 및 가스 서비스 ▲가공식품이다.
개정안은 또한 41개 산업의 공시 항목 중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관리 ▲물 관리 ▲직원 건강 및 안전 등의 공시 지표의 수정을 포함하고 있다.
ISSB는 예를 들면 S2의 산업기반 공시 가이던스의 요구 사항과 중복되지만 동일하지 않은 SASB 공시 항목은 삭제되고 S2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항목으로 대체되는 방식으로 개정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KPMG의 7일자 보고서에 따르면 9개 산업에 대한 공시기준 개정은 해당 산업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하고 공시 요구 항목을 ISSB S2의 산업 기반 공시 가이던스와 일치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41개 산업의 공시 지표 개정은 지표의 일관성과 비교가능성을 높이면서 간소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SASB 기준과 ISSB S1이나 S2, GRI 기준 등과의 상호운영성을 높이기 위한 개정이라는 설명이다.
S2의 산업 기반 공시 가이던스는 SASB 기준의 77개 산업보다 적은 68개 산업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68개 산업은 SASB 기준과 동일한 산업명을 갖는다.
ISSB는 “SASB 기준과 S2 산업별 공시 가이던스에서 같은 지표의 복수 버전이 존재하는 것은 지속가능성 공시를 단순화한다는 ISSB의 목적과 배치되고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SASB 기준 개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ISSB는 또한 이런 공시 지표의 불일치는 공시 기업의 비용 증가는 물론 공시의 비교 가능성을 떨어뜨려 공시 이용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ASB 기준은 국가와 지역에 상관없이 산업별로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가장 큰 지속가능성 이슈를 식별하도록 설계된 투자자 중심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이다. 지속가능성 산업 분류체계(Sustainable Industry Classification System, SICS)에 따라 11개 부문 77개 산업별로 공시할 정보를 정해 놓고 있다.
[표] SASB 기준 산업 분류체계

자료=회계기준원
SASB 기준은 중대한 지속가능성 공시 주제로 ▶환경 ▶사회적 자본 ▶인적 자본 ▶사업모델 및 혁신 ▶리더쉽 및 지배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각각의 공시 주제는 다음과 같은 세부적인 공시 주제를 포함하고 있고 각 공시 주제마다 공시해야 하는 지표가 제시되고 있다. 주제별로 평균 6개의 세부 주제와 13개의 공시 지표가 있다.
환경 – GHG 프로토콜 온실가스 배출량, 대기 질, 에너지 관리, 물 및 오수 관리, 폐기물 및 유해물질 관리, 생태학적 영향
사회적 자본 – 인권 및 지역사회와의 관계, 소비자 프라이버시, 데이터 보안, 접근성 및 합리적인 가격, 품질 및 안전, 소비자 후생, 판매 관행 및 제품 레이블링(lableing)
인적자본 – 노무 관행, 직원 건강 및 안전, 직원 참여와 다양성 및 포용성
사업모델 및 혁신 – 제품 디자인 및 생애주기 관리, 사업모델의 탄력성, 원자재 구매와 효율성, 기후변화의 물리적 영향
리더쉽 및 지배구조 – 경영 윤리, 경쟁적 행동, 법률 및 규제환경 관리, 중대 사고 위험 관리,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SASB 기준에 따른 산업별 공시 중요
지속가능성공시기준의 글로벌 기준선을 제시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일반 공시기준인 S1과 기후공시인 S2 공시에서 SASB 기준 활용을 권고하고 있다.
ISSB는 현재 ISSB 기준이 기후공시 외에 자연자본이나 인적자원 등 다양한 공시 주제를 갖추지 못해 이를 보완해 공시 주제를 확장하는 용도로 S1 공시에서 SASB 기준을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기후 문제를 넘어 다양한 지속가능성 위험과 기회를 식별해 공시하는데 SASB를 활용하라는 권고다. ISSB는 이런 용도로 CDSB(기후정보공개표준위원회) 프레임워크의 물이나 생물다양성 관련 공시기준, EU의 ESRS 기준 등도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ISSB는 S2 공시에서 산업별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S2 기준이 산업 공통 공시 항목과 지표만 제시하고 있어 SASB 기준을 예시지침으로 부록에 첨부하고 산업별 공시에 활용하는 것을 반드시 고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고려라고 하지만 사실상 다른 대안이 없어 SASB 기준을 통한 산업별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만들고 있는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제시한 국내 공시기준(KSSB 기준) 초안은 진짜SASB 기준에 따른 공시를 기업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백태영 ISSB 위원은 지난 3월 ESG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는 SASB 기준이 ISSB 기준에 흡수돼 이 기준에 따른 산업별 공시가 의무가 되고 이렇게 되면 (한국의 ESG공시 기준인) KSSB 기준에서도 의무화된다고 보면 (SASB 기준에 따른 산업별 공시를) 피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국내 기업들이 SASB 기준에 기반한 산업별 공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ASB 기준 공시 국내 기업 증가...산업 분류 기준 달라 공시에 애로
최근 산업별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에 따라 공시에 나서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다. 전홍민 성신여자대학교 교수와 정광화 강원대학교 교수는 지난 5월 21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주최한 제 18회 지속가능성인증포럼에서 발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작성하는 국내 기업 중 64%가 SASB 기준이 제시하는 산업별 지속가능성 활동지표를 공개하고 있다. 2022년의 60%보다 4.0%p 늘었다.
기업들이 SASB 기준이 제시하는 활동지표가 재무적 성과와 지속가능성 성과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라는 점을 인식하고 공시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데이터 구축이 종전보다 용이해진 것도 공시 증가 요인이다.
하지만 국내 산업분류체계와 SASB기준의 산업분류체계의 차이로 일부 산업에 속한 기업은 SASB 기준을 사용해 지속가능성 공시에 나서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따라서 기업이 자체적으로 SASB 산업분류체계에서 어떤 산업에 속하는지 분류하는 노력과 함께 학계나 규제 당국도 분류 방법론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또한 SASB 기준 사용을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에도 이 문제 해결을 적극적으로 요청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SASB 기준이 사용하는 SICS 산업 분류 체계는 생산 제품 단위가 아닌 지속가능성 리스크에 따라 산업을 분류한다.
환경과 사회적 자본, 인적 자본, 사업 모형 및 혁신, 리더십 및 지배구조의 5가지 측면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 관련 기회와 위험을 추가로 고려하고 기업이 직면한 리스크의 중요성도 산업 분류에 활용된다.
따라서 SASB 기준 공시는 생산된 제품이나 제공된 서비스의 특성을 기준으로 투자자가 산업별 지속가능성 관련 기회와 위험을 분석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반면에 국내 산업분류체계는 한국표준산업분류(KSIC)는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과 제공하는 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해 대분류와 중분류, 소분류, 세분류, 세세분류의 5단계로 산업을 분류하고 있다.
보고서는 SICS는 최종재나 주요 중간재를 생산하는 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그 외 중간재를 생산하는 산업의 경우 SASB 기준을 사용한 공시에 애로를 느낄 수 있다며 “향후 ESG공시 의무 확대 시 중간재 생산 기업의 산업 분류에 따른 어려움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고 “정책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 산업군의 (산업별 공시) 누락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SASB 기준으로 공시하는 국내 기업들은 SASB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SICS 체계에서 자사가 속한 산업을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KSCI 분류체계의 ‘세세분류’ 산업 단위 기준으로 약 10%의 산업이 SASB 기준의 산업분류체계와 일치하지 않는다.
보고서는 따라서 먼저 공시 기업의 자체적인 SASB 산업 분류에 대한 분석과 적용 노력이 필요하고 학계 등도 분류 방법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고서는 국내 기업의 SASB 공시는 기업별로 편차가 심해 공시정보의 유용성에 한계가 있다며 “공시 유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활동지표의 공시 비율 개선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표] SICS와 KSIC의 차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