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길에 쌓이는 염화나트륨, 환경에 ‘악영향’

식수로 흘러 들어가거나 지표면에 쌓여 인체와 야생동물‧식물에 악영향 염화나트륨 살포 비용 대비 환경 파괴 손실 10배에 달한다고 알려져 불가사리 소재·태양광 도로 등 대안으로 시범 적용 중

2022-01-04     김민정 기자
빙판길에 뿌리는 제설제가 환경에 위협이  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ESG경제=김민정 기자] 겨울철에 눈이 오거나 빙판길에 뿌리는 제설제인 염화나트륨(NaCl)이 생태계를 위협하는 칼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국제 과학저널 ‘생물지구화학’에 따르면, 인간이 다양한 용도로 뿌리는 염화물이 담수 공급과 인간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유독성 화학물질을 방출하고 있다.

최근 ESG 경영을 도입한 서울고속도로 강태구 대표이사는 “이제는 환경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며, 도로를 관리·운영하는 영역에서도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한국도로공사 역시 지난해 ESG 경영 선포식을 열고, 탄소중립 기반 고속도로 뉴딜 구현 및 노동존중·안전중심의 고속도로 실현을 선언한 바 있다.

이처럼 국내 도로의 다양한 환경 문제에 관심이 쏠리면서 경제성이 뛰어난 염화나트륨의 위험성 역시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식수 오염ㆍ동식물 위험에 빠뜨려

겨울 도로에 염화나트륨을 사용한 것은 지난 1938년 미국 뉴햄프셔에서 실험을 통해 그 제설 효과가 입증되면서 처음으로 진행됐다. 이후 1941-1942년 겨울 뉴햄프셔는 지역 도로와 고속도로에 염화나트륨을 뿌리기 시작했고, 뒤이어 전역에서 도로의 눈 처리에 이 제설제가 사용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석설과 결빙 현상이 나타나는 도로 환경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도로 제빙에 사용되는 염화나트륨이나 굵은 입자의 암염이 식수를 오염시키고, 야생 동물을 죽이거나 위험에 빠뜨린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근 지표수와 지하수로 침투하여 음용수 저수지와 우물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토양 침식을 증가시키고, 토양의 이온 농도를 높여 식물의 삼투압이 증가해 물 흡수 능력을 떨어뜨린다. 식수의 나트륨이 높아지면 고혈압 환자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지표수의 높은 염화물 수치는 일부 물고기나 벌레, 양서류에 독이 된다.

제설제에서 나오는 염분은 철근을 부식시키기도 하고, 도로의 콘크리트 균열과 표면이 분리되는 스폴링 현상도 유발해 구조물의 성능을 떨어뜨리는 원인도 된다. 이로 인해 공공의 재산에 손해를 입히는 문제가 유발되는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제설제로 인한 연간 도로 수리비용으로 약 50억달러(약 6조원)가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럼에도 제설제로 염화물이 쓰이는 것은 눈을 녹이는 효과가 빠르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염화마그네슘(MgCl)은 염화나트륨보다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같은 면적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양이 2배로 필요해 결론적으로 비용이 훨씬 높아진다. 염화칼슘(CaCl)도 환경에 더 안전하다고 평가되지만 염화나트륨에 비해 가격이 3배 정도 비싸다.

태양광 도로가 대안 될 수도

최근에는 제설제를 살포하는 비용에 비해, 이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문제 해소에 드는 비용이 10배 이상 더 높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여러 가지 대안이 생기고 있다.

우선 국내에서는 불가사리를 활용한 친환경 제설제 사용이 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불가사리는 해양 폐기물로서, 수산생물 연간 피해 규모가 3000억~4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양식업 역시 불가사리로 인해 연간 120억원의 피해를 입는다.

국내 기업 스타스테크는 이러한 불가사리를 이용해 단백질 분해 과정을 통해 탄산칼슘 다공성 구조체를 추출했다. 이를 염화칼슘과 염화나트륨의 조합물에 섞어 사용함으로써 기존 제설제 대비 부식방지제 사용을 1/3로 줄일 수 있게 됐다.

다공성 또는 투과성 구조체는 고인 물이 스며들도록 하여 일반적으로 동결-해동 기간을 거치는 도로에서 물을 제거함으로써 도로의 결빙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비와 눈이 녹은 것을 표면을 통해 토양과 자갈의 밑에 있는 층까지 스며들게 만들며, 필터 역할도 해서 오염 물질이 수원으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다.

다공성 구조체는 미국에서도 투수성 아스팔트, 투수성 콘크리트, 연동 포장재 및 플라스틱 그리드 포장재 등의 대안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다공성 포장 도로의 연간 눈과 얼음 피해량은 일반 포장도로에 비해 3배가 낮았고, 유지 관리에 사용되는 연간 염화나트륨 사용량이 77% 감소했다.

태양광 도로도 염화나트륨으로 인한 환경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공학적으로 설계된 태양 전지 패널로 만들어지는 도로 기술은 모든 도로를 재생 에너지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또 도로에 매립된 파이프의 물을 가열해 얼음이나 눈을 녹이는 방식으로 활용하면, 도로에 염화물을 뿌릴 필요성이 사라진다. 태양열 도로와 관련된 기술은 이미 미국 미시간 주에서 테스트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 모래와 염화나트륨을 혼합한 제설제로 전환하는 곳도 있다. 다만 미국 환경부에서는 도로에 모래 혼합물이 남는 경우, 추후에 물에 씻겨 인접한 수역에 침전물을 만들기 때문에 유역의 청결을 위해 추가 인력과 재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지질학 부교수인 수제이 카우샬 박사는 “우리는 도로에 염화나트륨을 뿌리는 것이 환경에 어떤 문제를 유발하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규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도로의 결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답은 없다. 그러나 염화나트륨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환경에 대한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