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인간 건강과 지구 문제 ‘판도라의 상자’가 되고 있다
2003년 유럽에서 7만 명 폭염 사망 홍수·산사태·산불 이어져 인간 생존 위협 천식·알츠하이머·콩팥질환 증가…의료부담 고온 땐 노동생산성도 절반까지 떨어뜨려 고온 처치 너머 총체적 사회 대책 필요
[ESG경제신문=채인택 국제전문기자] 가을의 초입이라는 처서도 지나고 9월이 코앞인데도 더위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길고 혹독한 폭염은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곳곳을 힘들게 하고 있다. 산불과 가뭄 등 다양한 재해도 일으키는 중이다.
폭염과 인간의 관계를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은 어떤 평가와 진단을 내리고 있을까. 지난 3월 학술지 ‘환경과학과 정책(Environmental Science & Policy) 165호에 게제된 호주 찰스다윈대 건강학부와 경영학부, 그리고 뉴캐슬대 건축·건설·환경학부의 공동연구 결과는 이를 입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열파가 인간 생태계에 미치는 다차원적 영향: 체계적 문헌 검토 및 미래 연구 방향(The multidimensional impacts of heatwaves on human ecosystems: A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and future research direction)’이라는 논문이다.
이 논문은 기후과학자들이 온난화로 인한 더위가 인류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연구한 127개의 기존 논문을 분석한 ‘메타 연구’다. 기후과학자들은 폭염의 그 이유를 온실가스 배출, 삼림 벌채, 천연자원의 과도한 채굴 등 인간 활동의 심화에서 찾는다. 지구 기후가 한계점을 너머 인간과 생태계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2003년 7만 폭염 사망 대재앙 기억해야
연구에 따르면 폭염 피해는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2003년엔 유럽 폭염으로 7만 명 이상이 숨졌다. 프랑스에서는 2006년 폭염으로 2065명의 추가 사망자가 나왔다. 중국에선 2017년 폭염으로 1만6299명이 목숨을 잃었다. 2024년 한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 13개국에서 폭염으로 사망한 5세 미만 아동이 사망자는 약 4만409명으로 추산된다. 기후학자들은 앞으로 폭염의 빈도, 지속시간, 강도가 갈수록 증가해 사회에 상당한 비용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한다.
세기말까지 최고 4.8도 상승해 의료재해·기상재해 이어질 것
연구 결과 폭염은 보건 및 응급 서비스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작물과 가축 수확량이 줄어들며, 가뭄과 물부족 현상이 더욱 잦아지게 해 식량위기를 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홍수·산사태·산불 같은 기타 재난 위험을 부를 수도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인간의 생존과 편안함을 위협한다는 이야기다.
연구팀은 지구 온도가 상승함에 따라 21세기 말까지 일부 지역에선 평균 기온이 4.8°C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의 영향을 사회적·경제적·환경적 관점에서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폭염으로 천식과 알츠하이머도 증가·노동생산성 악영향
폭염으로 인한 탈수와 열 스트레스 환자, 그리고 병원 입원자의 폭발적인 증가로 의료진이 압박을 받는 현실도 주요 문제로 지적됐다. 폭염이 지속되면 65세 이상의 노인이나 어린이 영융 등 취약계층이 체온 조절, 세뇨관 재흡수, 사구체 여과, 세뇨관 분비 등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응급 인원이 늘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천식을 앓는 0~4세의 어린이들의 응급 입원도 증가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아울러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와 알츠하이머 등 정신 관련 질환과 관련한 사망률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생산성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기온이 24~26도를 넘으면 노동 생산성이 크게 감소한다고 설명합니다. 어떤 연구에서는 열 스트레스로 인해 기온이 33~34°C를 넘으면 중강도 및 고강도 작업을 수행하는 근로자의 작업 능력이 각각 50% 및 31~38%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연구에선 폭염과 지구 온난화의 빈도 증가를 고려할 때, 폭염과 관련한 산업정책이 제대로 실시되지 않을 경우 아시아·중동과 같은 더운 지역에서 2080년까지 노동 생산성이 약 11~27%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11가지 요인으로 폭염의 영향 분석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 때문에 폭염이 더욱 심해지고 지속 기간, 빈도가 증가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폭염 연구가 사회적 영향에만 집중돼 다른 요인을 간과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 연구에서 1)건강 2)식량 위기/물 부족 3)사회기반시설/에너지 사용 4)재난 위험으로 인한 이주 5)노동 생산성 6)생계비 7)산업 손실 8)사회기반시설 비용 9)수자원/해양생물 10)식생과 야생생물 11)오존·대기·미세먼지 오염 등 연구 방향을 11가지 주제를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폭염이 인간과 환경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종래 기온 상승 수치에만 주목하던 데서 벗어나 다양한 사회적·과학적 요인을 두루 살펴야 합리적인 폭염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영·건축·건설·환경·건강 등 다양한 전공자가 모두 달려들어 학제간 연구를 한 이유다.
[ 채인택 국제저널리스트 tzschaei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