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중국, 브라질 주도 탄소시장 연합 참여...“규제적 시장 정책 개발”

탄소배출권 가격 하한제 도입 가능성

2025-11-10     이신형 기자
브라질 벨렘 COP 30 행사장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 AP=연합뉴스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유럽연합과 중국이 브라질이 주도하는 ‘규제적 탄소시장을 위한 개방형 연합체(Open Coalition for Compliance Carbon Market)’에 참여하기로 했다.

블룸버그뉴스와 플랫츠 마켓 데이터에 따르면 이 연합체에는 영국, 캐나다, 아르메니아, 잠비아, 멕시코도 참여한다. 프랑스와 독일도 EU와 별개로 참여를 결정해 연합체 참여국은 총 11개국이다.

브라질은 지난달 아마존 열대우림 도시 벨렘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30)에서 ‘탄소시장 통합을 위한 개방형 연합체(Open Coalition for Carbon Market Integration)’를 결성할 것을 공식 제안했고 7일 열린 COP 30 개막에 앞서 벨렘에서 열린 기후 정상회의에서 명칭이 바뀐 연합체 출범을 선언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으나, 연합체 구성을 통해 탄소 배출권 가격의 하한선을 정하고 회원국이 아닌 나라에서 회원국으로 들어오는 수입품에 대해서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적용하는 방안이 제시될 전망이다. 또한 개도국에 대해서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느슨하게 적용하는 방안도 포함될 전망이다.

COP 30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연합체는 국가별로 다른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조율해 시장의 유동성과 예측 가능성, 투명성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브라질은 이 연합체가 결성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효율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라질은 EU와 중국이 이 연합체에 참여하기를 희망해 왔으나, EU는 이 연합체 참여로 EU의 엄격한 규제 수준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EU는 7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EU는 COP 30 의장국인 브라질과 ‘규제적 탄소시장을 위한 개방형 연합체’ 결성 선언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해 왔다”며 이번 탄소 연합체에 대한 정상 선언이 “탄소 가격제와 시장 메커니즘이 국제적인 기후 행동과 개별 국가 차원의 기후 행동 계획 수립을 촉진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탄소 가격제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의 핵심 도구가 됐다”며 “브라질을 비롯한 뜻을 같이 하는 여러 파트너들과 (적절한) 탄소 가격 책정 작업에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하고 “성공의 열쇠는 올바르게 행동하고 함께 행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적 탄소배출권 시장 가격 책정 정책 개발 플랫폼 제공

EU는 이 연합은 “파리협정 목표 달성과 진전을 가능하게 하는 규제적 탄소배출권 시장과 탄소 가격 책정 정책을 개발하고 강화하기 위해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 현재 50개국 이상이 80개의 탄소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다. 탄소가격제는 탄소배출권 거래제(ETS)와 탄소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포함한다. 탄소가격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8%를 커버하고 있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EU ETS는 20년 전 도입된 이후 제도 적용 대상 부문의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 줄였고 배출권 유상할당 경매 수입은 2500억 유로 이상을 기록했다.

EU 집행위는 지난해 4월 탄소 가격제의 전 세계적인 확산을 위한 탄소 각겨제와 시장 외교 TF(Task Force for International Carbon Pricing and Markets Diplomacy)를 출범시킨 바 있다.

폰데어 라이엔 위원장은 COP 30 기후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탄소 가격제와 시장 외교 TF를 통해 다른 나라의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지원하고 있다”며 “탄소가격제는 가장 강력한 기후변화 대응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정부 구체적인 방안 준비...탄소 가격 하한제 도입 가능성

브라질 정부는 탄소가격제 연합 결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브라질 정부의 초안에는 탄소 감축에 대한 모니터링과 보고, 검증(MRV)을 위한 공통 기준 개발과 상호 인정 제도와 고품질 탄소 크레딧을 사용한 탄소 상쇄 기준 조율 등이 담겨 있다.

FT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관료 출신인 울프람 교수가 이끄는 경제학자 그룹이 브라질의 탄소가격제 연합 제안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울프람 교수가 이끄는 하버드대학과 MIT의 글로벌 기후정책 프로젝트(Global Climate Policy Project), GCPP)는 지난달 16일 전문가들과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에서 다자 기후연합(climate coalition) 결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브라질이 제안한 ‘탄소시장 통합을 위한 개방형 연합체’의 다른 이름이다.

보고서는 이 연합체는 파리협정이나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와 같은 다자 기구를 보완해 파리협정 목표 달성과 회원국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 강화, 국제적으로 조율된 산업부문의 탈탄소화 경로 제시 등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기후연합이 채택해야 할 핵심 정책 수단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0%를 차지하는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업종에 집중 ▲최소 탄소가격제(carbon price floor) 도입 ▲비회원국 제품에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적용해 회원국과 비회원국 기업의 동일한 탄소 배출 비용 부과 ▲연합체에 참여하는 저소득국과 중위소득국에 대한 저탄소 기술 지원과 기후 금융, 온실가스 감축 역량 강화, 시장 접근 혜택 제공을 제시했다.

철강과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업종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을 뿐 아니라 자동차나 건설, 농업과 같은 산업에 필수적인 원자재를 제공하는 산업이자 기후 정책의 국가별 불균형에 민감한 업종이다. 기후연합 결성 초기에 이런 업종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면 의미 있는 초기 배출량 감축을 달성하는 동시에 다른 산업으로 배출량 감축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회원국들이 상호 인정(mutation recognition) 메커니즘을 마련해, 국가별로 상이한 탄소가격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를 통해 탄소 가격 하한선을 정하면 회원국에 동일한 탄소 가격을 부과하는 균등 가격을 채택하거나 국가별 경제력 격차에 따라 탄소 가격을 차등화할 수 있으나, 어떤 방식을 채택해도 온실가스 감축량은 현재 정책이 유지될 때와 비교해 약 7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 세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0%와 캐나다 전체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과 맞먹는 규모다.

회원국의 자격에 대해서는 기후연합 초기에는 경제 규모가 큰 주요국과 탄소 다배출 산업을 보유한 나라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점차 더 많은 나라로 참여국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