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 영국은행 최초 NZBA 탈퇴..."탈탄소 장기 목표는 불변"

“2050년 넷제로 달성 및 고객사 탈탄소 전환 지원 의지 여전” 트럼프 재집권후 미국 은행 이어 글로벌은행 잇따른 탈퇴 흐름

2025-07-14     김현경 기자
영국 런던에 있는 HSBC 사옥. 로이터=연합뉴스

[ESG경제신문=김현경 기자] 유럽 최대 규모 은행인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HSBC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은행 연합체인 '넷제로은행연합(NZBA)'을 탈퇴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을 전후로 미국의 대형 은행을 시작으로 한 글로벌 은행의 기후 대응 연합체 탈퇴가 잇따른 가운데 이같은 흐름이 영국 금융권에도 이어질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HSBC는 지난 11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가 올해 하반기 넷제로 전환 계획을 업데이트하고 이행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다른 글로벌 동료들과 더불어 NZBA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모든 산업군의 고객이 각자의 탈탄소 전환 계획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면서 NZBA의 상위 기후 대응 금융 동맹인 글래스고금융연합(GFANZ)과는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은행의 2050년 넷제로 달성이라는 “장기적 목표와 고객들의 전환 목표 달성을 위한 금융 지원에 대한 의지를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면서 고객의 탈탄소 전환을 지원하는 것이 기업의 비즈니스와 주주, 글로벌 경제 모두에 이익이 된다고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은행 중 최초 탈퇴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HSBC는 NZBA를 탈퇴한 최초의 영국 은행으로, 지난 2021년 NZBA 출범 당시 가입한 창립 멤버다. 블룸버그뉴스는 HSBC의 탈퇴가 유럽, 특히 영국의 대형 은행의 NZBA 탈퇴로도 이어질지 여부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NZBA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영국의 주요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와 로이드, 내셔널웨스트민스터(NatWest), 바클레이즈 등이 아직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NZBA 전체 회원사는 총 127곳으로 이들의 총 운용 자산은 44조 달러(약 6경 777조원)다.

영국의 투자자 연합이자 비영리단체 셰어액션(ShareAction)의 기업협력 부문 공동 책임자 잔 마틴은 “은행이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또하나의 우려스러운 신호를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뉴스에 밝혔다.

HSBC는 지난 2020년에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선언하며 작년 1월 탈탄소 전환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이후 지난 2월 자사 운영 등 일부 부문에 대한 2030년 넷제로 달성을 2050년으로 연기했고, 전력 발전 등 고배출 부문의 탈탄소 전환을 위해 수립한 2030년 금융배출량 감축 목표도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HSBC가 기후 대응에 있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자 영국퇴직연금(Nest Corporation) 등 주요 기관투자자 30여 곳은 지난 5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기후 목표 달성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그의 이행을 촉구하겠다고 나선 바 있다.

HSBC의 탈퇴는 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반 ESG공세와 글로벌 금융 기관의 잇따른 기후위기 대응 연합체 탈퇴, 이로 인한 금융 부문의 기후 행동 축소 우려가 커지는 와중에 이루어졌다.

기후변화에 대해 부정적인 트럼프 2기 정부 집권과 함께 지난해 연말부터 웰스파고, 씨티그룹,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등 월스트리트의 주요 은행이 NZBA 탈퇴를 선언했다. 이같은 확산세는 캐나다와 일본 대형 은행의 NZBA 탈퇴로도 이어졌다.

결국 NZBA는 지난 4월 은행의 대출이나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기후 목표를 완화하면서, 종전에 제시한 지구 평균 기온 상승 1.5도 억제 목표에서 “섭씨 2도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제한하고 1.5도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파리협정의 목표와 일치”시키도록 변경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