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따른 재난 탓에 사람들 정신건강 악화돼...'재난 피로감' 호소자 급증

미국 성인 근 70%, 기후변화로 인한 불안감 호소  지난 50년 동안 기후변화로 인한 화재, 홍수 등의 재난 다섯 배 증가 

2021-09-13     이진원 기자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가 많이 발생하면서 사람들의 정신건강이 나빠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ESG경제=이진원 기자] 미국 메릴랜드주 글렌버니에 거주 중인 엔지니어 제프리 가르시아 씨는 어린 시절을 늘 가뭄에 시달리는 뉴멕시코주 도시 앨버커키에서 보낸 덕분에 ‘생태학적 문제’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그는 오늘날 이런 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데 대해 걱정하면서, 세상이 곧장 불타 없어지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더라도 여전히 그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 이렇게 미래 세상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사는 그는 아이를 낳을지 말지 고민 중이다.

가르시아씨만 이런 고민을 하는 건 아니다.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산불 플래너로 일하고 있는 캐티 오란(25세)씨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는 “내 나이 또래의 친구들은 거의 모두 아이를 갖고 싶어하지 않는다”면서 “미래가 불확실한데도 아이를 낳겠다는 건 옳은 생각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미국 성인 근 70%, 기후변화로 인한 불안감 호소 

화재, 허리케인, 폭염, 갑작스런 홍수 발생 횟수가 늘어나면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실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안타까운 현상이다.

지난해 미국정신의학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근 70%가 기후변화가 지구에 미칠 영향에 대해 어느 정도는 불안해하고 있으며, 절반 이상은 그것이 정신건강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과 의사이자 환경운동가인 리세 반 서스테렌은 최근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인 NPR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후 변화에 지쳤고 우리의 회복력은 정말로 나빠졌다"면서 "우리는 생소한 도전을 겪고 있는데 그런 도전이 너무 빠르고, 너무 무섭고,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50년 동안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 다섯 배 증가 

올해 미국 서부 전역은 산불에 시달렸고, 허리케인 이다로 인해 남동부 루이지애나의 많은 부분이 초토화됐다. 뿐만 아니라 뉴욕과 뉴저지의 일부 지역에선 재앙적인 홍수로 많은 인명 피해가 났다.

과학자들은 지난 50년 동안 기후변화로 인해 날씨와 관련된 재난 수가 다섯 배나 증가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늘 재난을 동반한다. 그런데 이 재난의 강도가 최근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게 문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무기력’과 ‘압도감’ 등을 느끼면서 소위 ‘재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반 서스테렌은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기후 변화는 우리를 이미 정신적으로 지치게 만들고 있는데, 안타깝게도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속에서 이러한 자연재해까지 겪으면서 정신적 피로감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난 피로감 극복 방법은?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다른 모든 정신건강 문제와 마찬가지로 기후변화로 인한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가능하면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것을 권장한다.

또 기후 변화와 싸우기 위해 개인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방법을 알아보고 실천에 옮겨보라는 것이다.

끝으로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이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하도록 압박을 가할 것을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