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출권 가격 20일새 30% '껑충'…시장구조 전환 주목

가격 하락에 규제기관 개입…산업부문 기업들의 이월 한도 10배 확대 이월 확대로 '저가 매수' 부추겨...추가적인 가격안정화 조치 나올 것 "장기적 가격상승 위해선 할당 방식 정교화 등 질적 규제 필요" 분석

2025-11-20     김연지 기자
중국 국기. 사진=연합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중국 국가 탄소배출권(CEA) 가격이 최근 한 달 새 크게 반등하며 시장 구조가 본격적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배출권 가격 급락 이후 규제기관의 개입 강화, 2025년 배출권 할당 규칙 조정, 산업군 확대 등 정책 변화가 겹치며 가격 방향성이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 등 다수 매체 따르면, 19일 기준 CEA 가격은 전일 대비 8.3% 오른 톤당 66.86위안(약 1만 3900원)을 기록해 10월 말 저점 대비 약 30%의 랠리를 나타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지난 2021년 전력 부문을 대상으로 전국 단위 탄소배출권 거래제(ETS)를 도입했고 올해부터 철강과 시멘트, 알루미늄 제련으로 대상 산업을 확대해 배출권 거래제가 커버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체 배출량의 60%까지 끌어 올렸다.

중국 정부는 ETS 도입 당시 발전 부문 외에도 석유화학, 화학공업, 건축자채, 철강, 비철금속, 제지, 항공 등 8대 이산화탄소 고배출 산업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무상할당을 줄이고 유상할당을 점진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은 당국의 탄소 배출량이 2030년 이전 정점을 찍고 감소세를 돌아선 후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가격 하락에 규제기관 개입… '배출권 가격 안정화 조치' 착수

중국 생태환경부는 최근 알루미늄·시멘트·철강 3대 산업의 최종 할당 계획을 발표하면서 약 1300개 기업을 새롭게 배출권 거래제(ETS)에 편입했다. 기존 전력 부문 2500개 기업에 더해 ETS 적용 기업은 총 3800개로 늘었고, 시장 적용 범위(커버리지)는 50억 톤에서 약 80억 톤으로 확대됐다.

중국 규제 당국은 10월 중 CEA 가격이 2021년 ETS 출범 당시 수준인 50위안 근처까지 하락하자 '가격 안정화 조치' 마련에 착수했다. 이해관계자 대상 내부 협의가 이어졌고, 2019~2024년 배출권의 2025년 이월 한도를 상향한 것이 첫 조치로 확인됐다. 추가적인 조치도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 정부는 ETS에 새로 포함된 기업들의 이월 한도를 1만 톤에서 10만 톤으로 대폭 확대했다. 반면 전력 부문의 이월 한도는 종전과 동일한 1만 톤을 유지했다.

이에 내년치 배출권을 미리 구매하고자 하는 산업계의 ‘저가 매수’ 수요가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월 폭이 크면 배출권은 단순한 규제 준수 수단이 아니라 ▲투자자산 ▲리스크 회피 수단 ▲미래 비용 절감 수단으로 기능하게 되고, 이는 현재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환경부는 할당 계획을 매년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녹색 산업을 해치는 혼란에 대응하기 위해 할당량을 연도별로 감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2027년까지 화학·석유화학·항공·제지 등 부문 편입도 추진해  주요 산업 배출원을 모두 ETS로 포괄한다는 계획이다.

단기 가격 전망은 상승…장기적인 흐름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CEA 가격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9월부터 가격 상승을 저지했던 잉여 배출권 매도가 약해지고 있으며, 정책 변화가 가격 상승에 추가 동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이월 한도가 낮을 때는 시장에 쏟아지는 남은 배출권이 많아 가격이 낮아지지만, 이월 한도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매도 압력이 감소한다. 

다만 시장에서는 2024년 ETS 컴플라이언스(의무 이행 절차)가 마무리되면 매수 압력이 일시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 기업들이 2024년 검증배출량에 상응하는 만큼만 배출권을 할당받기 때문에, 추가 비축을 위한 대규모 매수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 2025년 배출권의 2026년 이월 가능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도 가격 상승을 제약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2019~2024년 배출권의 2025년 이월 한도는 크게 상향됐지만, 아직 2025년 배출권의 2026년 이월 가능 여부와 그 한도는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중국 ETS는 “연도별 할당 규칙을 조금씩 바꾸는” 특성이 강해서 기업들은 내년 이월 규칙이 올해와 동일하다는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편, ETS는 중국이 2035년까지 배출 정점을 기준으로 최대 10% 감축한다는 배출량 감축 목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현행 가격 수준이 청정기술 투자 유인을 만들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의 배출권 가격이 규제 강화에 따라 단기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배출권 할당 방식의 정교화·감축 스케줄의 현실성이 함께 검증돼야 한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