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액공제 종료, 美 전기차 시장 질주에 브레이크?
3분기 사상 최대 판매에도 구조적 회복은 미지수 세액공제 종료 전 구매 러시, 4분기 판매 감소 우려 주요 완성차 업체, 전기차 시장 전망 잇달아 하향
[ESG경제신문=이진원 기자] 미국 전기차(EV) 시장이 3분기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지만, 이러한 성장세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매 호조가 9월 말 연방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를 앞두고 소비자들이 혜택을 받기 위해 서두른 ‘마지막 구매 러시’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한다. 이미 예상됐던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켈리블루북(Kelley Blue Book)에 따르면 3분기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전분기 대비 40.7%, 전년 동기 대비 29.6% 증가했다. 이러한 기록은 이전 최고치였던 2024년 4분기 증가율 약 20%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특히 전기차는 이제 전체 자동차 판매의 10.5%를 차지하며 사상 처음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했다.
3분기 EV 판매 급증, 기록 경신했지만 단발성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가 구조적 성장보다는 세액공제 종료라는 단발성 요인에 기인했다고 지적한다. 공화당 주도의 정책 변경으로 9월 말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가 종료되자, 많은 소비자가 혜택 만료 전 구매를 서두르면서 판매가 일시적으로 급증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부 제조사와 주 정부가 자체 지원책을 연장했지만, 4분기 판매 감소는 불가피할 것이란 뜻이다.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는 10일 올해 4분기와 2026년 초 미국 전기차 판매가 눈에 띄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액공제 종료 이후 수요가 일시적으로 꺾일 가능성이 크며,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신차 출시 계획을 일부 축소했다는 걸 부정적 전망의 이유로 들었다.
이 회사의 산업 인사이트 담당 스테파니 발데즈 스트리티 이사는 “연방 세액공제는 전기차 보급의 핵심 촉매제였으므로 이 혜택의 종료는 중대한 전환점을 의미한다”면서 “이번 변화는 전기차 시장이 자체적인 기반만으로 성장할 만큼 성숙했는지, 아니면 더 확장하기 위해 여전히 지원이 필요한지를 시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완성차 업체, 4분기 전망 하향 조정
미국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잇달아 전기차 시장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세액공제 종료뿐 아니라 소비자 신뢰 약화와 자동차 시장 전반을 압박하는 경제 불확실성 때문에 향후 전망을 낙관하기 힘들다는 게 이유다.
제너럴모터스(GM)는 14일 전기차 사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16억달러(약 2.3조원) 규모의 손실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GM은 세액공제 종료를 원인으로 들었다. GM은 공시에서 “미국 정부의 최근 정책 변화, 즉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일부 세제 혜택 종료와 배출가스 규제 완화로 인해 전기차 채택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포드 역시 테네시주에 계획 중이던 전기차 공장 건설 일정을 연기했다. 포드는 로이터에 “시장 수요와 고객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신차 출시 일정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인 테슬라 역시 매출 부진으로 성장 전망이 흔들리고 있다. 테슬라는 2분기 판매가 전년 대비 약 13% 감소했다. 일론 머스크 CEO는 향후 “몇 분기 동안은 거친 시기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NBC 뉴스는 이 같은 흐름은 미국이 ‘자동차의 미래’로 불리는 자동차 산업의 전기차 전환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에서는 이미 2024년 7월을 기점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내연기관차를 공식적으로 추월하고, 중국과 주변 아시아 국가에서는 치열한 제조 경쟁 덕분에 전기차 가격이 미국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으며,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양상이라는 것이다.
모닝스타의 데이비드 위스턴 자동차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는 “(3분기 판매가 살아났지만) 전기차 보급률이 정체 상태에 있다”며 “당분간 이 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2분기 미국의 신규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6.3% 감소했다. 콕스오토모티브는 “전기차 성장세의 궤적이 꺾였다”며 “3분기에는 세액공제 만료를 앞둔 일시적 수요 증가로 판매가 반등했지만, 이는 구조적 회복이라기보다 ‘마지막 혜택을 잡기 위한 구매 러시’”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