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보여준 오너경영의 힘...과감한 미래 사업구조 개편에 투자자 환호

자동차 전장, AI 등 ' 디지털 사업전환 ' 속도전에 LG 주가 최고 상승률. 공격적 M&A와 해외합작으로 경영 반경 확대...오너 중심 거버넌스의 강점 부각

2021-01-21     조윤성 선임에디터
그래픽=이코노텔링 특약

[ESG경제=조윤성 선임에디터] LG그룹 주요 계열사와 지주사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올들어 대기업 계열 중 최고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경쟁력이 약한 사업은 과감히 버리거나 축소하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사업구조 재편 의지에 시장이 환호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LG전자가 20일 '돈먹는 하마'였던 스마트폰 모바일(MC) 사업부에 대해 매각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데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제 살을 까는 변신 노력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이다.

구광모 LG 회장은 2018년 취임 이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기존 가전·화학 등 주력 사업 외에 인공지능(AI), 로봇, 전장, 전기차 배터리 등을 새로운 핵심 사업으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LG전자가 최근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이하 마그나)과 함께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것도 전장사업을 주요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세계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와 첨단 전자장치가 탑재된 자율주행차로 급속히 전환하고 있다.

LG그룹은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부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파워트레인, 차량용디스플레이, 차량 통신·조명용 부품을 아우르는 종합 전장회사로 거듭났다. 이 분야에서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환경을 갖춘 것이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미국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1에서 열린 마그나 프레스 행사에서 "우리 목표는 산업계의 선도적 자동차 부품 및 솔루션 공급사 중 한 곳이 되는 것"이라며 "자동차산업이 LG의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의 핵심 동력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디지털 전환에 맞춰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TV 광고·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알폰소'(Alphonso Inc.)를 인수해 기존 가전·TV·부품 등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군에서 소프트웨어 사업을 접목함으로써 또다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

LG가 전장과 함께 공들이는 부문은 AI와 로봇이다. LG그룹은 7일 LG전자·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16개 계열사가 참여하는 인공지능 전담 조직인 'LG AI 연구원(LG AI Research)'을 출범했다.

세계적인 AI 석학이자 구글의 AI 연구조직 '구글브레인' 출신인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학교 교수를 영입했다. 이 교수는 업계 처음으로 신설된 '최고 AI사이언티스트(CSAI·Chief Scientist of AI)'란 직책을 맡았다.

재계는 LG전자가 조만간 전장과 AI·로봇 등 분야에서 추가적인 인수합병(M&A)이나 합작법인 설립 등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한다. MC사업부에 대한 매각이 유력해 보이는 가운데, 이 매각대금을 전기차 등 친환경차 부품 등 전장사업과 로봇 사업 등을 키우는 데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LG의 과감한 사업구조 개편은 오너가 전략적 판단을 내리는 한국형 기업 지배구조의 강점에서 나온 것"이라며 "일본 기업이라면 불가능한 결단"이라고 평가한다. 

물론 오너 경영자들이 항상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회사내에 ESG위원회 등을 두고 치열한 내부 검증을 거치는 한편 외부 투자자들과 열린 자세로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