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자산운용사들 향한 '반ESG' 압박 고조
빅3 향한 공화당 주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 소송 중단 요청 기각 법원, "소송 지속하지만 반독점법 위반 혐의 입증은 어려울 것" 21개 주 재무당국, 자산운용사들에 “기후변화 장기적 위험으로 규정 말 것” 9월 1일까지 자산운용사들에 답변 요구..."전통적 수탁자 의무 재확인하라"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기업 ESG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강해진 가운데 미국 자산운용사들의 ESG 투자에 대한 공화당 주들의 공격이 전방위적으로 커지고 있다.
ESG투데이에 따르면, 미국 연방법원은 최근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 스트리트가 투자 대상 석탄 기업에 석탄 생산량 감산과 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도록 압력을 넣으면서 미국 내 에너지 가격이 상승했다는 혐의로 제기된 소송에서 피고들의 소송 중지 요청을 기각했다.
21개 주 재무 당국의 담당자들도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 25곳에 서한을 보내 기후변화를 장기적인 위험으로 규정하고 기업의 탄소중립 약속 등을 기본 투자 전략에 포함시키는 것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법원, “소송은 지속하지만 반독점 행위 입증은 어려울 것”
미국 연방법원은 ‘빅3’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뱅가드, 스테이트 스트리트를 상대로 제기된 반독점법 위반 혐의 소송의 중단 요청은 기각했지만, 판결문에서 원고 측(공화당 11개 주)이 이들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주를 포함한 11개 주는 텍사스 동부지방 연방법원에 빅3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자산운용사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석탄 기업에 2030년까지 석탄 생산량을 줄이고 탄소배출량을 50% 이상 감축하도록 압력을 가하면서 소비자들의 전력요금을 상승시켰다는 것이다.
11개 주 법무장관들은 소장에 “미국인들의 전기요금은 멀리 떨어진 자산관리자의 지시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닌, 경쟁 시장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고들은 자산운용사 3곳이 석탄 기업에 대한 지분을 이용해 기후친화적 주주제안에 투표하거나 화석연료 생산 제한 및 시장 경쟁을 억제하는 것을 금지시켜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에 피고(빅3 자산운용사) 측은 법원에 소송 기각을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기각 결정에 뱅가드는 "법원의 판결에 실망했다"고 밝혔고, 블랙록은 "이 소송은 우리가 석탄 회사 주주들과 공모하여 석탄 생산량을 줄였다는 터무니없는 이론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이 소송이 "근거도 없고 이유도 없다"며 "새롭고 위험한 반독점 이론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에 초점을 맞춰 "투자자와 에너지 시장에 불필요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판결문을 자세히 보면, 소송은 진행되더라도 원고들은 이들 자산 운용사들이 담합을 통해 석탄 생산량을 줄이고 에너지 가격을 증가시켰다는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판결문은 자산 관리자들이 보유 주식을 이용하여 석탄 생산량을 줄였다는 주장이나 "피고들이 석탄 회사들에 압력을 가하는 계약을 체결하여 관련 석탄 시장에서 반경쟁적 효과를 초래했다"는 주장을 "결국 입증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은 원고 측의 주장에는 "공모의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자산 관리자들이 기후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기로 한 결정과 정황 증거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혐의가 입증되기엔) 모호한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제러미 커노들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원고들의 주장이 "모호하고 결론적이지 않지만 피고들의 수십 가지 구체적인 행동 사례를 포함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행동 사례로 해당 회사들이 "기후 변화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자사 주식을 사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한 특정 '기후 이니셔티브'에 참여했다"고 언급했다.
커노들 판사는 또한 "원고 측은 피고 측이 관련 시장에서 석탄 생산량을 줄이고 향후 생산량 정보를 공개하도록 석탄 회사에 집단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데 동의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충분한 상황 증거를 확보했다"고 판단했다.
텍사스 주 켄 팩스턴 법무장관은 이번 판결문에 대해 "피고들에 대한 큰 승리"라고 자축하며 "이들은 투자 카르텔을 만들어 국가 에너지 시장을 불법적으로 장악하고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의 돈을 더 많이 뜯어냈다”고 비판했다.
자산 운용사들은 성명에서 이러한 주장에 대해 계속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으며, 뱅가드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호할 기회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1개 주 재무 당국, 자산운용사들에 “기후위기를 장기적 위험으로 규정하지 말 것”
한편 공화당 21개 주 소속 재무 관리자 26명으로 구성된 연합은 미국 최대 자산 운용사 25곳의 최고 경영진에게 서한을 보내 기후변화와 기타 ”결정론적 미래 결과를 장기적 위험으로 규정하는 것을 중단하고 ”전통적인 수탁자 의무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의 서한은 지난달 29일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 스트리트 등 ‘빅3’ 자산운용사의 임원진을 비롯 뱅크 오브 아메리카, JP모건 자산운용, 골드만삭스, 인베스코 등 유명 은행, 투자회사의 자산운용 부문 임원진에게 전달됐다.
이들 재무당국은 서한에서 자산 관리자들에게 탄소중립을 비롯한 기후 약속, 자연 자본 프레임워크 및 유럽 연합(EU)의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을 ”기본 투자 전략”에 통합하는 것을 ”삼가”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또한 기업들이 소속된 연합 또는 협력 단체를 공개하고 ”활동가들이 제시하는 환경적 또는 사회적 목표가 아닌 주주 가치에 맞춰” 의결권 행사 지침을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한은 ”최근 일부 기업들이 글로벌 기후 연합 탈퇴, ESG 관련 표현 및 대리 투표 축소 등 고무적인 조치를 취했지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수탁자 의무, 충실성, 객관성, 그리고 재무적 집중이라는 기본 원칙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 재무 당국은 9월 1일까지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으며, 대상 투자 운용사들에게 아래 서명한 재무관, 감사관, 회계감사관 및 기타 주 재무 담당관들의 사무실과 접촉할 것을 권고했다. 서한에 따르면, 일부 자산 운용사들은 이미 해당 주 정부 관계자들과 서신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이번 서한 발송에 참여한 주는 알래스카, 애리조나, 아이다호, 인디애나, 아이오와, 캔자스, 켄터키, 미시시피, 미주리, 네브래스카, 노스다코타, 펜실베이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 사우스다코타, 웨스트버지니아, 와이오밍 주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