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ESG 채권 시장, 외국 기업 비중 90% 육박

올해 ESG 채권 매출 89% 외국 기업이 차지...지난해 76%서 또 늘어 미국 기업, ESG 채권 발행...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미국 기업들 정치적 압박으로 '그린허싱' 많아져"...ESG 라벨 안붙여

2025-07-11     김연지 기자
녹색채권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올해 미국의 ESG 채권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외국 기업으로 북적거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정치적 압박과 ESG 채권의 낮은 수익율로 인해 투자를 망설이는 사이 유럽 지역을 포함한 외국 기업들이 채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블룸버그NEF가 지난달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달러 기준 녹색 채권, 사회적 채권, 지속가능성 및 지속가능성 연동 기업 채권 매출의 89%를 외국 기업이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에 외국 기업들이 차지한 비중인 76%에서 증가한 수치이며, 2020년에는 이 수치가 30%에 불과했다 .

특히 토요타 자동차(Toyota Motor Corp), 도이치은행(Deutsche Bank), 중국공상은행(ICBC) 등 해외 기업들은 지속가능성을 표방하는 채권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출했지만, 과거 ESG 채권을 발행했던 많은 미국 은행과 유틸리티 기업들의 채권 발행율은 현저히 떨어졌다. 

S&P 글로벌에서 지속가능채권을 연구하는 브라이언 포풀라는 "미국의 일부 기업은 지속가능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미국 내 정치적 압력으로 인한 ‘그린허싱’이 꽤 많았다"면서  ESG투자를 진행하더라도 "라벨을 붙이지 않는" 행보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그린허싱은 기업들이 기후변화 대응이나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대외적으로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거나 오히려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을 말한다. 친환경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했다고 주장하는 '그린워싱'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변화가 ESG 전략 측면에서 미국 기업과 세계 다른 나라 기업 간의 격차가 커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하의 미국 기업들은 상반기에 53억 6000만 달러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144억 달러에서 크게 감소한 수치다.

블룸버그NEF 데이터에 따르면, 유럽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자국 시장에서 910억 유로(1070억 달러)의 ESG채권을 발행했는데, 이는 작년 1030억 유로(1200억 달러)에 비해 소폭 감소한 수치다. 그럼에도 미국보다 20배 이상 많은 채권 발행액을 기록했으며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미국과 유럽 간의 기존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