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기업•금융기관 저탄소 전환 빠를수록 이득
유럽 은행, 기후변화 대응 소홀할 경우 심각한 피해 예상
[ESG경제=이신형기자] 유럽중앙은행(ECB)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심각한 피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CB는 특히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한 노출이 큰 산업과 지역에 대한 투자는 가장 큰 비용을 치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CB는 또 질서 있고 신속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관련 비용을 최소화하고 이익은 극대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얻는 이익이 단기적으로 치러야 하는 비용을 압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에너지 효율 상승과 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고 ECB는 밝혔다.
ECB는 지난주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기후변화 대응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스트레스테스트는 전 세계 400만 개 이상의 기업과 유럽의 1600개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루이스 데 귄도스 ECB 부총재는 “녹색 경제로의 전환 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물리적 리스크가 커지는데, 기후변화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물리적 리스크는 비선형적으로 확대될 것(시간이 지나면서 리스크가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따라서 “녹색 경제로의 전환 비용과 미래의 자연 재해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조기에 점진적으로 전환을 추진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리스크는 물리적 리스크(physical risk)와 전환 리스크(transition risk)를 포함한다.
물리적 리스크는 더 빈번하고 강도 높게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연재해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말한다. 유럽의 경우 북유럽은 자주 홍수 피해를 입고 남부 유럽은 폭염 피해가 자주 발생한다.
전환 리스크는 이산화탄소 감축 정책을 추진하는 비용을 말한다. 특히 탄소 배출량이 많은 나라의 전환 리스크가 크다. 광업이나 발전산업과 같은 탄소 집약도가 높은 산업은 탄소 배출량 감축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 단기와 중기적으로 채무불이행 위험이 커진다.
유럽 은행 심각한 피해 예상
ECB는 기후변화 대응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시나리오 하에서 유럽의 은행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럽 은행의 기업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앞으로 30년간 기업 여신 부문의 손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질서 있는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2050년 유럽 은행의 기업 여신 디폴트가 8%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ECB는 전망했다.
특히 기후 위험에 취약한 기업 여신은 2050년에 디폴트 발생 가능성이 일반 여신에 비해 5배나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기후변화 대응에서 유럽연합(EU) 금융당국의 감독 기준을 충족한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마련한 은행이 3분의 1에 불과하고 절반은 2022년까지도 이행 계획을 마련하지 못할 것이라고 ECB는 밝혔다.
유럽 은행은 경영진 구성과 리스크 관리 등에서는 ECB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으나, 내부 보고체계와 시장과 유동성 리스크 관리,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는 ECB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보였다.
ECB는 내년 상반기 중 기후변화 대응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반영한 은행의 기후변화 대응 준비 상황을 최종 점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