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우 칼럼] KAI 차기 사장은 ‘민영화’ 전제로 선임해야

민간기업 외피 둘렀지만 정권 통제 받는 ‘관치’...기형적 지배구조 경영정상화 해법은 민영화...글로벌 항공우주 방산기업 재도약 경영전문가, 글로벌 안목과 전문성, 민영화 주도할 CEO가 적임자 민간 역동성·기술혁신 접목...항공우주산업 국제경쟁력 제고 도움

2025-08-04     김대우 기자
미사일 시험 발사하는 KF-21 시제기. 사진=KAI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최고경영자(CEO) 없는 사실상의 경영 공백 상태를 한달 넘게 이어가고 있다. 강구영 전 KAI 사장은 윤석열 정부 내란 혐의와 관련해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지난 7월1일 임기를 2개월 남기고 사임했다. 

이재명 정부는 현재 후임 사장을 물색 중인 가운데 이달 안에 선임 절차를 마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군 출신은 배재한 가운데 기업 경영 능력을 갖춘 기업인과 관료 출신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형 전투기 ‘KF-21’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의 항공 방산기업인 KAI는 기업거버넌스가 바로 서지 않고, 정권 입맛에 따라 낙하산 CEO가 반복적으로 투입됐을 때 기업이 얼마나 망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KAI는 겉으로는 K-방산 테마에 편승해 최근 주가가 오르는 등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안으로는 곪을 대로 곪아가고 있다는 게 KAI 조직 구성원들과 주변 이해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미래를 향한 역동적인 기업문화는 사라진지 오래고, 기술력과 미래 먹거래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체로 정권 교체와 맞물려 사장이 바뀔 때마다 인재들이 실력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전 정권에서 잘 나갔다는 이유로 쫓겨나기 일쑤였다. 이는 직전 강구영 사장 때 가장 심했다. 강 사장은 취임 직후 약 30명에 달하는 임원과 간부급 직원들을 일거에 퇴사시켰다. 그런 뒤 자신과 사적으로 인연이 있거나 정권에 연을 댄 사람들을 대거 영입했다. 

공군사관학교 후배로 기업 경영과 금융시장에 문외한인 박상욱 전 공군준장을 데려와, 회사내 2인자인 인사·조직·재무업무를 도맡는 경영총괄(전무)에 앉힌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6백억원 대 외환손실을 이유로 고발해 경찰 수사선상에 올라있지만, 강 사장이 퇴임한 이후로도 계속 자리에 남아있다.

8명의 전임 사장 중 내부 승진은 단 한명

KAI는 1999년 삼성·현대·대우 등의 부실화된 항공사업 부문들을 통합해 1999년 출범한 이후 이제껏 8명의 사장이 거쳐간 가운데 내부 승진 케이스는 단 1건에 불과했다. 대체로 정권이 교체될 때 마다 전임 사장 임기와 상관 없이 새 사장이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 

KAI는 외형상으로 민간기업이다. 주식회사이고, 코스피 상장회사이기도 하다. 주주구성을 보면 준공적자금 투입에 따라 출자한 정부 산하 공기업 수출입은행(지분율 26.4%)이 1대 주주이며, 국민연금(9.3%)이 뒤를 잇는다.

그럼에도 법적으로 공기업 또는 준정부기관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정부가 대주주 뒤에서 인사와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는 ‘관치기업’의 전형적인 모습이 보인다. 민간기업이란 외피를 둘렀지만 실질은 정권의 통제 아래 방치된 KAI의 기형적 지배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역대 KAI 사장은 정권 실세의 낙점을 받은 군 또는 관료 출신 인사가 대부분이었다. 그 과정에서 전임 사장의 비리와 맞물린 형사 리스크, 낙하산 경영진에 대한 내부구성원의 반발, 중장기 경영전략의 급격한 변경 등 조직의 혼란이 반복됐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날 돌연 사의를 표명한 강구영 전 사장의 경우도 업무상 배임, 업무방해,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였다. 현재 북한 무인기 침투사건에 연루돼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강구영 사장이 윤석열 정부 실세였던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힘을 빌어 KAI 사장에 취임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 결과 김 전 장관의 요구를 뿌리치치 못해 북한 무인기 사건에까지 연루됐다는 것이 KAI 안팎의 시각이다. 

                군 복무 시절 강구영 전 KAI 사장(왼쪽)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

주인 찾아주는 민영화...KT 포스코처럼 전문경영인 체제 구축 가능

전문가들은 바람 잘 날 없는 KAI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회사의 주인을 찾아주는 ‘진짜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국가 방위산업이란 특수성 때문에 외국업체에 경영권을 넘길 수는 없겠지만, KT나 포스코 사례처럼 국내 주주들간의 균형을 찾으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영화에 부정적이었던 KAI 직원들의 생각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민영화 반대 여론이 70~80%에 달했지만, 최근 내부 여론조사 결과 민영화 찬성이 55%까지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가다가는 회사의 미래가 없다는 걱정에서 였을 것이다. 

완전 민영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그동안 낡은 조직문화를 청산하고,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풍토를 다시 세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차기 CEO 선임도 이런 구도 아래에 이뤄져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KAI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민영화를 전제로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적임자를 차기 사장에 추천해야 할 것이란 얘기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 사진=KAI

무엇보다 KAI의 차기 CEO는 군 출신을 배제해야 한다. 그간 관료 출신도 문제가 많았지만 군 출신이 오면서 KAI는 완전히 망가졌다. 직전 강구영 사장의 경우 공군 중장 출신으로, 기업 경영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인물이었다. 그는 3년 임기를 맡은 첫해를 과거 정부 때 적폐청산과 함께 2050년 미래 비전을 만드는데 허비했다.

공군사관학교 후배를 데려와 경영을 총괄하게 하고,  본인은 거의 매월 해외 에어쇼 참관을 다녔다. 해외시장 개척을 이유로 총 근무 시간의 약 절반을 해외에서 보냈지만, 이렇다할 수주 실적을 올리지 못했고, 기관투자자 대상 IR에서의 수주 공언은 대부분 공염불에 그쳤다. 

강 사장은 경영진을 감시 감독해야 하는 윤리경영실장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캠프에 있던 전직 국정원 직원을 임명해 감사 기능도 마비시켰다. 300억원 대 스마트팩토리 비리 수사의뢰 등 엉뚱한 먼지털이만 하다 세월을 허송했고, 이제 거꾸로 이 사건 때문에 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역대 다른 사장들 재임 시기에도 이 같은 폐단은 정도의 차이가 있었을 뿐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민간 경영은 실종되고, 관료주의적 의사결정과 정치권의 개입, 사내정치와 줄대기 조직문화, 낮은 주인의식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경영효율성과 혁신역량이 땅에 떨어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반복된 군 관료출신 낙하산 인사...최악의  실적, 주가 지지부진

그 결과 KAI는 국내 방산업체 중에서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4.9%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22.8%나 급감했다. 경쟁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매출 20.1% 상승에 순이익이 160%나 늘었던 것과 극적으로 대비된다.

주가도 지지부진하다. 강 사장 취임 이후 2년 8개월 간 KAI 주가는 44.2% 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993.3%나 폭등했고, LIG넥스원도 217.5% 급등했다. 방산주가 상승대열에 편승해 약간 오른 수준에 불과한 셈이라 주주들의 불만이 쌓일대로 쌓였다.

KAI의 차기 CEO는 또한 경영을 제대로 알고 민영화를 주도할 사람이어야 한다. 차기 사장은 KAI를 다시 일하는 조직으로 변모시키면서 기업의 가치를 올려놓아 새로운 주인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새 주인과 궁합이 맞아 계속 CEO로서의 소임을 이어가면 금상첨화다.

마지막으로 KAI를 글로벌화 할 수 있는 안목과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KAI는 한국 항공우주산업의 중추로서, KF-21 보라매 전투기, FA-50 경공격기, 소형무장헬기(LAH) 등을 개발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국가안보와 더불어 항공우주산업 경쟁력을 키울 핵심 ‘안보 자산’이다. 하지만 글로벌화는커녕 잠재역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 

방위산업은 장기간에 걸친 기술 축적과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 첨단 무기체계의 해외수출 역량 등이 핵심 경쟁력이기에, 고도의 전문성과 일관된 리더십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KAI가 글로벌 무대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전환점 마련해야

차기 사장은 KAI가 글로벌 무대에서 한 단계 도약하는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에 실시된 내부직원 설문조사(사내 인트라넷 기반, 총 1007명 응답)에 따르면, 연구개발과 해외영업 부서 응답자들은 글로벌 투자 유치와 시장 개척이 시급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차기 사장은 민간의 역동성과 기술혁신을 접목함으로써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KAI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디딤돌 역할을 해야한다는 얘기다.

KAI의 민영화는 글로벌 항공우주 방산기업으로 도약하는 출발점이다. 민영화로 경영자율성이 확보되면 수익성과 기술혁신을 중심으로 한 사업 다각화가 가능해진다. 또 민간자본 유입과 고용창출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국가 항공우주산업이 성장하는 등 긍정적 영향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는 ‘형식은 민간, 실질은 관치’라는 기형적 구조 속에 KAI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전문성과 투명성에 기반한 선진적 지배구조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그 해법은 앞서 지적한 바 주인을 찾아주는 ‘진짜 민영화’이고, 그 첫걸음은 이를 실행할 적임자를 차기 사장으로 앉히는 일이다. 

[김대우 ESG경제신문 편집국장]

김대우 ESG경제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