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배출권 위탁 거래 개시...내년 ETF‧ETN 도입 추진
개인은 아직 투자 불가...추후 간접투자만 허용 배출권 가격 상승 전망 나와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탄소 배출권 위탁거래 시스템 구축이 완료돼 24일부터 위탁거래 시범 운영이 시작됐다. 위탁거래 시작과 함께 제3자의 배출권 시장 참여도 허용됐다.
종전까지는 700여개 할당대상기업과 8개 시장조성자, 21개 증권사만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었으나, 이날부터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보험사, 은행도 증권사를 통해 배출권을 위탁거래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는 아직 배출권 시장에 참여할 수 없다.
할당대상기업도 위탁거래를 할 수 있다. 위탁거래를 하려는 업체는 배출권 등록부 거래 방식 변경을 신청한 뒤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하면 된다. 위탁거래와 직접거래를 모두 할 수는 없고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배출권 위탁거래는 지난해 1월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배출권거래중개업이 신설되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이어 지난 3월 기후부는 배출권중개업 시범참여자로 NH투자증권을 공모로 선정하고 한국거래소, 배출권 등록부를 관리하는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와 함께 위탁거래를 위한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정부는 당초 정부는 당초 위탁거래를 지난해 도입한 후 올해부터 배출권 연계 금융자산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배출권 선물과 자산운용사가 발행하는 지수추종형 상품인 ETF, 증권사가 발행하는 ETN가 도입되면 개인투자자의 시장 참여도 허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법 개정 문제 등으로 위탁거래 도입이 이달로 연기됨에 따라 정부는 거래 활성화 정도를 지켜보며 후속 조치에 나설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배출권 연계 금융상품 도입에 앞서 위탁거래제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를 통해 배출권 시장참가자 저변이 확대돼야 금융상품도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배출권 시장이 워낙 침체돼 있었기 때문에 배출권중개업에 나서려는 증권사가 아직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마루 기후부 기후경제과장은 ESG경제에 “배출권중개업에 대한 문의는 있는데 당장 하겠다는 증권사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배출권중개업을 영위하려는 증권사는 한국거래소와 기후부로부터 인가를 받아야 한다.
개인은 간접투자만 허용
김 과장은 배출권 연계 금융자산은 “빠르면 내년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입 시기는 배출권 거래 활성화 정도에 좌우될 전망이다.
국내 배출권 가격은 지나치게 많은 배출허용총량 설정과 낮은 유상할당 비중 등으로 톤당 1만원 정도의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거래도 부진하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확정한 2026~2030년 4차 배출권 할당계획에서 배출허용총량을 25억3729만톤으로 3차 할당계획 대비 16.8% 줄이기로 했다.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은 10%에서 2030년 50%까지 단계적으로 늘어나고 발전외 부문의 유상할당은 10%에서 15%로 늘어난다.
이런 국내 정책 변화 등으로 국내 배출권 가격이 앞으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환경 컨설팅기업 나무이앤알(NAMU EnR)은 13일 내놓은 ‘탄소배출권 중장기 가격전망 보고서’에서 “국내 배출권 시장이 2025년 이후 점진적인 가격 상승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13일 현재 톤당 1만 300원인 배출권 가격이 2026년 말 2만 8680원으로, 약 178%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2027년 3만 4211원, 2028년 4만 1152원, 2029년 4만 7642원, 2030년 5만 3699원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배출권거래협회(IETA)와 PWC이 브라질 벨렘에서 열리는 제 30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공개한 ‘2024~2025 탄소시장 전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규제적 탄소시장과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탄소 가격이 2030년까지 상승세를 보일 전망이다.
보고서는 국내 배출권 가격도 2025~2027년 약 5만4000원, 2028~2030년에는 약 7만3000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배출권 거래가 활성화돼도 개인투자자의 배출권 시장 참여는 간접투자로 제한할 계획이다. 김 과장은 “배출권은 리스크가 큰 투자 상품이어서 개인투자자는 간접투자만 허용될 것”이라며 따라서 “ETF와 ETN이 먼저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배출권 가격 변동을 헤지할 수 있는 선물시장이 개설돼 있지 않은 것도 배출권 거래가 부진한 이유 중 하나로 보고 선물시장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선물 시장이 개설되면 선물의 1계약 단위는 100톤이고 상품은 3월물과 6월물, 9월물, 12월물로 구성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