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시선] '초거대 AI' 시대, 가속페달 밟기 전에 ‘계기판’부터 달아야
녹색전환연구소, 국내 6개 기업 데이터센터 환경영향 22개 지표로 평가 전력, 물사용효율 등 핵심지표 공개 미흡...재생E 이용률 0.05%~6.82% '3대 AI강국' 꿈 부풀어 있지만 환경 전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실정 지표 공개기준 및 핵심지표 목표관리 가이드라인 등 제도 마련 시급
현재 인류는 AI가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AI 시스템에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전력, 물 등 자원 사용이 현재 추세보다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3년 대비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6배 수준이 될 것이고, AI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약 19%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인간 활동의 급속하고 광범위한 증가와 그것이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 ‘거대한 가속(Great Acceler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AI로 한정하면 이 용어가 부족해 보인다. 현재 글로벌 차원에서 우리 사회는 ‘거대한 AI 가속(Great AI Acceleration)’으로 이미 접어들었다.
국내 기업들이 AI 시스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고, AI 서비스 강화는 데이터센터 증설로 이어졌다. 데이터센터의 환경 영향 비중은 절대적이다. 온실가스 배출량만 본다면, 네이버의 경우 2024년 데이터센터 배출량은 10만6854톤으로 스코프1(Scope 1)과 스코프2(Scope 2)중 차지하는 비율이 83.8%다. 카카오 역시 2024년 데이터센터 배출량은 8만9694톤으로 88.6%를 차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로 인한 환경 영향은 향후에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5년 2월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2023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5TWh이었는데, 2027년에는 수요를 14.8TWh로 잡고 있다. 이는 4년 동안 매년 31.2% 성장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사용 폭증이 이제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AI 경쟁력 확보와 서비스 확대를 집중적으로 내세울 뿐, AI 인프라가 초래할 환경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 공개나, 선제적 대책은 상당히 미흡한 편이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최근 ‘AI시대, 데이터센터 환경 영향 관리방안 : 국내 기업의 현주소와 과제’ 리포트를 발간했다. 이를 통해 네이버, 카카오 등 6개 기업의 데이터센터 환경 영향을 온실가스 배출, 전력 소비, 재생에너지 사용, 물 사용, 생물다양성, 친환경 건물 인증, 폐열 회수 등 6개 분야에 걸쳐 총 22개 지표로 구분하여 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기업들은 해외 빅테크 기업 대비 지표 공개 항목이나 수준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6개 기업에 대해 22개 데이터센터 지표 평가
해외 빅테크 기업들은 2010년대 초부터 Scope 2 온실가스 배출을 재생에너지 구매를 통해 크게 줄였다. 전반적으로 2010년대 초반부터 ‘지역 기반’과 ‘시장 기반’(재생에너지 구매 반영) 배출량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애플은 2011년 이전부터,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는 2012년부터, 그리고 메타는 2016년부터 분리되기 시작했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는 2011년(116.4만 톤) 대비 2024년 배출량이 지역 기반(995.5만 톤)으로는 855%로 큰 폭으로 증가하였지만, 시장 기반(25.9만 톤)으로는 22.3%로 크게 줄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2024년 배출량은 지역 기반 대비 시장 기반 배출이 2.6%에 불과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해외 빅테크 기업의 Scope2 배출량 추이 (2011~2024년)
그러나 국내 기업의 Scope 2 관련 지역 기반과 시장 기반 배출량 그래프는 마치 하나의 직선처럼 겹친다. 조사 대상 국내 기업의 녹색 프리미엄을 제외한 재생에너지 구매 비율은 0.05%~6.82%로 크게 낮았다.
국내 기업의 Scope2 온실가스 배출 추이 (2018~2024년)
국내 기업의 전력 관리 또한 공개 수준이 미흡했다. 데이터센터 관련 가장 많이 관리하는 지표는 PUE다. 전력사용효율을 나타내는 지표인 PUE(Power Usage Effectiveness)는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을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와 같은 데이터센터 IT 장비의 전력 소비량으로 나눈 비율로, 1에 가까울수록 좋다.
PUE를 구체적으로 공개해오고 있는 기업은 삼성SDS와 LG CNS이며, 네이버와 카카오는 대략적인 수치를 공개하고 있다. 반면 KT cloud나 SK브로드밴드는 기업 평균 PUE 데이터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내 기업의 PUE 현황
데이터센터 물 관리 관련해서는 대표적인 지표가 WUE(Water Usage Effectiveness)다. 데이터센터에서 소비되는 물의 양(L)을 IT 장비가 소비한 에너지량(kWh)으로 나누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2022년 대비 2030년에 WUE를 40%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리고 2024년에 WUE를 0.30 기록하면서 2022년 대비 18% 줄였다고 발표했다. 반면 우리나라 조사 대상 기업 중 WUE 수치를 공개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물론 WUE 목표도 찾을 수 없었다.
전력사용효율, 재생에너지 비율 등은 목표 관리해야
AI 및 데이터센터가 야기하는 환경 영향을 관리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수집과 공개가 전제되어야 한다. 나아가 핵심 지표에 대해서는 중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 수준을 모니터링해야 한다. 기업, 정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유럽연합은 2023년 개정된 에너지 효율 지침(Energy Efficiency Directive, EED)을 통해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성능 모니터링 및 보고를 의무화하였다. 독일은 2023년 11월 ‘독일 에너지 효율법(Energieef fizienzgesetz, EnEfG)을 통해 PUE, 재생에너지 비율, 에너지 재사용 비율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데이터센터 관련 정보 공개 및 모니터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에게 에너지 및 환경 성능 지표를 정기 보고하도록 하는 의무가 없다. 일부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몇몇 수치를 공개하고 있으나, 공개 지표가 한정적이고 산업 전반의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어 정부나 시민사회가 업계 현황을 파악하고 비교·감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도 데이터센터 부문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고 있어, 이 부문의 배출량이 얼마나 증가하고 있는지 공식 통계로 알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AI 및 데이터센터는 국가 에너지 계획의 핵심 주제 중 하나로 정부 차원에서 지표를 관리해야 한다.
둘째, 데이터센터 핵심 지표를 선정하고 이에 대해서는 목표 관리를 해야 한다. 현재 법령이나 행정지침 상으로 데이터센터의 PUE를 규제하는 조항이 없고, 목표 및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명확한 이행 계획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다. 가장 기본적인 PUE, 재생에너지 비율만이라도 일정한 기한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 계획과 정책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데이터센터의 재생에너지 사용 등 친환경성 제고를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산업부는 2024년 12월 전력계통영향평가 제도 시범 운영에 따른 절차 변경을 공고했다. 신규로 10MW 이상 전기를 사용하거나 기존 전기사용자 중 추가로 10MW 이상 사용하려는 경우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평가 하는 절차를 두는 것으로, 일찍이 마련되었어야 할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의 평가 항목에는 해당 시설의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를 고려하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PUE 관련해서도 ‘전력 사용 효율화 계획’만 평가한다.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 시 인근 전력계통에 미칠 부하 영향은 평가하나, 그 전력 수요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계획인지에 따른 차별화가 없어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장려하거나 요구하는 인센티브 구조가 결여되어 있다. 핵심 지표에 대해서는 이에 대한 개선을 이끌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해외 빅테크 기업의 환경 영향의 증가세가 가팔라지기 시작한 시점은 대략 2010년대 중반부터다. 우리나라는 이제 ‘거대한 AI 가속’ 시작 단계에 와 있다. 그런데 AI 3대 강국에 대한 꿈은 부풀어 있지만 여기에 환경 전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엑셀러레이터를 밟기 전에 최소한 계기판부터 달아야 한다. 기업은 데이터센터 환경 영향 관련 지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핵심 지표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목표를 제시해야만 한다. 정부 역시 인센티브 외에 일부 핵심 지표에 대해서는 규제를 포함한 제도화로 이를 이끌어야만 할 것이다.
[녹색전환연구소 서진석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