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개도국 생산성 도약 이끈다”

옥스퍼드대, “녹색전환, 성장·고용 두 토끼 잡는다” 재생에너지로 총요소생산성(TFP) 12%p까지 상승

2025-11-21     김도산 기자
인도의 풍력과 태양광 하이브리드 재생에너지 발전 단지. 사진=AGEL 공식 홈페이지

[ESG경제신문=김도산 기자] 저탄소 에너지로의 급격한 전환이 선진국뿐 아니라 개도국 경제의 ‘총요소생산성(TFP)’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정량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재생에너지가 더 이상 ‘환경의무’가 아니라 ‘고성장 전략’이란 평가다.

총요소생산성이 올라가면 그만큼 국내총생산(GDP)도 증가하고 일자리도 늘어나는 효과가 생긴다.

옥스퍼드대 스미스 기업환경대학원이 최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산이 일부 저소득·중위소득국가에서 최대 TFP 12%p 상승을 이끌 것으로 분석됐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자본 등 투입요소 이외의 기술·효율·구조개혁 등으로 설명되는 경제 성장 동력이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의 빠른 도입은 에너지 비용 하락과 제조업·인프라의 효율 개선을 동반해 경제의 질적 전환을 촉진한다”며 “특히 태양광과 풍력이 이미 대부분 국가에서 가장 저렴한 전력원인 상황에서, 전력망이 닿지 않는 오지에까지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혁신적”이라고 밝혔다. 농촌·낙후지역의 에너지 불평등 해소, 대기오염 저감에 따른 건강증진, 에너지 접근성을 활용한 신산업 창출이 복합적으로 생산성·성장률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IMF 자료를 근거로, 재생에너지에 1달러를 투자할 때 단기 1.2~1.4배, 중기에 1.4~1.5배로 생산유발 효과가 높다고 진단했다. 반면 화석연료 투자 승수효과는 1 미만에 그쳤다. 실제로 최근 5년(2017~2022)간 100개 개발도상국(중국 제외)의 기후금융 유치는 약 1.2조달러의 GDP 증가로 이어졌다.

여기엔 인도, 브라질, 베트남 등 신흥국의 청정 전환 사례가 주요 견인 요인으로 꼽힌다. 태양광·풍력 자원이 풍부한 일부 국가는 오히려 선진국보다 더 빠르고 큰 구조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지속가능한 고용 창출 역시 두드러진다. 2023년 기준 세계 재생에너지 일자리는 1,620만개로 전년보다 250만개 늘었고, 2050년엔 4,300만개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화석연료 부문에서 사라지는 일자리를 모두 보완하고도 남는 수치다. 특히 청정에너지 일자리의 임금 수준은 산업 평균보다 16% 이상 높다는 조사도 나왔다.

에너지전환의 경제효과는 전력 생산·공급뿐 아니다. 배터리 저장장치와 분산형 설비 도입은 에티오피아, 인도 등지에서 기초 보건(백신 냉장, 산모 건강 등) 개선에도 기여했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에너지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국가 생산 효율성과 인적자본 질이 함께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옥스포드대 연구팀의 재생에너지 효과 분석 보고서. 사진=홈페이지 캡쳐

흥미로운 점은 이 연구의 TFP 비교 모델에 한국도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OSeMOSIS’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2050년 재생에너지 비중은 60%를 넘게 되지만, 에너지 부문이 전체 TFP 증가에 기여하는 비중은 2% 미만으로 선진국 대비 낮게 전망됐다. 이는 상대적으로 구조적 전환 여력이 작은 데서 기인한다.

연구팀은 “에너지전환의 경제적 혜택은 지역사회와의 ‘공유 메커니즘(benefit sharing)’ 구축이 필수”라고 역설했다. 실제로 영국·아일랜드는 개발업자가 조성한 지역기금으로 1만2,000개 넘는 주민 우선 사업을 추진해왔다. 주민이 직접 지분을 보유하는 공동소유 방식도 유효하다고 소개했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성공시키려면 단순한 기술투자를 넘어, 국민이 직접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현장 분배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제 재생에너지는 환경정책 차원이 아니라 국가 경제·미래 일자리의 성장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