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기업 ESG 전략 5대 핵심 트렌드'...미래학자 버나드 마르의 전망
정치적 격랑 속 기업의 ESG 관심 지속될 것 AI 윤리와 실질적 ESG 행동 중요성 확대 전망 순환 경제, 지속가능 경영의 새 표준 예상
[ESG경제신문=이진원 기자] 올 한 해 동안 정치적·규제적 변화는 ESG 이슈를 둘러싼 혼란을 가중시켰다. 한편으로 미국 정부의 급격한 정책 전환으로 수많은 기후 대응 및 사회적 포용성 확대 이니셔티브가 제동이 걸렸고, ESG라는 용어 자체가 정치적 논쟁거리로 부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월 대통령에 취임한 직후 파리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하고, 공화당이 장악한 텍사스, 플로리다 등 여러 주에서 연기금이나 공공 자금이 ESG 요소를 투자 결정에 포함하는 자산운용사에 투자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반(反)ESG 법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통과시킨 게 대표적 사례다.
다른 한편에선 다수의 선진국은 논란 속에서도 기업이 친환경적이고 공정한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하도록 ESG의 규제화와 제도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은 ESG를 기업의 의무 준수 사항으로 만들며 친환경·사회적 책임 경영을 실제로 구현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2026년은 ESG를 둘러싼 분열이 심화하는 해가 될 것인가, 아니면 이러한 격차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는 해가 될 것인가? 혹은 기후 재앙과 사회적 포용성을 무시했을 때의 충격이 ESG가 단순한 정치적 선택이 아닌, 현실적 비즈니스 필수 요소임을 증명하게 될까?
글로벌 미래학자이자 테크·비즈니스 분야의 전문가인 버나드 마르(Bernard Marr)는 4일(현지시간) ‘2026년 기업 비즈니스에 영향을 줄 ESG 트렌드 5가지’라는 제목의 글에서 내년 업계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5가지 ESG 트렌드를 제시하며 이러한 질문에 답했다.
그의 전망을 정리해 봤다.
1. 정치적 격랑 속 ESG에 대한 관심 지속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은 정치적 논쟁, 공공 여론, 규제 환경의 혼재 속에서 복잡한 환경을 헤쳐나가야 한다. 미국에서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ESG에 반대하는 정치적 목소리가 확산하는 한편, 캘리포니아 등 주요 주는 여전히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캘리포니아에서는 2026년부터 연간 매출 5억달러(약 7200억원)를 초과하거나 캘리포니아 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에게 기후 재무 위험을 격년마다 공시하도록 했다) 유럽에서는 우파 포퓰리즘 세력의 영향력 확대가 녹색 에너지 전환과 사회 정의 중심 정책에 대한 불신과 회의론을 낳고 있다.
하지만 ESG가 종말을 맞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수년간 여러 기업은 환경·사회적 문제에 대해 진보적 입장을 채택함으로써 분명한 성과를 보여줬다. 2026년에도 정치적 역풍 속에서도 ESG 목표 달성에 집중하는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과 경쟁 우위를 확보할 것이다.
2. ESG 평가에 AI 윤리 도입
AI 기술이 비즈니스와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고객·투자자·규제 기관은 AI의 책임 있는 사용을 좋은 거버넌스의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 특히 금융·의료 등 규제가 엄격한 분야에서는 기업이 AI로 인한 사회적·환경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투명성과 안전장치 보고 의무를 점점 더 강하게 요구받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따라 ESG 담당자는 알고리즘 편향(AI 시스템이나 머신러닝 모델이 특정 집단, 상황, 특성 등에 대해 일관되게 불공정하거나 차별적인 결과를 내는 경향) 가능성 등 AI 윤리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이해관계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3. 공허한 약속이 아닌 실질적 행동의 강화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허위·과장·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 즉 ‘그린워싱’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2026년에는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고 입법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에 대한 반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예를 들어 EU의 ‘그린 클레임 지침(Green Claims Directive)’은 기업이 ESG 관련 주장을 실질적 데이터로 뒷받침하도록 요구한다. 실제 성과와 불일치하는 ‘친환경 마케팅’은 고객과 투자자의 신뢰를 잃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4. AI 기반 ESG 모니터링과 보고 확대
ESG 데이터가 점점 복잡해지고, 이해관계자가 더 상세한 정보를 요구함에 따라 AI 기반 분석 및 보고 도구가 빠르게 활용되고 있다. IBM과 세일즈포스 등 주요 기업은 탄소 발자국 측정과 투명한 정보 제공을 지원하는 제품을 출시하며, 실시간 분석과 감사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그린워싱 논란을 방지하고, 고객은 기업의 ESG 활동이 자신의 가치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5. 순환 경제의 대세화
기업들은 이제 ‘버리고 교체하는(Dispose-and-Replace)’ 방식에서 벗어나 ‘수리·재사용·재활용(Repair, Reuse, Recycle)’ 중심의 제품 생애주기를 설계하고 있다. 2026년에는 이러한 순환 경제가 ESG 보고 지표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으며, 기업은 제품의 폐기 단계와 폐기물 감소 성과를 입증해야 할 것이다. 이는 환경에 좋을 뿐만 아니라 재료비 절감, 재판매·수리 서비스 등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열어주는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