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후위기 대응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적절한 규제가 관건

아마존·하버드대 연구진 “AI로 온실가스 배출 획기적 감소” UNFCCC 사무총장 “AI는 인간 역량 확장 도구나 정부 규제 필요”

2025-09-24     이진원 기자
그래픽=챗GPT

[ESG경제신문=이진원 기자] 막대한 전력 소모와 그에 따른 탄소 배출로 기후위기를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는 인공지능(AI)이 역설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됐다.

아마존과 학계 및 유엔 전문가들은 최근 AI가 방대한 탄소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에너지 사용과 공급망 효율을 최적화하고, 온실가스 감축과 탈탄소화 전략 수립에 실질적 기여를 할 수 있다고 평가한 것. 

아마존, AI로 탈탄소 전략 가속화

세계 최대 온라인 소매점인 아마존 경영진은 2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방대한 데이터세트를 처리하는 AI의 역량이 기존 방식을 훨씬 뛰어넘는 기후 대응에 맞설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카라 허스트(Kara Hurst) 글로벌 지속가능성 총괄과 조너선 로스(Jonathan Ross) 글로벌 AI 기술 부문 부사장 겸 총괄에 따르면 아마존은 한 해에만 150억 건에 달하는 탄소 관련 데이터를 AI로 처리했다. 배출 추적, 공급망 물류, 에너지 사용량 등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빠르고 실질적인 탈탄소화 전략을 도출했다.

허스트 부사장은 “AI 알고리즘은 신속한 분석과 실행 가능한 통찰력을 제공함으로써 아마존의 글로벌 운영 전반에 걸친 탈탄소화 전략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AI는 아마존이 전력 사용을 예측하고 재생에너지 공급 시점에 맞춰 업무를 조정해 운영 배출을 줄일 수 있게 도우면서, 데이터센터 운영에서도 큰 변화를 이끌고 공급망 전반에 투명성을 더한다고 두 사람은 덧붙였다. 또 실시간 분석을 통해 과잉 포장이나 고배출 운송 경로를 식별하고, 파일럿 프로그램에서 자원 사용을 최대 20% 줄이는 성과도 거뒀다고 전했다.

아마존은 이 밖에도 ‘지속가능성 액셀러레이터(Sustainability Accelerator)’ 프로그램을 통해 에너지·물·폐기물 분야의 기후 기술 스타트업을 지원하며, AI 활용이 글로벌 차원의 해결책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학계와 유엔, AI 활용 가능성 및 위험 경고

하버드 연구진도 AI가 기후변화 대응에 미칠 긍정적 영향에 주목했다.

18일 열린 ‘하버드 기후 행동 주간’ 패널에서 T.H. 챈 보건대학원 연구진은 AI가 기후와 건강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다만 AI의 확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환경적 위험에 대한 우려도 잊지 않았다.

암루타 노리-사르마(Amruta Nori-Sarma) 하버드 T.H. 챈 보건대학원 기후·건강·글로벌 환경 연구센터 부소장은 AI가 오염과 기후변화로 불균형적으로 피해를 입는 인구집단을 파악하고 자원을 전략적으로 배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시에 역사적 데이터 속 편향이 재생산될 수 있는 위험을 지적하며, “AI 모델을 누가 만들고 어떤 데이터가 사용되며 누구에게 접근 권한이 주어지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클라우디오 바틸로로(Claudio Battiloro) 박사후 연구원은 AI의 성장 속도가 플라스틱 산업의 역사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이 환경 영향을 인식하기 전에 사회 전반에 퍼진 것처럼 AI도 현 시점의 선택이 장기적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경고다.

다만 그는 “AI는 아직 플라스틱이 아니다”라며, 적절한 규제와 지속가능한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같은 문제를 피하고, AI를 환경 보호에 도움을 주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이먼 스티엘(Simon Stiell)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은 AI가 기후 대응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단, 정부의 적극적 규제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연설에서 “AI는 완성된 해법이 아니며 위험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정부가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에너지 소비를 관리하고, AI 플랫폼을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며, 효율성을 높이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를 제대로 활용하면 인간의 역량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할 수 있다”며, 마이크로그리드 운영, 기후 위험 지도화, 회복력 있는 계획 수립 등 실제적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AI가 전력, 교통, 식품 소비 분야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경우, 2035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연간 32억~54억 톤(이산화탄소 환산 기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지난 6월 발표된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Grantham Research Institute on Climate Change and the Environment)와 글로벌 컨설팅 기업 시스템이크(Systemiq)의 공동 연구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AI는 단순한 기술적 도구를 넘어 기후위기 대응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잠재력이 크다”면서도 “다만 사회적·환경적 책임을 고려한 규제와 활용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