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낮 시간대 전기 무료 제공…태양광 과잉 전력 ‘공유 시대’ 열린다

내년 7월부터 시행...태양광 발전 붐으로 낮 시간대 전력 과잉 전 국민과 전력 ‘나누기’ 추진...새로운 전력 공유모델로 주목

2025-11-10     이진원 기자
 2025년 3월 12일 호주 시드니의 한 주거용 건물 지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모습. 로이터=연합

[ESG경제신문=이진원 기자] 호주 정부가 내년 7월부터 뉴사우스웨일즈,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 퀸즐랜드 남동부 지역의 가정과 기업에 하루 최대 3시간 동안 무료 전기를 제공하는 ‘태양광 공유(Solar Sharer)’ 정책을 시행한다.

이번 조치는 최근 몇 년 사이 태양광 설치가 급격히 늘면서 낮 시간대 전력이 과잉 생산되는 상황을 활용해 국민에게 직접 혜택을 돌려주기 위한 결정이다. 정부는 세 주에서 시범 운영을 거친 뒤 점진적으로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호주 기후변화·에너지부 크리스 보웬 장관은 “이제는 더 많은 호주인들이 전력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단계에 진입했다”며 “낮 시간대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밤 시간대 석탄·가스 발전 의존도를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주택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도 스마트 계량기만 있으면 누구나 정책에 참여할 수 있다. 정부는 무료 전기 제공 시간대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태양광 발전이 가장 활발한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가 유력하다. 참여 가구는 별도의 신청을 통해 해당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초기에는 약 20만 가구가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 발전 붐 혜택 누리는 호주 

호주에서는 현재 전체 가구의 약 3분의 1이 옥상 태양광을 보유하고 있다. 설치 비용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인 1킬로와트당 약 840달러(약 122만원)에 불과하다. 태양광 발전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낮 시간대 전력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도매 전력 가격이 0 또는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실제로 호주 전력시장운영기관(AEMO)은 과잉 전력으로 인한 전력망 불안정을 막기 위해 발전 제한 조치를 수시로 시행해왔다.

호주는 전반적으로 ‘햇빛이 많은 나라’로 여겨진다. 국토의 넓은 지역이 애리조나나 네바다 같은 미국 남서부 지역만큼 강한 일사량을 받는다. 하지만 실제로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곳은 대부분 시드니와 멜버른 같은 인구 밀집 지역 근처에 집중되어 있다. 이 지역들은 햇빛의 양이 미국 대부분 지역이나 남유럽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다시 말해, 인구가 많은 도시뿐 아니라 일조량이 훨씬 풍부한 내륙 지역으로 태양광 발전이 더 넓게 확산된다면 이번 정책의 효과와 적용 범위는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호주의 사례는 재생에너지 과잉 시점에 무료 전기를 공급하는 시도로는 처음은 아니다. 영국의 옥토퍼스 에너지는 ‘애자일(Agile)’ 요금제와 ‘세이빙 세션(Savings Sessions)’ 프로그램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이 급증하는 특정 시간대에 무료 전기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범 정책이 재생에너지 과잉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전력 소비 모델이자, 전력 공유를 통한 에너지 자립의 전환점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호주 국립에너지정책연구소 관계자는 “무료 전기 제공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수요를 낮 시간대로 이동시켜 전력망 안정성을 높이고 배터리 저장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적 접근”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