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력 재생에너지 비중 신기록 경신 행진…향후 전망 엇갈려

6월 미국 전체 전력생산 25% 재생에너지...작년 18%서 크게 증가 재생에너지 생산 신기록 매주 경신...가장 빠르고 저렴한 에너지원 "트럼프 정부 아래서 성장세 주춤" vs "정책과 상관없이 성장세 계속"

2025-09-10     김연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미국의 전력 생산량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반재생에너지 기조로 이같은 성장세가 더뎌질 것이라는 전망과 현재 가장 저렴하고 빠른 에너지원이 된 재생에너지의 성장세를 막을 수 없다는 전망이 갈린다. 

美, 재생에너지 놀라운 성장세…매주 새로운 기록 경신

미국 에너지정보청(US EIA) 자료에 따르면, 6월 미국의 전력 생산량 중 약 25%를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면서 전년동기 18%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전체 전력의 약 3분의 1이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되기도 했다. 

개별 주 차원에서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텍사스 주의 경우 지난 3월 역대 풍력 발전량 신기록을 세운 뒤, 6월과 7월에 연속적으로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에서 새로운 정점을 찍었다.   

이러한 재생에너지 붐은 '햇볕 및 바람 벨트(Sun and Wind belts)' 지역을 넘어 확산되고 있다. 뉴욕의 전력망은 6월 24일 재생에너지 기록을 세웠고, 뉴잉글랜드 지역은 올 여름 풍력과 태양광에서 모두 신기록을 경신했다. 미드 애틀랜틱(Mid-Atlantic) 주들의 전력망 역시 6월 말 역대 최대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을 기록했다.

다코타 주에서 텍사스까지 남쪽으로 뻗어 있는 사우스웨스트 파워 풀 전력망에서는 8월 한 달 동안만 풍력 발전 신기록이 두 차례 달성됐다. 8월 16일에는 생산 전력의 3분의 2가 풍력 발전소에서 생산된 것이었다.

"트럼프 정부 아래서 성장세 주춤할 것" VS "정책과 상관없이 성장세 계속될 것"

블룸버그는 “전국적으로도 비슷한 기록들이 거의 매주 쏟아지고 있다”면서 “이는 화석연료 발전소보다 더 빠르고 저렴하게 건설할 수 있는 새로운 태양광 및 풍력 발전소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라자드(Lazard Inc.)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재생에너지는 정부의 인센티브가 없더라도 미국에서 가장 저렴하고 빠르게 구축할 수 있는 발전 방식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프로젝트가 화석연료보다 저렴해진 것은 바이든 전 행정부 당시 재생에너지에 이루어진 투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약 1000억 달러(약 138조 원) 규모의 청정에너지 투자를 지원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는 ‘단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을 통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세액 공제와 보조금이 대폭 삭감됐다. 이 법안은 주택 소유주에게 제공되는 30%의 태양광 세액 공제(25D)를 올해 12월 31일부로 공식적으로 종료한다. 이 법안은 또한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세액 공제(45Y, 48E)의 자격 기준을 엄격하게 제한해 2028년 이후로는 세제 혜택을 받기 어렵게 만들었다. 

앞서 공개된 프린스턴 대학의 분석에 따르면, 해당 법 제정으로 올해부터 2030년까지 미국의 전력과 청정 연료 생산에 대한 투자가 5000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가계의 에너지 비용 지출은 2030년 280억 달러 늘어나고 2035년에는 500억 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태양광산업협회(SEIA) 역시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반재생에너지 정책으로 인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미국 내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량이 인플레이션감소법(IRA)의 혜택을 보던 해보다 27%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EIA와 에너지 리서치 기업 우드 맥켄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의 재생에너지 산업 발전 억제 정책이 재생에너지 투자를 위축시키고 전기요금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전환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생에너지 전력 용량을 대체할 신규 석탄 또는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되기 전에 트럼프의 임기가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라자드의 전무이사 사무엘 스크로긴스는 "미국은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하며, 업계는 전력의 출처에 대해 편견 없는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실질적으로 재생에너지는 건설 준비가 되어 있으며, 여전히 다른 대안보다 비용이 저렴하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 사회적 기업과 기후 변화를 위한 타머 연구소의 게르노트 와그너 연구원 등은 지난 7월 발간한 ‘크고 아름다운 법’의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통해 “경제성 때문에 연방 정부의 지원이 끊겨도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보급 확대를 막을 수 없다”며 “이런 기술은 이미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빠르게 대규모로 도입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