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서 또 인명 사고…3명 심정지 3명 경상
당국, 사고 원인 일산화탄소 질식으로 파악 유해화학물질 누출과 질식사까지, 포항제철소 중대재해 반복
[ESG경제신문=김제원 기자]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청소 작업 중 유해가스를 흡입하는 사고가 발생해 협력업체 직원과 포스코 직원 등 6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가운데 포스코 직원 1명과 청소업체 직원 2명 등 3명이 심정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20일 경북경찰청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47분쯤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 포스코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STS) 4제강공장 옥외에서 배관 주변 슬러지(찌꺼기)를 진공청소차로 제거하던 중 협력업체 직원 A씨(50대) 등 6명이 가스를 흡입해 쓰러졌다.
이 가운데 협력업체 직원 등 2명은 발견 당시 심정지 상태였고, 포스코 직원 B씨(40대)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세 사람을 구조하러 들어갔던 포스코 자체 소방대 방재팀 직원 3명도 어지러움·호흡곤란 등을 호소해 함께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송 뒤 심정지 상태이던 협력업체 직원 1명은 호흡이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포스코 방재팀은 119에 “배관 슬러지를 제거하던 작업자가 가스를 들이마셔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다”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피해자들의 증상과 현장 상황 등을 토대로 일산화탄소(CO) 중독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산화탄소는 혈액 속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는 능력이 산소보다 강해, 고농도에 노출될 경우 급성 저산소증과 질식을 유발할 수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배관 슬러지 제거 과정에서의 충격이나 배관 부식 등으로 일산화탄소로 추정되는 가스가 누출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정확한 유해물질 성분과 누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보름 전에도 유해가스 사고…1명 사망·3명 부상
이번 사고는 같은 포항제철소에서 유해 화학물질 누출로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지 보름 만에 다시 발생했다.
이달 5일 오전 8시50분쯤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압연부 소둔산세공장에서는 포스코DX 하도급업체 소속 노동자 4명이 전기 케이블 설치를 위해 화학물질 배관 위를 밟고 이동하던 중 배관이 파손되면서 유독가스를 흡입했다.
이 사고로 50대 노동자 1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20~30대 노동자 3명은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에도 현장에서는 염산가스 등 유해 화학물질 노출이 의심됐으며, 경찰과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포함해 안전관리 의무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2018년 질소가스 질식사고 등 중대재해 반복
포항제철소에서는 과거에도 대형 가스 사고가 발생한 전례가 있다.
2018년 1월에는 포항제철소 산소공장에서 냉각탑 충전재 교체 작업을 하던 외주업체 소속 노동자 4명이 질소가스에 질식해 모두 숨지는 사고가 났다.
당시 노동자들은 5층 높이 냉각탑 내부에서 작업 중이었으며, 질소 유입 밸브가 제대로 차단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드러나 ‘질소 질식 참사’로 불렸다.
이후에도 포항제철소와 포스코 계열 제철소에서는 추락·폭발·감전 등 중대재해가 반복돼 왔다. 2020년에는 전남 광양제철소 1고로 인근 설비에서 산소 배관 균열로 폭발·화재가 발생해 노동자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포스코 그룹 사업장 전반의 안전관리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올해 역시 포항제철소에서만 유독가스 및 유해 화학물질 관련 중대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제철소 설비 노후화와 위험 공정의 외주화, 가스 관리·작업 허가 절차의 실효성 등에 대한 규제 당국의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