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크레딧 판매 부진, 테슬라 실적 흔들 중대 변수되나
3분기 실적 부진, 탄소 크레딧 판매 수익 감소 큰 영향 유럽 판매 둔화와 미국 배출 규제 완화로 수익 타격 월리엄 블레어 “2027년 테슬라 탄소 크레딧 수익 ‘제로’"
[ESG경제신문=이진원 기자]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3분기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탄소 크레딧(탄소 배출권) 판매 수익 급감을 꼽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우려했던 대로 탄소 크레딧 판매 수익 감소가 테슬라 실적 부진의 핵심 변수임이 확인된 것이다. 전통 자동차 제조사들의 무배출 또는 저배출 차량 생산 확대로 테슬라의 탄소 크레딧 수익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왔다. 하지만 지금처럼 감소 속도가 빠를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연초 유럽 시장에서 터진 머스크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판매 둔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올여름 미국 정부의 배출 규제 완화 조치도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탄소 크레딧 판매 둔화 기대 못 미친 실적 발표에 영향
테슬라는 22일(현지시간)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하며 1~2분기 연속 매출 감소 부진을 털고 3분기 성장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주당순이익은 전망치인 54센트에 못 미치는 50센트에 그쳤고,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40% 줄며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3.73% 급락했다.
테슬라는 치열해진 전기차 업계 경쟁 속에서 지속적인 가격 인하와 생산비 상승 외에도 탄소 크레딧 판매 수익 둔화를 이번 분기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테슬라의 3분기 탄소 크레딧 판매 수익은 4억 1700만달러(약 6,000억원)로, 전 분기 대비 5% 줄어들며 5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3분기 수익은 2021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탄소 크레딧은 전기차를 판매하는 기업이 남는 배출권을 내연기관차 위주의 완성차 업체에 판매해 얻는 수입으로, 그동안 테슬라 수익성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테슬라 입장에서는 규제 덕분에 ‘손쉽게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easy money)’이었던 셈이다. 탄소 크레딧을 만드는 데는 돈이 전혀 들지 않기 때문이다.
작년에만 해도 테슬라는 탄소 크레딧으로 27억 6000만 달러(약 4조원)라는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54% 증가한 수치다. 즉, 한 해 사이에 탄소 크레딧 수익이 절반 이상 급증한 것이다.
두 가지 대형 악재에 탄소 크레딧 판매 부진
하지만 연초부터 탄소 크레딧 판매 수익에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첫 번째 이유는 테슬라의 유럽 판매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연초 유럽 시장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자, 탄소 크레딧 판매 수익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 수익은 EU의 배출가스 규제를 준수하지 못한 자동차 제조사에 크레딧을 판매해 얻는 것으로, 테슬라에 중요한 현금 창구 역할을 해왔다.
머스크가 올해 2월 독일 연방선거를 앞두고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or Germany) 집회에서 독일의 나치 과거 청산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자,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테슬라 보이콧 움직임이 일어났다. 테슬라는 유럽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며 크레딧을 확보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지만, 판매 감소로 확보 가능한 크레딧이 줄면서 수익도 감소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미국 정부의 배출 규제 완화 결정이다. 올해 7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법안에 따라 2022년 모델 연도부터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연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벌금을 내거나 탄소 크레딧을 구매하도록 규정한 CAFE(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벌금을 부과받지 않게 됐다. 즉, 이제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이 테슬라로부터 탄소 크레딧을 구매할 필요가 없어졌다.
테슬라는 과거 CAFE 기준을 초과 달성해 확보한 탄소 크레딧을 다른 자동차 제조사에 판매해 상당한 수익을 올렸지만, 이번 규제 완화로 크레딧 수요가 급감하면서 수익 역시 크게 줄어들었다.
월리엄 블레어(William Blair) 분석가들은 테슬라의 탄소 크레딧 수익 중 약 4분의 3이 CAFE 기준에서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새 법안이 시행 직후 이들은 2025년 테슬라 크레딧 수익 전망치를 약 40% 낮춰 15억달러(약 2.1조원) 수준으로 조정했다. 이후 2026년에는 5억 9500만달러(약 8600억원)까지 급감하고, 2027년에는 사실상 수익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정책연구재단의 배트 오드게렐(Batt Odgerel) 이사는 “의회와 트럼프 대통령, 연방정부가 내연기관 차량(ICE)을 더 경쟁력 있게 만드는 반면, 전기차의 경쟁력은 낮추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테슬라는 탄소 크레딧 수익뿐만 아니라 시장 점유율도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테슬라가 직면한 과제는 명확하다. 탄소 크레딧 매출 둔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지 못하면 전기차 시장에서의 리더십 유지와 성장 전략 모두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투자자들은 이제 테슬라가 이 난관을 어떻게 돌파할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