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장애’는 현대인의 병, ESG로 풀어내자
적응은 현대인의 숙명...적응장애는 이 시대의 고유한 통증 ESG 내재화의 적 적응장애...ESG는 시스템 아닌 마음의 안전망 적응장애 처방전...판단 멈추고, 3달만 버티고, 무리하지 말자
직장인의 적응장애는 어디서 싹트고, 어디에서 멈추는가? 흔들리는 마음은 조용히 시작된다. AI가 인간의 자리를 조용히 대체하는 시대다. 불안은 출근길에 묻어나고, 피로는 퇴근 후에 남는다.
적응장애는 환경변화에 대해 부적응 반응이 나타내는 상태다. 우울·불안·공황 등의 정신 증상과 불면·두통·소화불량 등의 신체 증상이 동반된다.
미국정신의학회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에 따르면, 증상은 충격 후 3달 안에 나타나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6달 안에 좋아진다. 취업·결혼·이직·이별 등이 흔한 원인이고, 직장에선 승진과 부서 이동이 주된 이유다.
충격의 강도에 비해 지나치게 적응을 못 하는데, 중요한 건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이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이들 중 10~30%가 적응장애를 겪고 있다.
적응은 현대인의 숙명이다. 우리는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최근 보고에 의하면, 인공지능으로 향후 5년 안에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 이제 세계화에서 로봇화로 진행되고 있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이 나를 바꾼다.”
우리는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적응은 환경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지구상 수많은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여 진화했다. 끝까지 살아남는 종은 강한 종이 아니고, 변화에 적응하는 종이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이 나를 버린다.”
적응장애는 현대인의 병이다. 우리는 경쟁 사회를 살고 있다. 세상은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 하기를 원한다. 빠른 적응은 중요한 능력이다. 우리는 성과주의 사회를 살고 있다. 회사는 ‘더 많이, 더 열심히, 더 완벽하게’ 해주기를 원한다. 완벽한 적응은 중요한 실력이다. 적응장애는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에게도 나타난다. 능력에 대한 과신, 과도한 책임감, 철저한 완벽주의가 함정이다. “적응장애는 이 시대의 고유한 병이다.”
우리는 피로 사회를 살고 있다. 과거는 규율과 억압이 강조되고, ‘하지 말라’로 이루어진 부정 사회였다. 현재는 자율과 성과가 강조되고, ‘할 수 있다’가 최상의 가치인 긍정 사회다. 긍정 사회의 유일한 규율은 성공이다. 성공을 위해 긍정성이 강조된다. “내가 바로 나의 경영자다.” 성과의 주체가 자신을 채찍질한다. 긍정성의 과잉은 탈진과 소진으로 이어진다. 규율사회는 정신병자와 범죄자를 낳는다. 성과사회는 신경쇠약과 낙오자를 양산한다.
적응을 쉽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긍정적이다. 한 마음 밝게 먹으면 밝은 세상이 열린다. 매사 낙천적이다. 미래를 열어 놓고, 문제보다는 해결에 집중한다. 접근 동기로 살아간다. 좋은 걸 얻으려고 뭔가를 한다. 실패를 통해 성공을 만든다. 적응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부정적이다. 한 마음 어둡게 먹으면 어두운 세상이 열린다. 매사 비관적이다. 과거에 매달리고, 해결보다는 문제에 집착한다. 회피 동기로 살아간다. 나쁜 걸 피하려고 뭔가를 한다. 실패해선 안 되는 일은 안 한다.
ESG 내재화를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는 직장인의 적응장애다. 변화에 따른 부담과 불확실성은 정서적 압박을 유발하고, 무관심과 회피, 동기 저하로 이어진다. 적응장애 구성원은 ESG를 내 일이 아닌 추가 업무로 여기며, 실천은 형식에 그친다.
결국 구성원의 심리적 불안정은 ESG 실행력을 약화하고, 조직의 지속가능성 기반을 흔든다. 기업은 제도 마련을 넘어, 심리적 안전과 일의 의미를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ESG는 제도가 아니고 문화이며, 문화는 결국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적응장애에 빠진 구성원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판단을 멈추자. 처음이니까, 서툴 수 있다. 능력 없다고 하지 말자. 처음 하는 일이다. 업무가 달라지면 누구나 힘든 법이다. 힘들 땐 잘못된 선택을 하기 쉽다. 처음이니까, 낯설 수 있다. 관계가 어렵다고 하지 말자. 처음 겪는 인간관계다. 사람 하나만 바뀌어도 역학 구도가 달라진다.
어려울 땐 섣부르게 판단하기 쉽다. 처음이니까, 재미없을 수도 있다. 흥미 없다고 하지 말자. 처음 닥치는 일이다. 계속하다 보면 재미를 붙일 수도 있다. 의욕이 없을 땐 잘못된 결정을 하기 쉽다. 중용에 이런 말이 있다. “먼 곳에 가려면 가까운 데서 시작하고, 높은 곳에 오르려면 낮은 데서 출발해야 한다.”
둘째, 3달만 버티자. 3의 법칙을 기억하자. 3주면 습관이 들어서고, 3달이면 습관이 굳어진다. 3달 정도 헤매는 건 정상이고, 3달이 지나면 모든 게 달라진다. 숫자를 세자. 90일을 하루씩 줄여 나가자.
시간은 상대적이다. 빨리 가기를 원하면 천천히 가고, 천천히 가기를 원하면 빨리 간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루하루 배우자. 묻고 또 묻고, 따라 하고 익히자. 프로그램에도 등록하고, 동호회에도 가입하자. 기존 걸 존중하며 천천히 다가가자. 논어에 이런 말이 있다. “가고 가는 중에 알게 되고, 행하고 행하는 중에 깨닫게 된다.”
셋째, 무리하지 말자. 빨리하려고 하지 말자. 아무도 안 알아준다. 생활 리듬을 깨는 것은 역효과를 가져온다. 힘을 다 쓰면 건강을 해치고, 몸이 약해져서 일을 못 하게 된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자. 일만 더 맡게 된다. 처음부터 완벽한 건 불가능하다. 70% 정도만 해내자.
여유를 가지면 마음이 편해져 일이 더 쉬워진다.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말자. 헛고생만 한다. 열심히 보다 제대로, 제대로 보다 올바로 해야 한다. 올바로 하는 건 분명한 목표에서 시작한다. 도덕경에 이런 말이 있다. “힘을 다해 무거운 것을 들면 결국 쓸모가 없게 된다.”
적응장애는 약함이 아니다. 우리는 흔들리며, 그 흔들림 속에서 단단해진다. 지금은 버티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적응이다. 흔들리는 지금, 그대는 이미 잘하고 있다.
[이후경 ESG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