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 탄소포집 시대 열리나...실증 사업 활발

포집된 탄소 시멘트나 친환경 연료 생산 등에 사용

2025-07-21     이신형 기자
OCCS 장치가 탑재된 HMM의 컨테이너 운반선. 사진=삼성중공업, 연합뉴스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해운업계에 대한 이산화탄소 감축 요구가 점점 더 강해지는 가운데, 선박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선상에서 직접 포집하는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실증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해운산업은 연간 1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전 세계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4월 중기 온실가스 감축 조치로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을 제한하는 두 가지 기준선을 정하고 이를 초과하면 2027년부터 탄소 배출비용을 부과하기로 했다.

선박이 사용하는 연료의 탄소집약도가 엄격한 기준선인 직접 감축 목표선(direct target)을 초과하면 초과 이산화탄소 배출분 1톤당 100달러가 부과된다. 느슨한 기준인 기본 감축 목표선(Base Target)까지 초과하면 1톤당 380달러가 부과된다. 목표를 초과 달성한 해운사는 감축 실적 인증서를 받아 다른 해운사에 판매하거나 자체 배출 초과분이 발생할 때 이를 상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선박 배출량을 줄이려면 그린 암모니아나 메탄올 같은 친환경 연료 사용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런 연료의 생산과 공급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선상 탄소포집 기술을 해운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선상 탄소포집저장(Onboard Carbon Capture and Storage, OCCS)은 선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액체형태로 저온의 고압 컨테이너에 보관하는 기술이다. 포집된 탄소는 영구 저장하거나 친환경 연료 생산, 시멘트 생산 등에 활용될 수 있다.

ESG 전문매체 트렐리스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탄소포집 스타트업 시바운드(Seabound)는 건축자재 업체 하이델베르크 머티어리얼즈(Heidelberg Materials)와 올 연말 상업화 규모의 실증사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시바운드는 하이델베르크 머티어리얼즈 소유의 5700톤급 선박 UBC 코르크(Cork)호에 화물 운송용 컨테이너 크기의 탄소포집 장치를 설치하기로 했다. 선박의 배기가스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가두는 장치다.

선상 탄소포집에는 석회를 이산화탄소와 반응시켜 석회암 자갈을 생성하는 과정이 포함되며 이렇게 생성된 석회암은 하이델베르크 머티어리얼즈의 시멘트 생산에 사용된다.

하이델베르크 머티어리얼스의 라르스 에릭 마르쿠센 북유럽 물류 사업 매니저는 “석회암 자갈을 바로 시멘트 생산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기존 선박을 빠르고 저비용으로 개조할 수 있어서 선상 탄소 포집 시스템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시범사업에서는 선박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25%를 포집할 계획이지만 시마운드는 이 기술을 사용해 최대 95%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이델베르크 머티어리얼즈는 시범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매년 1척씩 선박에 선상 탄소포집 장치를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바운드의 선상 탄소포집 기술이 널리 보급되려면 탄소 포집에 사용되는 석회를 저탄소 기반으로 생산해야 하는데 여기에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의 비영리 단체 교통환경(Transport & Environment)의 펠릭스 클란 해상운송 정책 담당자는 저탄소 석회 생산 비용을 지적하며 “해운회사들은 친환경 연료 사용과 전기화, 효율적인 선박 설계에 투자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회를 활용한 다른 방식도 있다. 중국 난징대학과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의 연구팀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선박 운항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석회석과 함께 바닷물에 녹인 뒤 해양으로 재방출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선박을 운항하면서 펌프로 퍼 올린 바닷물에 이산화탄소가 든 배출가스와 함께 석회석을 녹이는 방식이다. 선박에서 나온 이산화탄소 가운데 절반은 바닷물에 녹아들어 중탄산 이온이 되고, 생성된 중탄산 이온은 바닷물과 함께 다시 바다로 방출된다. 이른바 석회석의 가속 풍화(accelerated weathering of limestone, AWL) 방법이다.

이 기술을 상용화할 경우 이산화탄소가 포함된 석회석을 바다에 방출할 때 해양의 산성도와 알칼리도 농도가 미미한 수준의 변화가 예상되는 데 이런 변화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와 시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르웨이 솔뱅 신규 건조 선박 7척에 OCCS 장치 설치

노르웨이 해운사 솔뱅(Solvang ASA)도 지난 1월 자사 소유 선박 클리퍼 에리스호에 OCCS 장치를 설치하고 실증 사업에 나섰다. 솔뱅은 이 선박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대 70%까지 포집할 계획이다.

이 시범 사업에는 솔뱅과 OCCS 기술 제공업체 바르질라, MAN 에너지 솔루션, 그리고 스웨덴 왕립해양기술연구원(SINTEF)이 참여하고 있다. 솔뱅은 현재 건조 중인 7척의 선박 모두에 OCCS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 지난해 7월붙 1년간 실증 사업

삼성중공업은 18일 HMM, 파나시아, 한국선급(KR)과 함께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실시한 선상 탄소포집저장 실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실증에 참여한 기업들은 HMM의 2200톤급 컨테이너선에 선박 운행 중 발생하는 폐열을 활용한 선상 탄소포집장치를 설치하고 매월 성능 검증을 해 왔다.

올해 1월과 5월에 포집된 액화 이산화탄소는 선박 연료로 사용이 가능한 친환경 메탄올 원료로 사용됐다. 삼성중공업은 이산화탄소 저장을 넘어 “탄소 자원화라는 의미 있는 사례”라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