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글로벌 녹색채권 시장서 美·유럽 추월...친환경 프로젝트 선도

中, 2025년 녹색채권 발행 703억달러...세계 시장 17% 차지 美·유럽은 ESG 투자 주춤, 中은 친환경 프로젝트 적극 추진 대부분 투자 은행·보험사 중심...中 정부, 외국인 투자 유치 계획

2025-11-14     이진원 기자
그림=제미나이

[ESG경제신문=이진원 기자] 내년 글로벌 녹색채권(green bond) 발행액이 역대 최대치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가운데 중국의 발행액이 서방을 이미 추월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이 ESG 투자 열기가 주춤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보다 청정에너지와 다양한 친환경 프로젝트 추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일어난 현상이란 설명이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13일(현지시간) “중국은 2025년 국제 기후금융 기관인 기후채권이니셔티브(Climate Bonds Initiative)가 인증했거나 이곳의 기준에 부합하는 녹색채권을 총 703억달러(약 102조원) 발행한 것으로 계산됐다”면서 “이로써 중국의 에너지 전환 속도는 다른 나라들보다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기후채권이니셔티브는 글로벌 자본을 기후행동에 동원하는 국제 비영리 조직으로, 주로 녹색채권과 기후채권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춤하는 미국과 유럽, 앞서가는 중국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세계 ESG 투자 흐름에서 미국 주도의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과 대비된다.

미국과 유럽에선 정치적 논란으로 ESG 투자 열기가 식고 있는 추세라는 건 숫자로 입증된다. FT 계산에 따르면 올해 중국은 전 세계 녹색채권 발행액의 17%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미국이 3%에 불과한 것과 대조적이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식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헤레로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T에 “미국은 더 이상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고, 유럽은 정체를 겪고 있다”면서 “유럽 ESG 시장에는 일종의 피로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녹색채권은 정부와 기업이 환경 중심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할 때 발행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녹색채권을 발행하거나 구매하는 것이 ESG 목표 달성 노력을 보여주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알랭 나에프 ESSEC 경영대학원 조교수는 “중국에서는 은행들이 장기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위해 녹색채권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투자 세계 선도하는 중국

중국은 2030년 탄소 배출 정점을 목표로 설정하고, 세계 재생에너지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글로벌 풍력·태양광 프로젝트의 3분의 2를 담당하고 있다. 

마준 전 중국인민은행(PBoC)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금융·지속가능성연구소 설립자는 FT에 “과거에는 대규모 친환경 프로젝트 추진에 필요한 자금을 장기로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제는 녹색채권을 통해 저금리 자금을 확보하면 기존 프로젝트보다 수익성이 낮아도 추진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FT는 중국의 녹색채권 투자가 부동산 시장 붕괴로 인한 경기 둔화 속에서도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대부분의 중국 녹색채권 투자자는 상업은행, 보험사, 자산운용사이며, 중국 정부는 글로벌 기준과 맞춘 녹색채권 분류 체계를 통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그리피스대 퀸즐랜드 아시아연구소 크리스토프 네도필스 왕 소장은 “중국은 기후 행동을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만, 미국은 기후 무관심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의 지속가능 투자 대부분은 여전히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건 위험 요소로 지적됐다. 녹색채권 시장에 참여하기에는 신용 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이 많다는 것이다.

FT가 인용한 중국인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총 녹색 대출 잔액은 6조1000억달러(약 8900조원)에 달하며, 녹색채권 발행 잔액은 약 2800억달러(약 408조원) 수준이다.

한편 코메르츠방크는 최근 발표한 ‘2026 ESG 전망 보고서’에서 9~10월 글로벌 녹색채권 발행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9% 증가했다면서 내년 채권 발행액이 역대 최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은행은 특히 내년 녹색채권 만기 리파이낸싱 수요로 인해서 유로 표시 투자등급 녹색채권 발행 역시 사상 최대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