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30 美 정부 공백 속에서도 ‘시장과 기업’ 움직임 더 활기

COP30에 포춘 100대 기업 임원 참석 인원 전년보다 많아져 美 기업들 기존 기후정책만 유지해도 2035년까지 35% 감축 전망 셸든 화이트하우스·앨 고어, “트럼프 압박에 흔들리지 말라” 촉구 

2025-11-25     김연지 기자
지난 21일 안드레 코헤아 두라고 COP30 의장이 본회의에서 발언하는 동안 참석자들이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미국 정부가 이번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은 가운데 미국 기업들의 참여는 지난해 COP29보다 활발해졌다. COP30에 개별적으로 참여한 미국의 정치인들은 기후대응을 위한 글로벌 다자 협력주의에서 트럼프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美, 기업들이 기존 기후정책만 유지해도 2035년까지 35% 감축 전망

로이터가 참석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이번 COP30에는 포춘 100대 기업 임원 60명이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행사에서의 50명보다 증가한 수치다. 일부 기업은 브라질 금융 중심지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사전 회의에도 참석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구글(Google), 옥시덴털 페트롤리엄(Occidental Petroleum),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씨티그룹(Citigroup) 등 기술·에너지·자동차·금융 기업들이 유엔 잠정 명단 기준 공식 정상회의 참석자에 포함됐다.

국제상공회의소(ICC) 정책 담당 부사무총장 앤드루 윌슨은 “올해 미국 기업들의 기후정책 참여도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고, 이는 참석 규모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계 전반에서 극한 기상 현상으로 인한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이는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더욱 강조한다”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경영진들은 기온 상승으로 사업장, 공급망, 실적에 대한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금이 기후 논의에서 발을 빼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펩시코(PepsiCo)의 최고지속가능책임자 짐 앤드루는 이번 COP30에서 “우리가 이 논의에 참여하는 이유는 사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것은 공급망 안정성 확보에도 기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자사의 주력 수익원이 워커스(영국 감자칩 브랜드)와 퀘이커 오트 같은 식품 사업이라는 점을 들며 “농부들이 성공해야 하고, 그들이 농업을 계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라크대학교 기후·환경·사회대학 초대 학장 루 레너드에 따르면, 이들 ‘연방 정부 이외의 주체들’은 향후 기후행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메릴랜드대학교 산하 글로벌지속가능센터(CGS)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비연방정부 행위자들의 기존 정책만으로도 미국은 (2005년 대비) 2035년까지 배출량이 35%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예상 감축량의 상당 부분은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미 환경보호청(EPA) 전 관리자이자 비연방 기후 연합체 아메리카 이즈 올 인(America Is All In)의 공동의장 지나 매카시도 “언론 보도와 달리 민간 부문은 여전히 청정에너지에 투자하고 이를 확대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미국의 청정에너지 일자리는 전체 노동시장보다 세 배 빠르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셸든 화이트하우스·앨 고어, “트럼프 압박에 흔들리지 말라” 

로이터는 “미국 연방정부의 입장과 관계없이 전 세계 규제 환경은 에너지 전환을 앞당기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경제포럼(WEF) 지구시스템 아젠다 및 열대우림연합 수장 잭 허드는 “미국에서 어떤 정치적 수사가 나오든 시장은 움직이고 있으며, 정책 결정자들도 변화의 방향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투자자 기후연합체 위민비즈니스연합(We Mean Business Coalition)의 CEO 마리아 멘딜루세는 미국 기업들이 COP30에 모습을 드러낸 사실 자체가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은 글로벌 기후·에너지·산업정책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다”면서 “지방정부, 비국가 행위자, 기업들이 COP30에 참석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국내 정치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미국은 시장·자본 흐름·기술 경로를 형성한다”며 “미국의 참여는 세계 최대 경제가 에너지 전환의 경쟁력·혁신·안보·공급망 측면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음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COP30에 참석한 민주당 상원의원인 셸든 화이트하우스는 각국에 기후 계획을 흔들림 없이 유지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한 유럽연합(EU)이 미국과 광범위한 통상 관세를 협상하는 상황에서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이트하우스 의원은 COP30 회의장에서 진행된 블룸버그 ‘Zero’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한 번 괴롭힘이 통한다고 느끼면, 그는 계속해서 밀어붙이게 된다”며 “그 괴롭힘에 맞서 단호히 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전 부통령 앨 고어 역시 트럼프의 힘이 “정점을 지났다”면서 “뉴욕시, 뉴저지, 버지니아, 조지아에서 최근 치러진 선거에서 민주당이 잇따라 승리하고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의 관세 부과 권한을 제한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럼프의 인기와 권력에 분명한 한계가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고어는 또한 미국 시민들이 이제 트럼프의 재생에너지 공격이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청정 기술이 미래”라며 “트럼프는 미국의 양발을 모두 쏘고 있다. 미국이 21세기 핵심 산업에서 경쟁할 능력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