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ESG 트렌드]⑤ESG 투자열기 지속...‘신뢰와 투명성’이 경쟁력

반ESG 기류 속에서도 글로벌 지속가능 투자 증가 전망 ESG 채권 발행 늘며, 기업의 녹색 자본조달 가속화될 듯 한국 ESG·유럽 CSRD공시 의무화 본격 시행

2025-11-11     이진원 기자
그림=제미나이 

[ESG경제신문=이진원 기자] 올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반ESG 공세가 거세지고 있지만 내년에도 ESG 투자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와 사회적 불평등 등 전 지구적 위기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은 평판 리스크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 ESG 원칙을 경영 전반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 역시 ESG 활동이 활발한 기업을 더욱 신뢰하고, 그러한 기업에 투자하는 추세가 강화될 전망이다.

PwC 글로벌 투자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자자의 79%가 투자 결정 시 ESG 리스크와 기회를 고려한다고 답했다. 이는 ESG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단순한 윤리적 선택이 아닌 리스크 관리와 장기적 수익성 확보의 핵심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ESG 펀드 증가세 이어질 전망

이런 추세를 반영, 한때 틈새시장으로 여겨졌던 ESG 펀드는 글로벌 금융에서 주요 세력으로 부상하며 수조 달러 규모의 운용자산(AUM)을 유지하고 있고, 내년에는 규모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10월 말 보고서에서 글로벌 ESG 자산운용 규모는 2026년까지 약 33.9조 달러에 달하며 전체 글로벌 자산운용의 21.5%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33.9조 달러는 2021년 18.4조 달러 대비 84%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이 기관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2026년까지 ESG 자산운용 규모가 1조 달러에서 3.3조 달러로 3배 이상 급증하고, 유럽에서도 2026년까지 19.6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뒤 파리기후협정을 재탈퇴하고, 기후공시 규제 철회 등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 규정 도입도 불확실한 상황이나 전 세계적 ESG 투자 흐름은 꺾이지 않을 것이란 뜻이다.

기업들, 적극적 ESG 활동으로 투자자 관심 유도할 듯 

탄소 순배출 달성을 약속한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2026년에도 기업들의 ESG 활동에 필요한 ESG 연계상품 활용도 계속해서 활성화될 전망이다.

현재 제조, 에너지·유틸리티, 금융, 기술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기업들이 전 세계적인 기후 목표에 발맞춰 탄소 순배출 달성을 약속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GDP의 92%, 전체 탄소 배출의 88%가 넷제로 목표를 포함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약 6,000개 기업이 넷제로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유니레버, 애플, 네슬레 등 글로벌 대기업들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자본 조달, 자원 배분, 공급망 전략을 넷제로 목표에 맞춰 조정하고 있다.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등 ESG 채권을 발행해 조달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2019년 100억달러 수준이던 ESG 채권 발행 규모는 2023년에 16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ESG 관련 금융을 통해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실질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SG 공시 보고 투자하는 시대 열린다

2026년은 국내외에서 ESG 공시 의무화가 본격화되는 전환점의 해가 될 전망이다. 기업들이 재무제표 수준의 투명한 ESG 정보를 공개하게 되면서, 투자자들은 이를 핵심 투자 판단 기준으로 삼고 비재무적 리스크와 지속가능성까지 평가하는 시대가 열린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코스피 상장사 중 자산규모 2조원 이상 기업은 ESG 정보 공시가 의무화된다. 이는 ESG 공시가 단순한 선택이 아닌 법적 요구사항으로 전환된다는 뜻으로, 앞으로 ESG 정보 공개는 재무공시만큼 중요한 기업의 필수 경영 활동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투자자들은 ‘ESG 점수가 높으니 투자하자’ 같은 단순한 형태에서 벗어나 리스크 관리와 기업의 지속가능성 검증 도구로서 ESG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지침(CSRD)을 본격 시행해 상장사들에게 ESG 관련 리스크와 기회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인권·환경·사회적 영향까지 포괄적으로 분석·공개하도록 요구함으로써 ESG 정보의 질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따라서 2026년은 CSRD 제도의 정착기가 될 전망이다. 올해 1단계로 기존 비재무보고지침(NFRD) 적용 대상인 대형 상장사와 금융기관이 우선 적용을 받았으며, 내년에는 이들이 제출한 첫 보고서가 공개될 예정이다. 이어 2026년부터는 2단계 대상인 NFRD 미적용 대규모 기업들이 처음으로 CSRD 보고서를 제출하게 되면서, 적용 기업의 범위가 대폭 확대되고 CSRD가 유럽 시장 전반에 뿌리내리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넷제로 선언과 ESG 공시 의무화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의 신뢰 확보를 위한 필수 경영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ESG 보고의 정교화가 향후 시장 점유율과 자본 유치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