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들, 기후 회복탄력성 투자 효과 전세계 평균 2배
기후 회복탄력성 투자 1달러당 12달러 수익 창출 가능 日 기업 82%, "환경리스크에 따른 유의미한 재무적 영향 있어" 기후 관련 비즈니스 기회 인식 수준 전세계 평균보다 높아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일본 기업들은 기후 회복탄력성(resilience)에 대한 투자를 통해 다른 글로벌 기업들보다 더 큰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세계 기업의 환경 영향과 투명성을 평가하는 비영리기구 CDP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지진과 홍수 등을 포함한 다양한 환경리스크에서 비롯된 공급망과 사업 운영 중단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의 홍수 피해 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10년간 약 520억 달러의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극심한 여름 폭염이 지속되면서 일본 정부는 노동자 보호를 위한 안전 기준을 더욱 강화했다. 이처럼 기후 관련 재난이 잦은 일본에서 “환경리스크는 곧 재무리스크”이며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될수록, 집중호우·산사태·토사 유출 등으로 인한 리스크와 그 경제적 영향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CDP는 전망했다.
日 기업, 기후 회복탄력성 투자 1달러당 12달러 수익 창출 가능
CDP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이 물리적 기후 리스크의 피해를 완화하기 위한 활동에 투자하는 경우 1달러당 12달러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CDP의 최고경영자(CEO)인 셰리 마데라는 “이는 매우 주목할 만한 결과인데, 전 세계 평균은 1달러당 6달러의 수익 창출이 예상되기 때문”이라면서 “일본 기업들은 실제로 리스크와 기회가 무엇인지 선도적인 방식으로 사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CDP의 공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에만 일본 기업들은 기후 관련 산업에서 총 1230억 달러의 재무적 이익을 보고했다. CDP는 “일본에서는 환경 리스크가 명확히 재무적 중대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으며, 기업의 82%가 (환경 리스크에 따른) 유의미한 재무적 영향이 있었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인 67%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일본 기업들은 기후변화와 관련된 위험을 여러 유형으로 구분해 보고했는데, 그 중 규제 관련 리스크가 27%로 가장 많이 보고됐다. 일본 기업들이 환경·기후 관련 규정이 강화되면서 발생할 비용·사업 변경 부담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SSBJ)는 지난 3월 자국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SSBJ Standards)을 발표하고 2027년부터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TSE Prime) 상장 기업 중 시가총액 3조 엔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지속가능성 공시를 의무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8년에는 시가총액 1조 엔 이상 기업으로, 2029년에는 시가총액 5000억 엔 이상 기업으로 공시 의무가 확대될 예정이다.
일본 기업들 중 약 25%는 홍수와 열 스트레스 등 물리적 리스크를 가장 큰 기후리스크로 인식하고 있었다.
기후 관련 비즈니스 기회 인식 수준 높지만 실제 이행 수준은 낮아
CDP는 일본 기업들이 이처럼 기후리스크와 재무적 영향 간의 상관관계에 대한 인식 수준은 높지만, 기후 관련 비즈니스 기회를 이용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실행 수준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후 관련 기회를 식별한 일본 기업은 75%에 달했지만 실제 조치를 시행하고 측정 가능한 성과를 보고한 기업은 6%에 불과했다. 실행에 나선 기업들은 상당한 수익을 벌어들이는데 성공했으며, 앞서 언급한대로 지난해에만 1230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했다.
기후 관련 비즈니스 기회란 기후변화 대응 과정(탄소 감축, 기후적응, 자원 순환 등)에서 새로운 수요·시장·기술·제품·서비스가 생기고, 기업이 이를 통해 새로운 매출, 비용 절감, 경쟁우위, 평판 상승 등을 얻을 수 있는 기회 전체를 일컫는다.
CDP는 일본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기후 이니셔티브(배출 감축을 위한 설비·공정 개선, 공급망 기후 리스크 관리 등)에 1130만 달러(기업 1곳 기준)를 투입해 731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투자 대비 6.5배의 수익을 달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CDP는 “기후 관련 비즈니스 기회가 있다고 알고만 있는 것으로는 기업이 실제 재무적 이익을 얻을 수 없다”면서 “기업이 이를 실행하고 성과를 측정해 공시까지 연결해야 재무적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CDP는 “일본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면서 “기후대응은 경제적인 필수선택이자 전략적 기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