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태광산업 EB 발행 잇단 철회...시장 부정적 반응에 굴복

개정 상법 시행 앞두고 막차타기 'EB 발행 꼼수' 결국 불발 EB 발행 자사주 ‘현금화’ 시도에 시장선 “가치 희석” 우려

2025-10-01     김대우 기자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경.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내년 주주충실 의무를 확대한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KCC와 태광산업이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을 시도하다 주주들의 강력한 반발과 주가하락에 막혀 결국 철회했다. 주주가치 희석 우려를 제기하며 냉담한 반응을 보인 시장에 굴복한 셈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KCC는 지난달 24일 자사주 153만2300주(전체 발행주식의 17.24%) 활용한 계획을 발표했다가 6일 만인 지난달 30일 자사주 활용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KCC의 자사회 활용계획은 소각 35만주,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30만주, 교환사채 발행 88만2300주였다. KCC는 EB 발행을 통해 약 43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조달 자금은 2019년 미국 실리콘사업체 모멘티브 인수로 증가한 차입금 상환용이었다.

회사측은 “주주가치 제고와 기업경쟁력 강화라는 두 목표를 균형있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시 당일 KCC 주가가 11.87% 급락할 정도로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특히  자사주 EB 발행이 가장 큰 반발을 샀다. 자사주는 통상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사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EB는 만기 시 자사주로 교환 가능한 채권으로, 실질적으로 자사주 매각과 유사한 효과를 낳는다. 소각되지 않은 자사주가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당연히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특히 KCC가 시가총액에 맞먹는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활용하지 않고 자사주부터 활용한 점에 비판이 집중됐다. KCC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10.01%(1700만9518주)는 3조원이 넘는 가치를 가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삼성물산의 2대 주주다.

라이프자산운용은 KCC에 주주서한을 보내 “자사주가 아닌 비핵심·저수익 자산인 삼성물산 지분을 활용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LS증권도 “삼성물산 지분 유동화가 기관투자자들의 오랜 요청 사항이었다”며 “자사주 EB 발행은 투자자 관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KCC는 삼성물산 지분 활용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못해 시장의 불신을 자초했다.

앞서 태광산업도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 발행 계획을 추진하다 접었다. 지난 6월, 태광산업은 자사주 27만1769주(전체의 24.41%)를 교환대상으로 한 EB 발행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주가치 희석 우려를 제기하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이를 기각했지만, 태광산업은 주주 신뢰 회복을 이유로 EB 발행 계획을 철회했다.

태광산업은 “주주들의 우려와 가처분 신청 등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주주와 회사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내년 상법 시행 전에 막차를 타려는 시도로 풀이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자사주 처분 시 기존 이사회 승인 요건에 더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요구한다. 자사주 매각 문턱이 높아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