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S, 손쉬운 해결책 아냐…저장용량 2100년 전에 소진될 수도
탄소 저장 가능 용량 1460GtCO2 불과…기존 예상치 1만GtCO2 이상 탄소 저장에 적합한 퇴적분지 화석연료 국가들에 밀집 "CCS는 배출량 감축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로 간주돼야"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높아지는 가운데, 안전하게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탄소 저장량은 추정치보다 훨씬 더 제한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오스트리아 락센부르크 국제응용시스템분석연구소,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연구팀은 지구가 퇴적분지(sedimentary basins)에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용량이 1460GtCO2(기가톤)이라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최근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기술적, 사회적, 환경적 위험을 고려할 때, 전 세계적으로 사용 가능한 지질학적 탄소 저장량은 대부분의 추정치보다 훨씬 더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카본크레딧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탄소 제거(CDR) 기술은 소규모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시설이 단순히 탄소를 제거하는 것에서 나아가 포집된 탄소를 퇴적분지에 저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논문에 따르면, 퇴적분지를 대규모로 활용하려는 현재의 정책적 접근법이 사실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토양이 무수히 많을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탄소 저장 가능 용량 1460GtCO2 불과…2100년 이전에 소진될 수도
기존 연구들은 탄소를 장기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 위해 전 세계의 모든 퇴적분지 중에서 성숙하고 안정적인 곳을 살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국제 환경법의 규범을 반영해 저장위치를 보수적 관점에서 다시 평가했다.
연구진은 단순히 지질학적 용량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지진 위험 ▲지하수 오염 ▲인구 밀집 지역과의 근접성 ▲생물다양성 보호 구역, 북극 및 남극과 같은 환경 보호 구역 ▲기술적 한계 (탄소를 영구적으로 저장하기에는 너무 얕거나 깊은 분지, 해저 깊은 곳에 위치한 지역 등) ▲정치적 실현 가능성 (국가 관할권을 벗어난 해양 지역, 분쟁 지역 등) 등을 고려해 보다 신중하게 저장 가능 구역을 선별했다.
그 결과 이론적으로 1만 2000GtCO2에 달하는 퇴적분지 탄소 저장 용량 중 목적에 부합하는 '신중한(prudent)' 저장 용량은 단 1460GtCO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 따르면 1460Gt 중 70%가 지상에 저장될 수 있다.
연구는 또한 이같은 저장 용량을 대기 중 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는 데만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지구 온도를 0.7°C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보수적으로 추정할 경우 0.4°C까지 떨어질 수 있다. 연구진들은 1460GtCO2이라는 저장 가능 용량은 2200년 이전에, 경우에 따라서는 2100년 이전에 소진될 수 있는 양이라고 분석했다.
탄소 저장에 적합한 퇴적분지 화석연료 국가들에 밀집
논문은 이처럼 제한적인 저장 용량이 전세계 곳곳에 분포돼 있는 것이 아닌 특정 국가들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탄소를 장기적으로 저장하기에 적합한 퇴적분지가 대부분 미국, 호주,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주요 화석연료 생산국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들 국가는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온 나라들이기도 하다.
탄소 오염으로 이득을 본 국가들이 이제는 그 오염을 청소하는 과정에서도 이득을 보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 콩고민주공화국과 같은 다른 나라들 역시 상당한 저장 용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는 경제적 보상이 없다면 이를 활용할 국내적 유인이 거의 없다.
한편, 논문은 각국 정부가 제한된 탄소 저장 용량을 어떻게 배분할지 명시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같은 상황에서 “CCS는 배출량 감축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로 간주되어야 한다”면서 탄소 저장의 희소성을 인정하고 필수적이고 전략적인 용도를 위해 저장 용량을 지정해야만 인류와 지구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