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의 COP30 개막…“조기경보 1달러 투자시 15달러 손실 예방”

글래스고 적응 재정지원 2배 약속 올해 종료...새로운 협약 탄생할까 UNEP "새로운 적응 재정 목표와 글로벌 적응목표 관련 지표 마련해야" 글로벌 적응목표 GGA 지표 개발과 민간 자금 유치 주요 ‘과제’로 남아

2025-11-12     김연지 기자
10일(현지시간) 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개막 연설하는 룰라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고 있는 제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각국 대표단이  기후재난과 극단적인 날씨에 직면한 취약계층 보호와 피해 축소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글래스고의 적응 재정 2배 약속 잇는 새로운 협약 탄생할까 

로이터는 11일 “‘적응(adaptation)’이라는 주제는 각국이 배출량을 충분히 억제하지 못하면서 점점 더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빈번해지는 기상이변을 막기에는 지금의 감축 노력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안드레 코레아 두 라고 COP30 의장은 지난달 총회를 앞두고 발표한 성명에서 “COP30이 이행과 적응의 COP로 기억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라고 의장은 “기후 적응은 더 이상 완화(mitigation)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우리 생존을 향한 첫걸음”이라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부유층이 기후 회복력 있는 장벽 뒤에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반면, 빈곤층은 여전히 ​​취약한 위험한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이번 COP30의 핵심과제로 적응을 위한 재정 목표(finance goal) 설정과 지표(indicators) 수립을 꼽기도 했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서 채택된 글래스고 기후 협약에는 개도국에 대한 적응 재정지원 규모를 2025년까지 2019년 수준 대비 “적어도 2배”로 확대할 것을 선진국 당사국에 촉구하고 있다. 

이 약속의 달성 시한이 2025년인만큼 올해 COP30에서는 글래스고 기후협약을 잇는 새로운 적응 재정 목표와 함께 글로벌 적응목표(GGA) 관련 지표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UNEP는 “개발도상국들이 기후의 영향에 적응하기 위해 2035년까지 매년 최대 3100억 달러(454조 6460억 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UNEP의 2025년 적응 격차 보고서 에 따르면, 개발도상국들은 현재 그 재원의 극히 일부만을 확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UNEP는 또한 “기후 적응에 투자하는 것은 옳은 일일 뿐만 아니라 그만한 가치가 있다”면서 “조기 경보 시스템에 대한 투자금 1달러는 최대 15달러의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후투자기금(CIF)의 최고경영자 타리예 그바데게신은 “수년간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적응 이슈가 후순위로 밀려왔는데, 이번에 브라질이 이를 전면에 세운 것이 정말 고무적”이라면서 “COP에서 적응에 대한 논의가 1일차와 2일차에 집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기후적응 자금 확대 압박을 받고 있는 세계 10대 개발은행들은 COP30이 개막하던 10일 적응을 위한 자금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은행은 공동성명에서 “홍수, 가뭄 또는 다른 기후 극단 현상으로 주택, 학교, 농장, 기업이 위협받는 곳에서는 생명, 복지, 일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이들 은행은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들의 기후적응을 위해 260억 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GGA 지표 개발과 민간 자금 유치 주요 ‘과제’로

브라질 벨렘에서 개최된 COP30 현장. 사진=연합뉴스

한편, 베트남은 지난 6일 발생한 태풍 칼마에기(Kalmaegi)로 인한 초기 피해액이 거의 3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태풍 부아로이(Bualoi)로 인해 4억 3600만 달러 규모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지 불과 한 달만이다.  필리핀은 여전히 칼마에기와 이번주 발생한 치명적 초강력 태풍 펑웡(Fung-wong)으로 인한 피해액을 집계 중이다.

자메이카 정부의 예비 추산에 따르면, 지난달 발생한 허리케인 멜리사(Melissa)로 인한 피해액은 최대 70억 달러, 즉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1에 달한다. 태풍 외에도 홍수, 폭염, 가뭄, 산불 등으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COP30에서는 폭염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에어컨 및 선풍기 지원부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토양 상태 지도 작성으로 작물 수확량을 개선하는 방안까지 다양한 적응 프로젝트가 새로 발표될 예정이다.

유엔기후변화사무국의 사이몬 스틸 사무총장은 물, 위생, 보건 등 분야에서 변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진척 상황을 추적할 수 있는 합의된 지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 식량시스템, 생물다양성, 수자원, 인프라, 거버넌스 등 여러 분야에서 GGA를 향한 공동의 진전을 측정·추적할 수 있는 100개의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기술적 논의처럼 보이지만, 이 지표에 무엇을 포함할지가 곧 ‘정치적 선택’이 된다. 왜냐하면 해당 지표가 앞으로 수년간 무엇이 ‘적응(adaptation)’으로 정의되고, 실행되고, 자금 지원을 받는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적응 체계 마련의 또다른 주요 과제는 민간 자금 유치다. 기후 회복력 관련 프로젝트는 온실가스 감축에 직접 기여하는 완화 프로젝트(재생에너지 투자 등)에 비해 투자수익률이 낮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자 이해관계자 연합인 ‘취리히 기후회복력연맹(ZCRA)’이 9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적응 투자에서의 공공자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민간 자금은 전체 적응 자금의 3%에 불과하며, 지원정책이 뒷받침될 경우 최대 15%까지 확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