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D·CSDDD 추가 완화안 유럽의회 법사위 통과…적용 대상 더 축소
직원수 5000명 초과 및 매출 15억 유로 초과 기업으로 제한 내주 최종안 두고 유럽의회-이사회 간 협상, 연내 완결 목표
[ESG경제신문=김현경 기자] 유럽연합(EU)이 도입한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과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의 적용 대상을 더 완화하는 개정안이 유럽의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CSRD와 CSDDD 등의 지속가능성 규제 단순화를 위한 옴니버스 패키지를 공개했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뉴스 등에 따르면 유럽의회 법사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EU집행위의 옴니버스 패키지보다 규제가 더 완화된 방안이다.
해당 논의를 이끈 유럽국민당(EPP)의 요르겐 외본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개정안이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유럽의회와 EU이사회가 개정안을 두고 최종 협상에 돌입할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최종안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규제 대상 얼마나 줄였나
핵심 내용은 규제 적용 대상을 대폭 축소하는 것으로, 개정안에는 CSDDD 적용 대상을 직원수 5000명 초과 및 매출 15억 유로 초과 기업으로 제한하는 안이 담겼다.
집행위가 제안한 옴니버스 패키지의 EU 기업 기준 직원수 1000명 초과 및 연매출 4억5000만 유로 초과 기준과 비교해 개정안은 직원수와 매출 기준이 대폭 축소됐다. CSDDD에 따른 기업의 전환 계획 이행 의무와 EU 차원의 통일된 민사 책임(civil-liability) 제도 도입도 제외됐다.
CSRD 적용 대상은 직원수 1000명 초과 및 매출 4억 5000만 유로 초과 기업으로 완화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개정안은 금융 지주사와 상장 자회사들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옴니버스 패키지가 제시한 직원 1000명 초과 및 매출 5000만 유로 또는 자산 총액 2500만 유로 초과 기업에서 직원수는 동일하나 매출 기준이 조정됐다.
다국적 로펌 로프&그레이(Ropes&Gray)는 10일자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의회안에 따른 규제 추가 완화 시 적용 대상 기업 수가 CSDDD는 약 90%, CSRD는 약 70% 감소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밝혔다.
EU 일부 기업 CSDDD 폐지 촉구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외본 의원은 “EPP의 목표는 언제나 기업을 위해 규제를 단순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었다”며 “오늘의 표결은 예측 불가능한 세상 속 기업들에게 더 큰 예측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해당 개정안을 제안한 다수당이자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은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D)과 자유당 리뉴유럽(Renew Europe)과 개정안에 대해 합의에 도달했다. EPP는 이 개정안을 지난 6월 유럽의회에 최초 제안했다.
블룸버그뉴스는 이번 표결이 유럽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수개월간 로비를 벌여온 기업 단체들의 활동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의 토탈에너지, 독일 지멘스를 비롯한 유럽 주요 기업 46곳은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독일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CSDDD 등 지속가능성 규제를 폐지해 달라고 지난 9일 촉구했다. 독일 메르츠 총리와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도 지난 5월 CSDDD를 폐기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비영리단체 클라이언트어스(ClientEarth) 아만딘 반 덴 베르헤 선임변호사는 로이터통신에 “해당 개정안이 최종 채택된다면 이 법은 단기적 정치적 편의를 위해 본래 목적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유럽의 책임 있는 비즈니스의 주춧돌이 정치적 협상용 지렛대로 변질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기업 지속가능성 NGO 프랭크볼드(Frank Bold)의 수산나 아루스 EU 담당 매니저는 “필수 데이터의 접근성을 제한함으로써 EU는 경쟁 우위를 스스로 훼손하게 될 것"이라며 "청정 기술을 확장하고 에너지 효율성 및 자원 자립과 같은 EU의 전략적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고품질·대규모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