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첫 예산 728兆·8%대 확장재정…'눈덩이' 국가채무 어쩌나

내년 국채 110조 찍어 적자 메우기로…4년뒤 국가채무 1800조 육박 재정수입 4.3% 늘때 지출증가율 5.5%…내년 국가채무비율 50% 돌파 성장엔진 AI·R&D에 예산 집중 배정…재정준칙 달성 사실상 어려울 듯

2025-08-29     김대우 기자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28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공용브리핑실에서 2026년도 예산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유병서 예산실장, 구 부총리, 임기근 2차관, 안상열 재정관리관. 사진=연합뉴스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이재명 정부의 첫 예산안인 내년도 본예산이 올해보다 8.1% 증가한 728조원으로 편성됐다. 인공지능(AI), 연구·개발(R&D) 분야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배정하면서 전임 정부의 '긴축재정'에 마침표를 찍고 전면적인 '확장재정'으로 돌아선 것이다.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원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상당 재원을 국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보니 내년 국가채무는 1400조원을 넘어서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이 재차 50%선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이 우려된다.

정부는 재정의 '성장 마중물' 역할을 강조하며 경제 몸집을 키워 세수 기반을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런 선순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기까지 상당기간 재정여건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이다. 자칫 국가채무 비율이 60% 부근까지 올라선다면 국가신용등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2026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예산안은 9월 초 국회에 제출되면 각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위의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오는 12월 확정된다.

총수입은 22조6000억원(3.5%) 증가한 674조2000억원으로 짜였다. 국세를 7조8000억원(2.0%) 더 걷고, 기금 등 세외수입을 14조8000억원(5.5%) 늘려 잡은 결과다. 총지출은 54조7000억원(8.1%) 늘어난 728조원으로 편성됐다.

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올해 본예산(673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8.1% 늘어난 규모로, 2022년도 예산안(8.9%) 이후로 4년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그래픽=연합뉴스

신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이번에도 27조원에 이르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총지출 증가분(54조7000억원)의 약 절반에 달한다. 2023년(24조1000억원)과 지난해(22조7000억원), 올해(23조9000억원)에 이어 4년 연속 20조원대 구조조정이자, 역대최대 규모다.

세입 여건이 빠듯한 상황에서 중장기 국정과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출 구조조정의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불필요하거나 성과가 낮은 1300여개 사업이 폐지됐다. 윤석열 정부에서 많이 늘어난 공적개발원조(ODA) 예산도 대폭 감액됐다.

재정 지출증가율이 수입증가률 앞질러...국가부채 2029년 1788조 달할듯

그럼에도 빠듯한 세수 여건과  확장재정 영향이 겹쳐 국가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 불보듯뻔하다. 올해 651조6000억원이던 재정수입 예산은 2029년 771조1000억원까지 늘어난다. 하지만 2029년까지 재정지출 증가율(평균 5.5%)이 재정수입 증가율(평균 4.3%)을 웃돌면서 재정수지가 악화될 전망이다.

올해 두차례 추가경정예산을 거치면서 111조6000억원까지 늘어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내년 109조원으로 줄었다가 2028년 128조9000억원, 2029년 124조90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지출-총수입)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 4.2%(추경 기준)를 기록한 뒤 2029년까지 매년 4.0∼4.4% 수준을 맴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정부 임기 동안 재정준칙 달성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정준칙에서 정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기준은 '3% 이내'다.

그래픽=연합뉴스

지출 규모에 비해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국채 발행도 빠르게 증가하면서 재정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추경으로 1301조9000억까지 늘어난 국가채무는 매년 100조원 이상씩 늘며 내년 1415조2000억원, 2027년 1532조5000억원, 2028년 1664조3000억원에 이어 2029년에는 1788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올해 49.1%에서 내년 51.6%로 50%를 넘어선 뒤 2029년 58.0%까지 급상승한다. 경제규모가 커지는 속도보다 나라빚 증가속도가 더 빠르다는 의미다.

내년 시장조성용이나 차환 발행을 제외한 국채 순발행 규모는 116조원이다. 이중 총지출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한 적자국채는 110조원이다. 이로써 올해 924조8000억원인 적자성 채무는 내년 1029조5000억원으로 10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가채무 비율 58%는 확장재정으로 성장률이 올라가고 세입 여건이 좋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성공했다는 가정을 굉장히 높게 하지 않은 결과"라며 "AI에 집중하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12개 분야별, R&D예산 역대급 증가...지역화폐 늘리고 아동수당 강화

정부의 2026년 예산안 살펴보면 12개 분야별로는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사업에 재정증가분이 집중됐다. R&D 예산은 올해 29조6000억원에서 내년 35조3000억원으로 5조7000억원(19.3%) 증가한다. 역대 최대 인상 폭이다.

통상현안 또는 탄소중립 이슈가 있는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는 4조1000억원(14.7%) 증가한 32조3000억원이 투입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증액 압박을 받는 국방예산은 5조원(8.2%) 불어난 66조3000억원으로 편성됐다.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269조1000억원으로 20조4000억원(8.2%) 증가한다.

그밖에 일반·지방행정 121조1000억원, 교육 99조8000억원, 농림·수산·식품 27조9000억원, 사회간접자본(SOC) 27조5000억원, 공공질서·안전 27조2000억원씩이다.

2026 정부 예산안.   자료=기획재정부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관통하는 핵심 목표로 '초혁신경제'를 내세우면서 ▲지방거점 성장 ▲ 저출산·고령화 대응 ▲ 사회안전대응 ▲민생·사회연대경제 ▲ 산재 예방 ▲ 재난 예측·예방·대응 ▲ 첨단국방 및 한반도 평화 등을 두루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양대 키워드는 미래의 성장엔진 격인 AI와 R&D다. 3조3000억원에 불과했던 AI 예산은 이례적으로 3배 넘는 10조1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정부는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 반도체 등 주요 제조업을 중심으로 '피지컬 AI' 선도국가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공공 부문에서는 2000억원을 투입해 '공공 AX' 전환에 나선다. AI 인재 양성 및 GPU(그래픽처리장치) 확보에도 주력한다.

역대 최대폭 인상되는 R&D 분야에서는 AI(A), 바이오(B), 콘텐츠(C), 방산(D), 에너지(E), 제조(F) 등 이른바 'ABCDEF' 첨단산업 기술 개발에 올해보다 2조6000억원 늘어난 10조6000억원이 배정된다.

국가 AI 데이터센터 내부 서버실. 사진=NHN

지방거점성장 차원에서 거점국립대학에만 총 8733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올해(3956억원)보다 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재명 정부의 대표적 교육 공약인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예산이다.

국방 예산도 대폭 늘어난다. 올해보다 5조원 이상 증액된 66조2947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총액뿐만 아니라 증가 폭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초급간부 처우개선과 장병 복지 증진, 한국형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및 AI(인공지능)·드론·로봇 투자 등 첨단무기 연구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그래픽=연합뉴스

사회안전망 강화에 필요한 예산도 상당 부분 증액된다. 기초생활보장을 위한 생계급여액이 4인 가구 기준 월 207만8000원, 1인 가구 82만1000원으로 각각 12만7000원, 5만5000원 인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도 시범적으로 도입된다. 내년에 인구감소 지역 6개 군을 공모해 주민 24만명에게 월 15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해당 예산으로 1703억원이 배정됐다.

내년에는 24조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로 국비보조율도 상향한다. 7세 이하 모든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을 내년엔 8세 아동도 받을 수 있게 된다. 고령화 대응을 위한 정부 예산도 올해 25조6000억원에서 내년 27조5000억원 규모로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