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ESG 결산] ESG 경영 확산 '원년'...ESG펀드 '후끈' 7천억 달러 유입
ESG 관련 기업 높은 주가 상승률...MSCI 세계 ESG 리더스 지수 22% 올라 투자자들은 기업의 ESG 경영을 압박...석유 기업 등 ESG 노력 강화 SEC와 EC 등 규제당국은 ESG 공시 요구...내년 EU 택소노미 시행
[ESG경제=이진원 기자] 2021년은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외 기업들이 앞다퉈 ESG경영을 포방하는 가운데 ESG 우수 기업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에는 자금 유입이 봇물을 이뤘다.
세계 주요국 정부와 금융당국은 ESG 관련 정보공시를 강화하는 등 ESG가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적 환경 아래서 뿌리를 내리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러모로 2021년은 ESG의 진정한 "원년"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ESG 펀드로 자금 봇물, 주가도 껑충
글로벌 시장조사 회사인 '레피니티피 리퍼'에 따르면 올들어 11월까지 ESG 펀드로 유입된 투자금은 무려 6490억 달러(약 771조 원)에 이른다. 이런 추세라면 올 전체로 70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과 2019년도 때의 5420억과 2850억 달러와 비교해 가파른 증가세다. 이제 ESG 펀드는 전 세계 펀드 자산의 10%를 차지하게 됐다.
ESG 펀드로 유입되는 투자금만 늘어난 게 아니다. 적극적인 ESG 활동을 펼친 기업들의 주가 역시 눈에 띄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MSCI 세계 ESG 리더스 지수(MSCI World ESG Leaders’ Index)는 올들어 지금까지 22%나 상승하면서 MSCI 세계 지수의 상승률 15%를 앞질렀다.
투자자들, 기업에 ESG 경영 압박
투자자들은 기업의 ESG 경영을 압박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엔진넘버원(Engine No.1)'이 석유기업인 엑손모빌의 이사회 내 다수의 신규 이사 자리를 확보해낸 사건이다.
신규 선임 이사 4명 중 3명이 기후변화 전문가였는데 모두 엔진넘버원이 추천한 인사들이었다. 그 과정에서 블랙록 등 다수의 자산운용사들과 ISS 등 의결권 자문사들의 지지를 얻어냈다.
운용규모 2억 5000만 달러 수준의 헤지펀드가 미국 초대형 기업인 엑손모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과 고수익을 가장 중시하는 헤지펀드가 ESG라는 비무재무적인 요소를 강조했다는 점 등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ESG 중시 경향이 기업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하면서 석유 기업 등이 ESG 관련 노력을 더욱 강화하도록 만들었다"며 “지난 수년간 ESG는 석유 기업의 의사결정은 물론 오일·가스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 변혁적인 힘이 됐다”고 평가했다.
"2021년은 ESG 경영의 분수령이 된 원년"
지속가능투자연구소(Sustainable Investments Institute)는 미국 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ESG 경영 제안에 대한 지지율이 2020년 27%에서 올해 32%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 비율은 2017년에는 21%에 머물렀었다.
투자운용회사인 보스턴트러스트월던의 팀 스미스 과장은 “올해는 ESG 경영의 분수령이 마련된 원년”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와 규제당국은 ESG 관련 공시를 압박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자산운용사들에게 투자 펀드의 ESG 분류를 요청했으며, 탄소 배출 등 기업의 공시 지침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을 위한 녹색산업 분류체계인 ‘택소노미’를 마련하고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택소노미' 등 ESG 관련 제도 도입 박차
EU 택소노미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에 부합하는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식별하기 위한 것으로 올해 제정작업을 마무리해 내년부터 시행된다.
택소노미는 ▲기후변화 완화 ▲기후변화 적응 ▲물과 해양 자원의 지속가능한 사용 및 보호 ▲순환경제로의 이행 ▲오염 방지 및 통제 ▲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보호 및 복원 등의 6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경제활동과 세부 이행규칙으로 구성된다.
택소노미 제정은 내년에 미국과 아시아 주요국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또 이를 활용한 ESG 정보 공시의 표준화와 의무화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의 자산운용사업부 글로벌 헤드인 캐더린 위너는 “투자자들은 ESG 활동 없이 주주들에 수익만 안겨주는 기업들에 더 이상 만족하지 못한다”며 "택소노미 등 시장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ESG투자는 더욱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