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논란핵심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중노위·하급심 판단은?
1심 판결 하청근로자 교섭요구 의제별로 원청 실질적 지배력 판단 노동부 "원청이 무조건 사용자로 인정되는 것 아니다" 소극적 해석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하청업체 근로자가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이나 쟁의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이 노조를 상대로 노조 활동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이 21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대한상공회의소와 경영자총연맹 등 사용자 단체는 물론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도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노조의 교섭 요구와 쟁의 행위가 늘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며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반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등은 노란봉투법이 파업을 조장한다는 재계의 주장은 과장됐고 이 법이 발효되면 원청과 하청, 사업자 간 임금 차별 해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법무법인 태평양은 19일자 뉴스레터에서 노란봉투법이 다루는 사안에 관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와 하급심 법원의 판결 사례를 소개했다.
중노위, 원청 사용자성 인정...최근 1심 판결 의제별로 사용자성 일부 인정
태평양에 따르면 중노위는 “2021년경부터 실질적 지배력설을 근거로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면서 원청에 하청 노동조합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급심 법원에서도 “중노위와 마찬가지로 실질적 지배력설을 적용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최근에는 실질적 지배력에 대한 판단 기준을 보다 구체화한 제1심판결이 선고됐다.
이 1심 판결은 노동조합법상 원청 사업자가 하청 근로자의 단체교섭 의무를 져야하는 사용자인지 판단하는데 하청 근로자의 교섭 요구 의제별로 실질적 지배력을 판단했다. 따라서 쟁점이 된 안건별로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 유무를 판단했고 이런 기준을 적용해 일부 안건에 대해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한 반면, 다른 안건에 대해서는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판결이 제시한 원청의 단체교섭 의무 판단 기준은 ▲하청 근로자의 교섭 요구 의제에 대해 원청이 실질적으로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는지 ▲하청 근로자들의 노무가 원청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이고 사업체계에 편입돼 있는지 ▲하청 근로자들의 노동조건 등을 원청과의 단체교섭에 의해 집단적으로 결정할 필요성과 타당성이 있는지의 여부다.
또한 해당 1심 판결은 이런 판단을 할 때 △하청 근로자의 업무가 원청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원청의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 △하청 근로자의 근무방식과 이에 대한 원청의 직간접적 관여 정도, 원청과 하청과의 관계 △하청의 경제적 독립성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노동부, 원청이 무조건 사용자로 인정되는 것 아냐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발간한 Q&A 자료를 통해 노란봉투법에서 원청 기업이 무조건 다수의 하청 근로자의 사용자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정 근로조건과 관련,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하청 근로자를 지배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경우에만 사용자로 인정된다는 설명이다.
노동부는 따라서 “국내외 기업이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명확한 기준과 매뉴얼로 법 적용에 대한 불확실성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또한 원청이 1년 내내 수십번의 교섭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과도하다며 “정부는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제시하는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기준 등을 바탕으로 전문가 논의, 현장 의견 수렴 등을 통해 판단기준과 교섭절차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노란봉투법 의제별 적용 준비 필요
기고문은 기업은 우선 “의제별 판단에 의해 노란봉투법이 적용되는 것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해당 1심 판결이 제시한 판단 기준과 여러 쟁점에 대한 판단이 향후 노란봉투법에 따른 원청의 하청 근로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참고기준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법원이 제시한 기준이 여전히 “추상적인 측면이 있고 종합판단의 방식”을 취하고 있어 실질적 지배력에 대한 논란의 장기화와 법적 불안정성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