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CC, AR7 본격 착수…파리서 600명 과학자 ‘첫 공동회의’
600명 전문가·100개국 저자 참여…기후변화·적응·감축 정합성 높일 것 트럼프 정부 참여 중단에도 IPCC 일정 그대로…佛 “과학기반 정책 수호” AR7, 도시·CDR·단수명 기후물질 포함…2029년 종합보고서로 마무리 예정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7차 평가보고서(AR7) 작성에 본격 착수했다.
에너지 전문매체 환경에너지리더에 따르면, IPCC가 임명한 600명 이상의 전문가들은 이번 주 프랑스 파리에 모여 향후 6년간 진행될 AR7 평가주기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번 회의는 IPCC가 평가주기 초기부터 세 개 작업반(Working Group)을 한자리에 소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후변화, 적응, 감축 연구가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는 흐름을 반영해 초기 단계부터 정합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100개국 이상에서 모인 저자들은 초기 초안을 구성하고 AR7을 관통할 핵심 질문을 도출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세 작업반의 공동회의는 물리과학적 변화, 적응 한계, 감축 경로가 복합적으로 얽힌 현실을 반영해, 정책결정자에게 필요한 상호의존성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IPCC는 1988년 UN 산하에서 출범해 전 세계 과학자들이 참여하는 가장 권위 있는 기후과학 평가기구로, 기후변화의 원인·영향·대응을 정기적으로 종합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IPCC의 평가보고서는 기후모델 분석, 온실가스 배출 경향, 적응·완화 전략 등 수천 편의 논문을 통합한 과학적 합의를 제시하며 파리협정 등 국제 협상과 각국 기후정책의 근거로 활용돼 왔다.
지난 2월, 트럼프 행정부는 IPCC 보고서 작성에 참여하고 있는 미 연방정부 소속 과학자들에게 참여를 중단할 것을 명령하고 AR7에 대한 기술 지원 계약을 파기했다. 그럼에도 IPCC는 한 국가의 정치 변화와 무관하게 국제사회가 신뢰하는 ‘최고 수준의 과학적 합의’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여전히 기후정책의 기준점을 제시하는 유일한 글로벌 과학 평가기구로 높은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AR7, 2029년 최종보고서 발표…CDR 방법론·단수명 기후물질 등 특별보고서 포함
AR7 평가주기는 2023년 시작돼 2029년까지 이어지며, 2029년에 세 개 작업반의 결과를 통합한 종합보고서(Synthesis Report)가 발간된다. 각국 정부는 이미 세 개 AR7 보고서의 개요를 승인했다. 여기에는 ▲전 세계 배출 경로 재평가 ▲물리적 기후 변화 추세 분석 ▲새로 드러나는 적응 한계 ▲부문별 감축 옵션 등이 포함된다.
이번 평가주기에는 ▲‘기후변화와 도시’를 다루는 특별보고서 ▲탄소 제거(CDR) 방법론 보고서 ▲단수명 기후물질(SLCFs) 관련 보고서 ▲적응 지표 및 의사결정 지원을 위한 기술 지침 업데이트 등 추가 보고서 작성도 예정돼 있다.
AR7는 향후 글로벌 스톡테이크(GST) 및 국가 보고 주기에 영향을 미치며, 각국의 기후계획(NDC) 수립 기준점을 형성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의 참여 규모 역시 AR7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준다. 로베르 보타르드 제1작업반 공동의장은 “IPCC 참여를 위한 과학계의 높은 관심은 과학 기반 기후정책을 강화하려는 전 세계적 의지를 보여주는 긍정적 신호”라고 평가했다.
AR7 초안 작업은 이번 파리 회의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의 전문가 검토와 정부 검토를 거치며 완성될 예정이다. IPCC는 매년 수천편의 과학 논문을 균형 있게 검토해 투명성을 높이도록 평가 절차를 설계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그 첫 단계로 AR7을 IPCC 역사상 가장 통합적이고 정책 대응성이 높은 평가로 이끌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랑스 “파리협정 10주년, 과학 기반 기후정책 강화의 계기”
프랑스 정부는 이번 회의를 생태전환부, 교육·연구부, 유럽·외교부 등이 공동으로 주관하며 ‘파리협정 1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과학 협력 행사’로 규정했다.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정책 신뢰도를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짐 스키아 IPCC 의장은 “파리협정 10주년을 맞아 프랑스에서 제7차 평가보고서 첫 책임저자 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며 “이번 회의는 최신 기후과학에 대한 우리의 평가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모니크 바뷔 프랑스 생태전환·생물다양성·기후·자연 국제협상부 장관은 “모든 결정은 증거 기반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가별 감축 전략이 정교화되는 시기에 과학적 진실성을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장-노엘 바로 유럽·외교부 장관은 허위정보와 지정학적 긴장이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 프랑스가 “과학에 대한 공격을 막아내는 방벽”이 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