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핵융합’ 발전 투자 2년새 73% 급증...올해도 25% 추가 성장

AI·에너지 안보 경쟁 영향…민간·공급망 핵융합 투자 급등 핵융합 핵심 부품·전문 제조인력 확보 난관도 부각

2025-07-22     주현준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 로렌스리버모어 국립연구소 핵융합 레이저 실험 장치 국립점화시설(NIF) 프리앰프 모듈에서 증폭된 레이저가 타깃 챔버로 전달되는 모습. 이 시스템은 세계 최첨단 관성핵융합 연구의 핵심 실험설비다. 로이터=연합뉴스

[ESG경제신문=주현준 기자] 2025년 핵융합 에너지 산업이 2022년 이후 최대폭의 투자를 기록하며 상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핵융합 산업 협회(Fusion Industry Association, FIA)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민간 핵융합 기업 22곳의 공급망 지출은 4억 3400만 달러로, 2023년 2억 5000만 달러 대비 73% 급증했다.

FIA는 핵융합 투자 확대 배경으로 AI 등 첨단 IT 산업 중심의 급격한 전력 수요 증가, 미국·중국·유럽 등 주요국의 에너지 안보 경쟁, 탈탄소 정책 등이 투자 확대 복합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까지 점진적인 성장세를 보인 핵융합 공급망 생태계가 2024~2025년 본격적인 확장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거래액뿐 아니라 부품·설비 투자와 신규 고용까지 확대되는 추세라고 언급했다. 보고서는 2025년에도 이 분야 지출이 25% 이상 추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핵융합 산업 외부 공급업체 57개사를 대상으로 2024년 공급망·사업 현황 및 전망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도 함께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공급업체의 86%는 “지난 1년 간 핵융합 기업과의 비즈니스 거래가 증가했다”고 답했고, 이들 중 다수가 미래 수요에 대비해 신규 생산설비와 인력 충원 등으로 2억 3000만 달러 이상을 자체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다. 단, 과반수가 넘는 업체가 “장기계약이나 리스크 분담 장치 없는 투자 확대엔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부품·플랫폼 수요 급증…’전문 제조인력 부족’ 리스크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공급망 투자 증가는 기존 실험단계에서 시범 플랜트, 실제 발전소 구축 계획 단계로 기술 개발이 진입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FIA는 “핵융합 산업 내에서 맞춤형 고정밀 부품, 초전도선·진공·냉각·연료관리 등 특수공정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이는 초기 소규모 틈새 시장을 전문적으로 공략하는 니치기업에서 전문 제조 플랫폼 중심으로 산업 지형이 재편중임을 뜻한다”고 평가했다.

핵융합 연구 투자가 몰리는 만큼 풀어야 할 현안도 많다. 보고서가 전 세계 22개 민간 핵융합 기업을 대상으로, 2024년 공급망 투자, 주요 부품·자재 조달·공급난, 상업 플랜트 확장 시 예상 리스크(특수 엔지니어링, 전문 제조업체 가용성 등)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의 31%가 현재도 고정밀 엔지니어링·특수 부품 공급 부족을 겪고 있으며, 향후 핵융합 발전소 발전량이 상업 발전 수준일 경우 63%로 높아진다고 응답했다.

또한 22개사 모두 각각 최소 1건 이상의 핵심 부품·자재에서 단·중장기 조달 불확실성을 호소했고, 특히 삼중수소·중수소 등 핵융합 연료 관련 글로벌 공급망 미비, 전문 인력 및 주요 장비의 ‘병목’ 현상도 향후 최대 변수로 꼽혔다.

민간·공공 협력, 산업 표준화·인재 양성 가속화 필요”

FIA는 보고서 말미에 “핵융합 산업은 각 기술별로 필요한 부품과 부가가치 생태계가 다양해, 산업 표준화·국제협력·공공·민간 간 상생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민간 공동실증(파일럿 플랜트), ▲표준화·인증체계 구축, ▲핵융합 특화 고등교육·전문 인력 양성, ▲국가간 수출입 장벽 해소 등이 정책적 해법으로 제시됐다.

FIA는 “핵융합 사업은 대량생산 체제보다 고부가 플랫폼 중심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지금은 규모가 작지만 향후 수 년 내 전 세계적으로 수백여 개 상업 플랜트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