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중대재해 근절 대책으로 ESG 평가 활용"
이 대통령, 김 위원장 발언에 “재미있다” 긍정 반응 대출 심사 시 중대재해 반영 강화 MSCI, 중대재해 관리 잘하는 기업 주가 강세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중대재해 근절 대책으로 ESG 평가등급 활용을 언급했다. ESG 평가등급은 금융기관이나 투자자가 기업에 대출을 제공하거나 투자를 할 때 고려하는 요소지만, 이는 투자자의 자율적인 판단의 영역이었다. ESG 평가도 마찬가지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까지 언급된 것은 아니지만 이런 ESG 평가등급 활용이나 평가 체계가 규제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될지 주목된다.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국내에서 투자자나 금융기관이 대출이나 투자 결정 시 ESG 평가등급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고 보기 어렵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중대재해 근절대책을 논의한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데 있어서 경제적 불이익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고 금융 쪽에서는 시장의 힘에 의해 그 불이익을 높여 나가는 방향으로 저희들이 대책을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금 상장기업에 대해 ESG평가원에서 ESG 평가를 한다”며 “중대재해 같은 경우 S(사회)에 해당하고 실제로 중대한 사고가 나면 거기서 감점이 이루어지고 그럼 전체적으로 평가 등급이 떨어짐에 따라 기관투자자들이 그걸 참고해서 투자에 반영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 부분을 좀 더 명확히 하거나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서 투자에서 이런 부분(중대재해에 따른 ESG 평가등급 하락)이 불이익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하는 조치들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대출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각 은행의 내규상 여신 업무 기준에서 보면 사회책임강화경영 항목에서 기업의 평판 요소를 고려해서 평가하도록 돼 있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경우 대출 제한까지 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사례를 한번 보고 이게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특히 중대재해에서 이런 비재무 모형을 평가할 때 좀 더 강화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이런 발언에 대해 금융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ESG 경제에 “종합적으로 보고 있고 대책이 마련되면 발표할 것”이라며 “아직은 언급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재미있다”...“경제적 제재 실제로 해야 효과”
이재명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보고에 대해 “금융위 제안이 아주 재미있는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투자 기준이 되는 여러 가지 항목 중에 ESG 평가 결과가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나. 글로벌 펀드들은 그런 것 같은에 이 평가에 이걸(중대재해) 반영을 좀 세게 하자 그 말이지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중대재해 부분이 조금 더 강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라고 답변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 사고가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은 당장 조치가 가능할 것 같은데"라며 "기준을 만들어서 대출과 투자에 불이익이 있는 게 상장회사들에게 상당히 큰 타격이 될 것 같다. 이런 경제적 제재를 실제로 해야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MSCI, 중대재해와 관련된 인적자원 등급 높은 기업 주가 강세
이런 가운데, 금융시장 벤치마크 지수 제공업체이자 ESG 평가사인 모건스탠리 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이 지난해 8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ESG 평가에서 이날 회의에서 다뤄진 중대재해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인적자원 항목에서 높은 등급을 받은 기업의 경우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MSCI ESG 등급과 기업의 펀더멘털, 시장에서의 성과(주가) 간의 장기적인 관계를 추적한 결과 “지난 11년간 MSCI ESG 등급의 사회적 측면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기업은 모든 주요 지역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경쟁사보다 우수한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MSCI는 이번 조사 결과는 “재무적으로 중요한 사회적 리스크와 기회를 지속적으로 잘 관리해 높은 평가를 받은 기업이 더 나은 성과를 올린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MSCI는 사회 항목의 4개 평가 주제(인적자본, 제조물 책임, 이해관계자 소통, 사회적 기회) 중 인적자본이 기업의 실적과 가장 광범위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적자본 주제에서 평가항목은 근로자 인권과 갑질 근절, 생활임금 보장, 작업현장 안전, 다양성 확보 등이다. 이들 항목에 대한 관리와 투자를 강화하면 조직 구성원들의 생산성이 올라가 기업가치가 제고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MSCI의 ESG 평가에서 인적자본에 대한 평가는 숙련된 인력 유치 여부, 생산성, 직원 이직률, 사망자 수, 부상으로 인한 작업 손실, 파업 및 직원 만족도 등에 대한 평가로 세분화된다.
지난 5년간 MSCI ACWI지수에 편입된 기업의 99%가 인적자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적자원에 이어 제조물 책임에 영향을 맏은 기업은 64%, 사회적 기회의 영향을 받은 기업은 23%를 기록했다. 이해관계자 반대의 영향을 받은 기업은 13%로 조사됐다.
[그래픽] S 항목 평가 등급 상위 5분위와 하위 5분위의 주가 격차.
파란색은 북미 지역, 주황색은 유럽 기업, 하늘색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기업을 나타낸다. 시간이 지날 수록 주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자료=MS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