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뭇매맞은 ‘기후대응기금’...쥐꼬리 규모에 주먹구구식 집행
'22년부터 4년째 2조원 대 예산...GDP 0.1% 수준 수년째 제자리 걸음 기금 지원사업, 다른 회계 지원사업과 차별성 없어..."주머니만 바꿔 지출" 기재부 "기금 규모 늘리고 재원 확보 노력 필요 동의...사업 구조조정중"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이하 기후특위) 소속 의원들이 기후대응기금의 적은 예산 규모와 대상사업 선정의 모호한 기준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후특위 3차 전체회의에서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이형일 제1차관에게 “올해 기후대응기금 규모가 GDP 0.1%에 불과하다”면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각국에 GDP 대비 최소 2.6%에서 10.2% 수준으로 투자를 권고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기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한 “(기후대응기금의 주요 재원인) 배출권거래제 매각 수입이 계획으로는 3487억 원이었는데 실제 7월 말 기준 세입액이 458억 원으로 13.1%에 불과”하다면서 “(또다른 기후대응기금 재원인)교통·에너지·환경세 세수도 15조원 중 1조원 정도가 기후대응기금에 와야 하는데 유류세 인하 조치 이후 3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기후대응기금의 재원이 격감하는 추세 속에서 기재부가 기후대응기금 확보와 운용을 정책 후순위에 미뤄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적한 것이다.
이에 기재부 이형일 제1차관은 “(기후대응기금을 대폭 늘리고 안정적으로 재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원님의 말에 동의한다”며 “전체 규모 속에서 논의되느라 그런 것이(기후대응기금이 소외되는 것이) 아닌가 싶고 올해 기후대응기금 예산은 지난해 대비 9% 증가했다”고 답했다.
기후대응기금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에 근거해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2022년부터 설치·운영되고 있다.
기후대응기금 예산은 처음 출범한 2022년부터 올해까지 2조원 대에 머물고 있다. 그마저도 지난해에는 2조 3918억 원으로 2022년의 2조 4594억 원보다 낮은 예산이 편성됐다. 올해는 2조 6224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기후대응기금의 재원은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 경매수입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의 7% ▲이자수입 ▲기금운용수익 등이다.
기금 지원 사업, 기준도 없고 구체성도 없어…“다른 회계 사업 받아와”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후대응기금이 규모는 작은데 용도만 많아서 지원 사업의 구체성이 떨어지고 중장기적 사업을 지원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처음 기금이 만들어질 때는 규모가 충분히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탄소중립기본법 70조에 의거한) 기금의 용도를 다양하게 잡았지만 그 이후로 4년간 국가 예산의 1%도 안되는 2조원 대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기금은 용도를 넓게 쓰려면 규모가 커져야 하고 규모가 작다면 용도를 좁혀서 구체성있게 운영이 되야하는데 기후대응기금은 규모도 쥐꼬리만하면서 용도는 너무 많다보니 기금의 역할이 모호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후대응기금이 지원하는 사업들이 에너지특별회계, 환경개선특별회계, 전력기금이 지원하는 사업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의원에 따르면, 기후대응기금이 지원하고 있는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사업은 에너지특별회계가 지원하고 있는 ‘그린리모델링 활성화’ 사업과 구분이 어렵다. ‘노후 기존건축물’을 그린리모델링하면 기후대응기금의 사업, ‘노후 민간건축물’을 그린리모델링하면 에너지특별회계의 사업이 되는 것이다.
이 의원은 “기후대응기금이 지원하는 사업을 구분할 기준이나 지침이 있냐고 기재부를 포함 각 부처에 물어봤지만 특별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기후기금을 구성하고 있는 사업들 대부분은 신규로 발굴된 사업이 아니라 그냥 다른 계정에서 지출되고 있는 사업을 주머니만 바꿔서 지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한 “일반회계가 아니라 기금으로 처리해야할 사업이라면 일반회계로는 지원이 어려운 사업이거나 중장기적인 사업이어야 하는데 기후대응기금의 지원사업 중 가운데 1년 단위의 일반회계와 똑같은 계속 사업이 44%, 중장기적인 안정성이 중요한 R&D 사업도 5년 이내로 마치는 사업이 66%”라며 “특색도 없는 1년 단위 계속 사업 위주로 기금을 운용할 거라면 기후대응기금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형일 차관은 “기금이 지원하는 사업들이 단순히 (다른 회계로부터)이관받았다는 것은 처음에 재원을 만들 때 각 회계에서 받아오다보니 그 회계에서 쓰는 예산과 사업을 같이 받아오다가 생긴 문제”라면서 “계속 지난한 구조조정을 통해 이전에 하던 사업도 타 기관, 타 회계로 다시 돌려주거나 사업의 효과가 떨어지면 줄이거나 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한국과 비슷한 연간 2700억 엔(한화 2.4조 원) 규모로 녹색혁신기금을 운영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경우 지원분야를 혁신기술개발로 좁히고 최대 10년간 지속되는 연구개발, 실증, 상용화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연간 40억 유로(한화 5.6조 원)의 혁신기금을 운영하고 있는 유럽연합(EU) 역시 지원분야를 혁신기술개발로 좁히고 10년 이내에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한 저탄소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