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연임에 쏠린 눈...비은행 실적 개선 관심

차기 회장 후보 4인...내달초 최종 1인 추천 진 회장 연임 유력...리딩금융 도약 새 비전 주목

2025-11-20     김대우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진=연합뉴스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가도에 비은행 부문 실적 부진과 이로 인해 커진 KB금융과 격차가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신한금융 주주들 입장에서 대한민국 리딩금융그룹을 놓고 벌이는 KB금융과의 치열한 경쟁과 그 수익의 결과에 따른 주주환원의 차이는 자존심이 결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의 차기 회장으로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내부 인사로 진 회장의 연임이 선택될지, 아니면 외부 변화와 도전 과제를 돌파할 혁신형 인재가 낙점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특히 신한금융의 ‘아쉬운 구석’인 비은행 부문의 수익을 제고하고 리딩금융으로 도약하기 위해 진 회장이 어떤 비전을 제시할지 등에 따라 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이 진 회장을 비롯한 내부인사 3인과 외부 인사 1인 등 4인으로 차기 회장 후보를 압축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진 회장의 연임을 점치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비은행부문 실적 부진과 새정부 출범 등 변수가 맞물려 있는 만큼, 막판 반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말 신한금융 회장 인선 과정에서 3연임이 유력시되던 조용병 전 회장이 후보 면접 마지막 날 사퇴하고 진옥동 당시 행장이 극적으로 최종 후보에 오른 전례가 있다.

신한금융은 2001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 지금까지 총 6명의 회장을 배출했는데 지난 2017년 조용병 회장 선출 당시 경쟁자였던 위성호 전 신한카드 사장에 열세였다는 금융권의 판세 분석을 뒤업고 회장에 오른 사례가 있어, 이번에도 끝까지 지켜봐야한다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이번 금융지주 인사가 새정부 출범 시기와 맞물려 금융지주 회장의 이른바 '셀프 연임'을 곱지않게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이 진 회장 연임 여부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울러 연임에 도전하는 진 회장은 비은행부문 실적 부진이라는 변수를 넘어 지난 3년간 이룩하지 못한 리딩금융 도약이라는 비전으로 재차 재일교포 주주들을 설득해야하는 과제를 안게됐다. 

진 회장 임기 동안 신한금융의 주가는 실적 성장에 발맞춰 크게 뛴 것은 사실이지만, 라이벌 KB금융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뒤쳐져 주주들의 자존심이 상해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진옥동 3년, 실적·주가 모두 최고치 경신...연임에 무게추

진 회장은 취임이후 3년간 많은 성과를 냈다. 실적과 주가, 주주환원, 내부통제 등에서 뛰어난 성과를 쌓은 만큼 연임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진 회장은 취임 후 매년 사상최대 실적을 갈아치웠고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성과를 냈다. 신한금융의 순이익은 진 회장 취임 첫해인 2023년 4조3680억원에서 2024년에는 4조4500억원으로 늘어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신한금융 순이익이 전년보다 13.6% 늘어난 약 5조52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KB금융에 이어 2번째로 ‘5조 클럽’에 가입하게 되는 셈이다.

진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해외 투자자 대상 IR 활동에 적극 나서는 등 해외 손익 비중을 높였다. 그 결과 그룹 전체 이익에서 해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12.6%에서 2024년 17.1%로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 해외 순익도 전년 대비 4.9% 증가한 4315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호실적에 힘입어 신한금융 주가도 취임 초 3만원대에서 최근 7만원 안팎으로 두 배 넘게 상승해 주주가치가 큰 폭으로 제고됐다. 역대급 호실적에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더해진 결과다. 올해 신한금융의 주주환원 규모는 현금배당 1조1000억원과 자사주 매입·소각 1조2500억원 등 약 2조3500억원에 달한다.

진 회장 취임 후 비은행 강화 지속 추진 중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막판 변수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바로 비은행부문 수익이 정체되면서 KB금융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 것은 물론, 오히려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이다.

신한금융그룹 본사 사옥. 사진=신한금융

신한금융은 오랜 기간 KB금융과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놓고 경쟁해왔지만 최근 몇 년 새 순이익 규모에서 밀리는 흐름이 이어졌다. 지난해 신한금융이 4조5000억원대 순이익을 거둔 반면 KB금융은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넘기면서 격차를 벌렸다.

올해도 KB금융은 상반기 순익이 전년 대비 20% 이상 급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연간 실적에서 신한을 앞설 전망이다. 신한금융이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절대적인 이익 규모에서 KB를 앞서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다. 

진 회장 취임 이후 신한금융은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내세우며 비은행 부문 강화를 지속 추진해왔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 수익비중은 29%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쟁사인 KB금융은 비은행 수익이 지난해 44%에 달했고, 올해 3분기 누적 37% 수준으로 신한금융과 큰 차이를 보인다. 여전히 은행 부문의 실적 의존도가 높고 일부 자회사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표방하며 출범한 신한EZ손보는 신한금융의 '아픈 손가락'이다. 신한EZ손보는 2023년 78억원, 2024년 17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적자는 272억원으로 전년동기(140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IFRS17 도입 이후 손해보험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며 금융지주 실적을 견인하고 있지만, 신한EZ손보만 역행하고 있다. KB금융이 KB손해보험의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리딩금융 지위를 되찾은 것과 대비된다.

신한카드도 그간 공고하게 유지해 온 카드업계 1위 자리가 위태로워졌다. 지난해 순이익 5721억원을 기록해 삼성카드에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개인 신용판매 점유율도 삼성카드와의 격차가 0.53%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전 그룹사 내부통제 강화 중

진 회장은 취임 때부터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해왔지만 선언적 수준을 넘지 못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에서 약 13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손실 은폐사건이 터진 게 대표적인 사례다. 내부통제를 경영철학의 핵심으로 내세웠던 만큼 진 회장의 리더십에 상당한 상처가 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진 회장이 취임 이후 실적과 주가 모두 확실한 성과를 보여준 만큼 연임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KB금융과의 여전한 격차, 일부 비은행 계열사의 부진, 내부통제 실효성 같은 과제들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 차기 회장 12월초 최종후보 추천...내년 3월 주총서 확정

신한금융지주는 차기 회장 후보군을 4명으로 압축했다.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5인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18일 차기 회장 숏리스트로 진옥동 회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사장과 외부 인사 1명을 선정했다. 

정상혁 행장은 2023년부터 신한은행을 이끌고 있으며 안정적 경영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선훈 사장은 과거 한국투자증권과 우리금융투자 등을 거친 자본시장 전문가로,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 강화 기조에 부합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외부 후보 신원 비공개에 투명성 논란이 제기되자 회추위는 "후보 본인의 요청을 존중한 결정"이라며 "평가 절차는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회추위는 지난 9월 26일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한 이후 세 차례 회의를 통해 후보군을 추렸다. 이번 절차에는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회추위 사무국'이 신설돼 실무를 담당했으며 후보 검증은 독립성을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위원회는 밝혔다.

앞으로 회추위는 25일 추가 회의를 열고 후보별 자료 검토 및 평판 조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어 12월 4일에는 사외이사 전원이 참여하는 확대 회의를 개최해 후보자 프레젠테이션과 심층 면접을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최종 후보 1인을 추천하며 추천된 인사는 이사회 심의를 거쳐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