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모두의 용기와 연대가 해법입니다”
영국 환경운동가 미카엘라 로치 캐나다 언론 인터뷰 저서 ‘It’s Not That Radical’ 통해 환경운동 방향 설파
[ESG경제신문=김도산 기자] “기후위기의 해법이 꼭 정치적 대응이나 법률과 제도를 통해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일상 생활 속에서 용기를 갖고 만들어낸 작은 변화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 확신합니다.”
영국의 청년 환경운동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영국 NHS의 의대생이기도 한 미카엘라 로치(Mikaela Loach)가 최근 캐나다 ESG 전문매체인 코퍼리트 나이트(Corporate Knights)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개인의 작은 용기와 집단적 행동이 어떻게 사회 구조를 바꾸고, 지속가능성 실천을 이끌어내는지를 경험담과 신념으로 풀어냈다.
로치는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에 이어 유럽에서 새롭게 떠오른 청년 환경운동가이다.
“용기란 두려울 때 발휘되는 가장 인간다운 힘입니다. 나부터 불확실성 속에서 한 발 내딛을 때 비로소 행동은 시작됩니다. 한 명이 움직이면 그 파급력은 상상 이상입니다.” 로치는 최근 각종 환경 캠페인 등을 활발히 이끌며,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혼자가 아닌 공동체의 힘’을 강조한다.
그가 최근 내놓은 책 『It’s Not That Radical』(그렇게 과격할 필요는 없다)에서도 “기후위기 해결은 나와 무관하거나 거대한 구조에 맡길 일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용기를 내어 맞서는 일”이라고 쓴 바 있다. 그는 “모두가 기후불안과 슬픔을 느끼지만, 심각한 상황일수록 서로 의지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생각과 실천은 한국 사회에도 새로운 기후 행동의 가능성을 던진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오늘 하루 조금 더 용기를 내는 것입니다. 기후와 인종, 사회정의의 교차점에서 나 역시 두려움을 느끼지만, 행동은 누가 대단해서 나서는 게 아니라 일상을 바꾸려는 작은 ‘조금씩의 용기’에서 출발한다고 믿습니다.”
로치는 원래 의대생으로 지중해 인명구조 의사가 되고자 했지만, 10년 전 기후정의 현장을 마주하며 팔로워 수십만 명의 환경운동가이자 교육자가 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운동은 아직 백인·중산층 중심으로 흐릅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피해자는 흑인과 소수자, 빈곤층입니다. 이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으면 진짜 해결책, 진짜 변화는 멀수밖에 없지요.”
지난달 영국 엘므리 자연보호구에서의 시간을 떠올리며 로치는 “자연 복원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던 경험이 현실과 희망이라는 두 개의 감정을 묶어줬다”고 말했다. 최근 캐나다에서 만난 기업 CEO, 유럽에서 강연을 듣고 진로를 바꾼 청년, 기후정의 자금 기획에 나선 재단까지, 로치의 메시지는 서구의 각계각층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책을 쓴 이유요? 일반인이 읽었을 때도 편안하고, 친구가 조용히 건네준 대화처럼 느껴졌으면 했어요. 기후위기는 어려운 용어, 정책적 수치만큼이나 울림 있는 대화와 연대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변화의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고도 그는 덧붙인다.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굶주리고, 폭격 속에 사라지는 장면을 본다면 누구나 깊은 슬픔에 빠지겠죠. 때로는 절망이 모든 행동을 가로막기도 합니다. 그런데 희망이란 현실을 인정할 때, 연대 속에 진짜 용기와 행동이 싹틉니다. 가끔은 서로의 불편함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해요. 저 역시 뉴욕에서 빌 게이츠재단 행사에 참석해, 사회적 불편함 가운데서도 꺼내야 할 말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어요.”
로치는 “기후위기는 모두에게 같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불평등과 차별, 식민주의의 유산을 증폭시키는 ‘위기의 증폭기’”라는 점을 강조한다. “같은 폭풍 속에 있지만, 각자 선박의 사정과 자원이 다르다”는 것이 그녀의 핵심 메시지다.
그녀는 채식, 일회용품 줄이기 같은 개인 실천을 넘어, 사회구조적 조직화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진짜 변화는 커뮤니티가 위기의 원인을 알고, 필요한 때 행동할 준비가 될 때 찾아옵니다. 미국이나 유럽 각국의 이민자 단속 현장에서 동네 주민들이 집단으로 행동해 이웃을 돕는 사례, 이런 것이 조직화의 힘입니다.”
청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지금 당장 가장 어렵고 두려운 일을 하라는 게 아니에요. 단 하루, 조금씩 더 용기를 내고 불편함에 적응하다보면 누구나 기후위기 대응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믿어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극단이 아니라 모두가 한 걸음 내딛는 해법입니다.”
로치는 자신의 역할을 영웅이 아니라 “연대와 조직, 매일 용기를 반복하는 평범한 행동가”라고 정의한다. 그녀가 꿈꾸는 미래는 ‘기후위기 극복 그 이상, 사회정의와 인종평등이 실현되는 연대 세상’이다.
“모두가 조금 더 용감해질 때, 거대한 변화는 시작됩니다.” 로치의 목소리는 이제 한국의 기후운동 현장에도 도전과 희망의 에너지로 전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