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전기화 시대 도래...’35년 전력 수요 40~50% 증가

재생에너지 지속 성장...원전 부활 안정적인 전력 공급 위해 전력망‧전력 시스템 유연화 투자 늘려야 기후행동 약화로 수십 년간 기온 상승 1.5도 초과 에너지 전환과 탄소포집 기술 발전으로 세기말에 기온 상승폭 1.5도 하회 전망

2025-11-13     이신형 기자
IEA 로고. 로이터=연합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전기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앞으로 전력 수요가 전체 에너지 사용량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35년까지 전력 수요는 약 40~5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전력망과 에너지 저장장치 등 전력 시스템 유연화를 위해 속도감 있는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2일 발간한 ‘2025년 세계 에너지 전망(World Energy Outlook)’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전력 수요 증가는 ”가전제품과 냉난방, 첨단 제조업과 경공업, 데이터 센터“ 등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IEA는 장기적인 에너지 수요를 전망하는 이 보고서를 매년 발간해 왔다.

IEA 보고서는 ▲‘넷제로 시나리오(NZS)’ ▲‘제안 정책 시나리오(Stated Policies Scenarios, STEPS) ▲기존 정책 시나리오(Current Policies Scenarios, CPS)를 기반으로 에너지 수요를 전망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중 STEPS 시나리오가 기준 시나리오다.

NZE 시나리오는 2050년 넷제로 달성을 고려하되 개별 국가의 고유한 넷제로 달성 경로를 인정하는 시나리오다.

STEPS 시나리오는 각국 정부가 제시한 정책 중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정책 등 보다 광범위한 정책적 고려를 기반을 고려하는 시나리오다. 발표한 에너지 전환 정책과 온실가스 감축 목표, 확정 단계의 정책, 상용화가 임박한 에너지 기술 등을 고려한 시나리오다.

CPS 시나리오는 2019년 중반까지 법제화돼 이행 시행 중인 에너지 전환 관련 정책과 조치의 영향만을 고려한 시나리오로 개별 국가가 앞으로도 현재 정책만 유지한다고 가정한다.

IEA는 “에너지의 미래에 대한 단일한 경로는 존재하지 않아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것이라면서도 이들 시나리오는 경제가 성장과 인구 및 소득 증가, 인공지능(AI) 관련 서비스 수요 증가로 전 세계적으로 가계와 산업용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 것을 보여준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2024~2035년 시나리오별 전력 수요 증가 전망

자료=IEA

보고서에 따르면 STEPS와 CPS 시나리오에서 전력 수요는 2035년까지 약 40% 증가하고 NZE 시나리오에서는 50%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소득 증가와 기온 상승으로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면서 전력 수요 급증의 주 요인이 되고 있다. 냉방 수요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STEPS 시나리오에서 소득 증가에 따른 에어컨 사용으로 2035년까지 전 세계 전력 수요가 약 330GW 증가하고 기온 상승에 따른 전력 수요는 170GW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는 선진국과 중국에서 집중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데이터 센터 투자는 2025년 58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2035년 데에터 센터 전력 소비량이 3배 증가할 전망이나 수요가 일부 지역으로 집중됨에 따라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일 것으로 전망됐다.

에너지 시장에서 인도와 동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국가로 이루어진 신흥경제권의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2035년까지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증가분의 절반은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판매량이 차지할 전망이다.

이런 나라의 80%는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이다. 이런 특성이 냉방 수요 증가와 태양광 발전량의 급증 간의 상관관계를 설명해주고 있다.

모든 시나리오에서 재생에너지 성장세 두드러져

보고서는 모든 시나리오에서 태양광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는 다른 에너지원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그래픽] 2015~2035년 에너지원별 발전용량 변화 추이

자료=IEA

CPS 시나리오에서 정치적 역풍으로 태양관 발전량은 2035년까지 현재 수준인 연간 540GW 증가로 정체될 수 있으나, 재생에너지 발전은 신규 발전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천연가스와 석탄 발전량이 신규 발전량에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다.

STEPS 시나리오에서는 2035년 미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이 종전 전망치보다 30%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으나, 전 세계적으로 빠른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태양광 발전을 필두로 풍력과 수력, 바이오에너지, 지열 발전이 두루 성장세를 보이고 에너지 효율도 개선될 전망이다.

중국은 향후 10년간 모든 시나리오에서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정 용량 증가분의 45~60%를 차지하고 재생에너지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제조국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태양광 패널 등의 과잉 생산과 이에 따른 제조업체의 영업실적 부진 문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원자력 발전도 모든 시나리오에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전통적인 대형 원전과 함께 소형모듈원자로(SMR)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

현재 40개국 이상이 원전을 에너지 전환 전략에 포함하고 있고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70GW 이상의 신규 원전이 건설 중이다. 또한 빅테크를 중심으로 데이터 센터에 전력을 공급하는 용도로 SMR 건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따라서 원전 발전용량은 2035년까지 최소 3분의 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CPS 시나리오에서 석유‧가스 수요 ’50년까지 증가세

STEPS 시나리오에서는 석유 수요가 2030년경 더 이상 늘지 않는 정체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천연가스 수요는 미국의 정책 변화와 가스 가격 하락으로 지난해 전망과 달리 2040년 직전까지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LNG 신규 투자가 급증해 2030년까지 공급이 50% 증가하면서 2030년 65Bcm의 공급과잉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1Bcm은 78만899톤이다. 석탄 대체 수요가 이 물량을 흡수할 수 있으나, LNG 가격 유지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CPS 시나리오에서 석유와 가스 수요는 2050년까지 증가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석탄 수요는 2030년 이전에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에너지 전환 투자 지연으로 중국과 유럽의 천연가스 수요가 늘어 공급 증가분을 모두 흡수하면서 가격도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NZE 시나리오에서는 다양한 탄소 저배출 발전 수단의 보급 확대로 모든 화석연료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에너지 수요는 시나리오별로 다른 추이를 보였다. CPS 시나리오에서는 2035년까지 90 엑사줄(EJ), STEPS 시나리오에서는 50EJ 증가가 예상됐으나, NZE 시나리오에서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이런 차이는 에너지 공급에서 에너지원별 구성의 차이와 가전제품이나 전기를 사용하는 장비의 효율성 차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도 등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전력망‧유연성 자원 투자 필요

전력 수요 증가 추세를 반영하며 전력 공급과 최종 소비 단계의 전기화 투자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투자의 절반에 달한다.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1% 수준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40%를 차지하는 산업에서 전기가 핵심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대다수 가정에서도 전기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정책당국에게 안정적이 전력 공급과 가격 안정은 중요한 정책 목표가 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칠레와 스페인의 대규모 정전 같은 사태를 막으려면 전력망과 에너지 저장장치, 전력망 유연화 설비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보고서는 2015년 이후 발전부문에 대한 투자는 연간 1조달러 규모로 70% 가까이 늘었으나, 전력망 투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연간 4000억달러에 그친다고 밝혔다.

전력망 투자 지연으로 전력 공급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새로 건설된 발전소가 전력을 공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현상이 전기료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의 출력 제한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면서 전력망 확충도 지연되고 있다. 배처리 저장장치가 지난해 75기가와트 이상 확충되면서 이런 현상이 다소 완화됐으나, 보고서는 배터리 저장장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NZE 시나리오에서도 수십 년간 기온 상승 폭 1.5도 초과 전망

보고서는 에너지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해 38기가톤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CPS 시나리오상에서는 2050년에도 에너지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이 10기가톤 감소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기온 상승은 2100년 산업화 이전 시대 대비 3도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STEPS 시나리오에서는 2100년 기온 상승 폭이 2.5도로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넷제로 시나리오에서도 1.5도 목표를 초과하는 기온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다량의 온실가스 배출 추세가 이어졌고 일부 분야에서 에너지 전환이 지지부진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량이 종전 전망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십년간 기온 상승 폭이 1.5도를 초과하고 2100년에 가서야 에너지 전환과 탄소 제거 기술 발전으로 기온 상승 폭이 1.5도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그래픽] 시나리오별 에너지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 변화 추이 

자료=IEA

보고서는 기후 변화가 초래할 가장 심각한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경로는 아직 실행이 가능하고 핵심적인 기술 발전을 위한 추진력도 살아 있으나, 국가 차원의 기후 약속은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한 가운데, 올해 들어 현재까지 제출된 새로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STEPS 시나리오의 전망치보다 개선된 수준의 감축량을 기대할 만한 기후행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출된 NDC가 완전하게 이행된다면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은 현재보다 11~25% 줄어든 15~17기가톤 감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현재의 STEPS 시나리오상의 전망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이미 알려진 것처럼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는 한편, 원자력과 기타 저배출 기술 도입과 전기화를 촉진하고 전기화가 어려운 경우 청정수소나 탄소포집활동저장(CCUS) 기술 보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STEPS 시나리오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은 2022년 대비 2.6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간 에너지 효율 개선은 2% 수준으로 예상됐다. COP 28에서 약속했던 재생에너지 발전량 3배 확대와 연간 4% 에너지 효율 개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전환 투자를 늘리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이 강화돼야 하고 이런 투자가 단기적으로도 실질적인 사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