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잘하는데 사고는 막지 못한다…국내기업 ESG 실행력 위기

인증획득, 공급망관리 강화에도 성과 정반대...이론따로 실제 따로 관리체계와 실제 리스크 관리수준 괴리 커...대기업 산재 2배 증가 서스틴베스트, 2025년 하반기 ESG 평가 우수 100대 상장사 발표 현대홈쇼핑, 현대백화점, 유한양행, 동아ST 등 우수기업 선정

2025-11-17     김대우 기자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지난8월 29일 인천 송도 본사에서 연이은 현장 사망사고와 관련한 담화문 발표에 앞서 관계자들과 사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국내 기업들이 ISO 인증 도입 등 ESG 관리체계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실제 사건·사고가 오히려 늘어나면서 기업들의 ESG 실행력이 위기를 맞고 있다.

앞다투어 안전보건, 정보보호, 공급망 ESG 관리를 강화하는 등 ESG 관리체계를 외형적으로는 강화하는 것으로 보였으나, 현장에서의 실질적 위험 통제와 성과 개선은 이뤄지지 않아 기업공시와 현실간 괴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론 따로, 실제 따로'라는 얘기다.

17일 ESG 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가 국내 1299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하반기 ESG 평가’ 결과를 보면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 ▲정보보호시스템 인증 ▲협력사 ESG 관리 등 사회(S) 영역에서 다수의 관리체계와 관련된 지표의 성과는 전년 대비 일제히 증가했지만, 산업재해 발생과 정보유출 사고 등으로 인한 감점은 오히려 크게 늘어났다.

관리체계 인증 보유 비율은 안전보건경영시스템 54.1%, 정보보호시스템 32.0%로 각각 전년 대비 15.5%포인트, 8.8%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자산 2조 원 이상 대기업의 경우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은 전년 대비 25.6%포인트(57.9% → 83.5%), 정보보호시스템 인증은 전년 대비 14.4%포인트(48.3% →62.7%) 매우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협력사 ESG 관리도 강화되는 추세로, 공급망 ESG 평가를 실시하는 2조 원 이상 대기업 비율은 전년 대비 5.7%포인트 상승(49.9% → 55.6%)했다.

그러나 산업재해로 인한 점수 차감 건수는 148건으로 전년도 88건 대비 60건 증가했다. 특히 2조 원 이상 대기업에서 증가폭(74건 → 132건)이 두드러졌다. 현대건설, 현대차, 포스코이앤씨 등은 본사 및 종속회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로 최대 60점의 차감이 발생하는 등 관리 체계와 실제 리스크 관리 수준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스틴베스트 류영재 대표는 “관리 체계의 양적 확대가 곧 성과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겉으로 보이는 ESG에만 치중할 경우 현장 안전 관리의 실효성을 약화시키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재해와 정보보호는 기업의 핵심 ESG 리스크이기 때문에 관리 체계 도입만으로는 충분한 예방과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투자자는 이제 관리 체계가 있는지보다 그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기업은 정량적 성과 공시 확대를 넘어, 현장에서의 실행력을 보여 주는 구체적인 운영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스틴베스트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전 영역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인 상장사 100개사를 ‘2025년 하반기 ESG Best Companies 100’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사진=서스틴베스트

‘ESG Best Companies’ 선정은 자산 규모에 따라 ▲2조원 이상 상장사 50곳 ▲5000억~2조원 미만 30곳 ▲5000억원 미만 20곳으로 나뉘어 이뤄졌다.

2조원 이상 상위 기업으로는 현대홈쇼핑, 현대백화점, 유한양행이 선정됐고, 5000억원 이상 2조원 미만 기업으로는 HK이노엔, 현대그린푸드, 동아ST가 뽑혔다. 5000억원 미만 기업에서는 동일고무벨트, HD현대에너지솔루션, MNC솔루션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서스틴베스트는 "이번 ‘ESG Best Companies’ 발표를 통해, 기업 경영 전반에서 ESG 모범 사례를 조명하고자 했다"며 "이번 발표는 제도적 개선과 더불어, 현장에서의 책임 있는 경영 문화 확산의 필요성을 환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