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어머니' 제인 구달 별세...환경ㆍ생태 보존에 놀라운 유산 남겨

현장 관찰연구로 침팬지가 도구 사용‧제작 확인 영장류 연구 혁신, 연구방법론에 혁명 일으켜 환경운동가로 생태계 보존과 동물실험 금지 노력 CNN “동물 이해 넓히고 여성 과학자 선입견 타파”

2025-10-02     채인택 기자
2013년 칠레를 방문한 제인 구달이 동물재활센터에서 원숭이를 껴안고 있다. [AFP=연합뉴스]

[ESG경제신문=채인택 전문기자] 1960년부터 침팬지를 연구해온 영국 출신의 세계적 동물학자이자 생태보존‧환경 운동의 선구자인 제인 구달이 1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별세했다. 91세.

그의 이름을 딴 ‘제인 구달 연구소’는 이날 홈페이지에 “‘자연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옹호자’인 구달이 강연 투어를 위해 캘리포니아에 머물다 자연사했다”고 밝혔다. 

1960년 탄자니아에서 연구 시작

가디언에 따르면 193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구달은 1960년 인류학자이자 고생물학자인 루이스 리키 박사의 요청으로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의 곰베 스트림 국립공원에서 침팬지 연구를 시작했다.

장기간의 현장 연구를 통해 인간이 아닌 침팬지도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만들기도 하며, 감정을 표현하고, 사회생활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도구 사용 등의 특성이 인간의 전유물이라는 통념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연구과 관찰을 통해 침팬지는 채식을 할 것이라는 고정관념도 무너뜨렸다.

1989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야생기금 행사에서 자신이 연구한 침팬지 사진을 배경으로 앉아 기자들을 만나고 있는 제인 구달 박사. 구달은 열정적인 환경운동가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AFP=연합뉴스]

열정적인 환경운동가로 활동

침팬지 연구 과정에서 야생 영장류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있음을 발견한 구달은 일찌감치 생태계 보존 운동과 환경운동을 전개했다. 이 때문에 그는 환경운동의 선각자로 꼽힌다.

아울러 동물을 동물원에 가두거나 의학실험을 위해 희생시키는 데도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그 덕분에 구달은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환경운동가로 명성이 높다.

유엔은 구달의 사망을 애도하며 “그는 지구와 그 안에 사는 모든 생명체를 위해 쉼 없이 일했으며, 인류와 자연을 위해 놀라운 유산을 남겼다”고 삶을 평가했다. 유엔은 이미 2002년 그를 ‘평화의 메신저’에 임명했다. 2004년 대영제국 훈장 4등급을, 2025년 미국 대통령 자유훈장을 각각 수훈했다.

제인 구달 연구소는 설립자인 구달에 대해 “동물행동학자로서 그의 발견은 과학에 혁명을 불렀다”며 “그는 자연세계의 보호와 복원을 위해 지칠 줄 모르고 헌신했다”라고 기렸다.

이 연구소는 1977년 구달이 침팬지 종의 보호와 동물과 환경을 위한 청소년 프로젝트를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했으며, 현재 전 세계 25개국에 직원을 두고 있다.

2023년 12월 프랑스 파리의 뮈제 그래뱅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딴 왁스 작품 제막식에 참석한 제인 구달.[AFP=연합뉴스]

“현장연구로 동물 행동과 감정에 대한 이해 넓혀”

침팬지에 대한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구달은 오랜 연구를 통해 영장류와 인간 행동의 유사성을 입증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관련 연구에 혁명을 일으킨 과학자로 평가받는다. 그 결과 동물행동학자이자 침팬지 연구가, 그리고 인류학자로 불린다.

CNN은 구달의 침팬지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동물의 행동과 감정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현장 관찰 연구라는 그의 연구방법론은 과학자들이 동물을 연구하는 방식을 바꾼 것은 물론, 여성 과학자에 대한 선입견까지 무너뜨리면서 학계 전반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고 소개했다.

그는 서식지인 숲을 누비며 침팬지를 직접 관찰했으며, 각각의 침팬지들에게 번호 대신 이름을 붙이고 성격과 감정을 세세하게 기록했다. 침팬지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 이런 연구 방법론은 동물행동학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인류학자인 리키 박사가 인류 진화를 더 잘 이해하려면 영장류의 자연 서식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구달을 탄자니아에 보내 침팬지 연구를 맡겼다. 리키 박사가 고릴라 연구를 맡긴 다이앤 포시와 오랑우탄 연구를 의뢰한 비루테 갈디카스는 구달과 함께 ‘리키의 천사들’로 불린다. 1970년대 인기 TV 시리즈 ‘미녀 삼총사’에서 따온 용어다.

제인 구달이 1974년 남편 바론 휴고 반 라윅과 함께 탄자니아에서 야생 동물을 촬영하던 중 침팬지가 카메라를 신기한 듯 살피고 있는 모습. 구달이 1964년 결혼한 반 라윅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 감독이다. [AFP=연합뉴스]

다큐 감독 반 라윅과 결혼

리키 박사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협회에서 구달의 연구비를 확보했으며,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1962년 다큐멘터리 감독  바론 휴고 반 라윅을 탄자니아에 보내 구달의 침팬지 연구를 기록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구달은 반 라윅과 사랑에 빠졌다. 1964년 결혼한 두 사람은 3년 뒤 아들을 얻었다.

학사 학위도 없이 탄자니아에서 연구활동에 몰두했던 구달은 1964년 케임브리지대 뉴넘 칼리지에서 이학사 학위를, 1966년 케임브리지대 다윈 칼리지에서 행동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남편과 함께 설립한 곰베 스트림 연구센터에서 진행한 침팬지 연구를 바탕으로 박사 학위 논문을 완성했다. 그 뒤 평생에 걸쳐 침팬지 연구와 환경운동을 계속해왔다.

#탄자니아, 세렝게티 초원과 칼리만자로 유명

구달이 1960년 야생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침팬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동아프리카 탄자니아는 영국으로부터 1961년 독립한 대륙 쪽 탕가니카(엣 독일 식민지로 제1차 세계대전 뒤 영국에 장악)와 1963년 독립한 섬나라 잔지바르가 1964년 통합한 나라다.

다양한 기후대가 분포하는 탄자니아에는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지질다양성에 중요한 세렝게티, 킬리만자로 등 17개의 잘 보존된 국립공원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응고롱고로 등 보호구역, 보존구역, 해양공원이 다수 지정돼 있다. 한국인에게 세렝게티는 야생 동물의 생태를 생생하게 그린 각종 다큐멘터리로, 킬리만자로는 아프리카의 만년설과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