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녹색채권 발행 규모 32% 감소… 美·EU 기후 대응 축소 영향

녹색채권 등 ESG 관련 채권 발행 규모 전년 대비 25% 감소 “미국, EU 등 관련 규제 시행 지연 및 철회 등 불확실성 지속”

2025-07-24     김현경 기자
2024년 10월 독일 클레트비츠(Klettwitz)에 위치한 태양광 발전소에서 일출과 함께 풍력 터빈들이 가동되고 있다. AP=연합뉴스

[ESG경제신문=김현경 기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기후 대응 축소 및 관련 규제 시행 지연 등의 영향으로 올해 전 세계적으로 발행된 녹색채권의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3분의 1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23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의 데이터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녹색채권은 재생에너지 설비 확충, 탄소 감축 설비 도입 등 친환경 프로젝트의 투자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되는 채권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녹색채권 발행액은 전년 대비 올해 약 1000억 달러 감소해,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다. 

한편 녹색채권과 지속가능연계채권 등을 포함해 ESG와 관련된 라벨이 붙은 채권의 전체 발행 규모는 전년 대비 25% 감소한 4400억 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 2분기는 2019년 이후 발행 규모가 가장 작았다.

전체 채권 중 ESG 관련 채권의 발행 비중도 전년도 11.7%에서 올해 10.2%로 1.5%p 하락했다. 

"규제 명확성 기다리며 관망세 지속"

기후변화에 회의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즉시 파리협정을 재탈퇴했으며 최근엔 청정에너지 및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를 골자로 한 대규모 감세법을 제정했다. 유럽연합(EU)도 기업 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등 지속가능성 규제 간소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피치는 “미국과 유럽연합 내 ESG 관련 규제의 시행 지연과 후퇴가 지속되면서, 발행자들이 규제의 명확성을 기다리며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ESG 채권 시장은 트럼프 정부 재집권 이후 정치적 압박과 ESG 채권의 미미한 수익률로 인해 투자를 망설이는 사이, 유럽 지역을 포함한 외국 기업들이 채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NEF가 지난달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달러화 ESG 관련 채권 거래 규모에서 외국 기업이 89%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반기 76%에서 증가한 수치로, 2020년에는 이 수치가 불과 30%였다.

실제 트럼프 정부 2기 하의 미국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53억 6000만 달러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144억 달러에서 크게 감소한 수치다.

한편, 유럽 기업들은 지난 상반기 자국 시장에서 작년에 비해 소폭 감소한 1070억 달러(910억 유로)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선 트럼프 정부 하의 정치적 압력에 따라 실제 지속가능투자를 진행하더라도 ESG 라벨을 붙이지 않는 ‘그린허싱’ 행보도 포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