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시공·전기·용접 블루칼라 몸값 '껑충'
소프트웨어 개발자, AI 확산 따라 채용 줄고 대량 해고 사태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숙련공 부족...유럽도 유사한 흐름
[ESG경제신문=김제원 기자] AI(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도구로 확산하면서 소프트웨어 인력 수요가 크게 줄어드는 반면, 전력·냉각·시공처럼 건설 현장 등에서 몸을 쓰는 블루칼라 직종은 인력난이 심해지고 있다. 일손이 달리니 블루칼라 분야의 인건비도 크게 오르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BLS) 직업전망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품질보증 인력 포함) 일자리는 189만 5500개로 집계됐다. 미국 내 소프트웨어 개발자 일자리는 여전히 큰 규모지만, ‘공급 과잉’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채용 수요가 둔화된 사무직과 달리 데이터센터·전력망·제조시설 투자 확대가 전기·용접·냉난방(HVAC) 등 숙련 기술직 수요를 밀어 올리면서, 일자리 지형이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규모 거대, 공급 증가는 더 가팔라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공급은 가파르게 늘었다. 미국 국립학생정보센터(NSC)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컴퓨터·정보과학 학사 학위 취득자는 2013~2014학년도 5만 1696명에서 2022~2023학년도 11만 2720명으로 10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채용 문은 좁아지는 흐름이다. 인디드 인력 연구소(Hiring Lab)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미국 ‘테크·수학’ 직군 구인공고는 팬데믹 이전(2020년 2월) 대비 36% 낮은 수준까지 후퇴했다.
인디드 연구소의 로라 얼리치 경제리서치 디렉터는 테크 채용 시장을 채용은 적고, 해고는 일부 이어지는 상태로 표현하며 “AI가 붕괴를 만들진 않았지만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특히 AI개발자 양성 과정 중 초급 개발자인 주니어 개발자 구간에서의 압박이 크다. 스탠퍼드대 디지털경제연구소의 브린욜프슨 연구진은 ADP 급여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22~25세 소프트웨어 개발자 고용이 2022년 말 정점 대비 2025년 7월 무렵 약 20% 감소했다”고 제시했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블루칼라 골드러시’… 연 3억 거론도
공급 과잉을 겪고 있는 화이트칼라 직종과는 달리, 미국 건설업은 약 43만9000명 규모의 숙련 인력 부족을 겪으며 AI시대에 수혜를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으로 옮긴 근로자들은 이전 일자리 대비 임금이 25~30% 뛰는 사례가 늘었고, 일부 전기 안전·전기 직무는 연 20만~22만 5000달러(한화 약 2억 9000만 원~약 3억) 수준까지 거론됐다.
2026년에는 필요 인력이 49만9000명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에너지저장장치·반도체 등 대형 프로젝트가 전기공·용접공·HVAC 기술자 같은 숙련공을 대거 흡수해 병목을 키울 수 있는 것이다.
블루칼라가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AI를 굴리려면 서버를 꽂을 전력과 발열을 빼낼 냉각시설과 이를 담을 건물 및 배선·배관이 필요하다. 또한, 현장 작업은 자동화가 더딘 ‘현장 의존형’이어서 숙련도와 자격(면허)이 곧 공급 제약이 된다.
고령화로 인한 은퇴가 겹치는 것도 현장직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2031년까지 건설 노동자의 41%가 은퇴할 수 있는 반면 25세 미만 비중은 10%에 그칠 거라는 진단이 나왔다.
유럽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된다. 영국에서는 AI로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배관·전기 등 숙련기술 교육과정 등록이 증가하고 있다. 런던 웨스트민스터 시립 대학 스테판 데이비스 최고 경영자는 최근 3년 엔지니어링·건설 관련 과정 등록이 9.6% 늘었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 교수 에릭 브린욜프슨은 맥킨지와의 인터뷰에서 "AI 시대에 변화하는 일자리의 역동성을 지속적으로 재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은 항상 일자리를 파괴하고 동시에 창출해 왔다"며, "일자리를 고정적으로 보기 보다는 재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