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지속가능경영도 "싱어게인" 처럼~

ESG 경영은 훌륭한 공연과 같아야 성공 기타의 6줄과 같은 ESG 실천...관객도 잘 만나야

2023-12-06     ESG경제
이미지=픽사베이

본방사수는 못하고 있지만 유튜브로 "JTBC 싱어게인"을 즐겨보고 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헤드폰을 쓰고 공연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눈물이 맺힐 정도로 감동을 받을 때도 있다.

참가자들의 공연을 보면서 ESG, 지속가능경영도 음악 공연과 같다는 생각을 했다. 최근 몇년 새 ESG 바람람이 불면서 많은 기업들이 ESG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ESG, 지속가능경영이 말로만 하겠다고 해서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훌륭한 아티스트가 되겠다고 말만하고 실제 그만큼의 노력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훌륭한 예술가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훌륭한 공연을 하기 위한 첫번째 조건은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숙련된 연주자"여야 한다. 싱어게인을 보고 있으면 참가자가 정말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구나하는 것이 절로 느껴진다.

참가자들은 돈을 위해서나 명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노래를 잘 부르고 좋은 공연을 하고 싶어서 무대에 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무대에 오르기 위해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시간을 들여 연습하고 노력하여 숙련된 경지에 올랐구나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싱어게인’에서 배우는 지속가능경영의 조건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잘하기 위한 조건을 싱어게인을 통해 꼽아보자. 첫번째 조건은 "진심으로 기업을 지속가능하게 만들려고 하는 경영자"다. 단기이익이나 자기 이익, 자기 만족만을 위해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라면 지속가능경영을 잘 하기는 불가능하다.

세계적으로 지속가능경영을 잘하는 기업들의 공통된 특징을 보면 경영자의 진심, 진정성이 매우 중요한 것을 알 수 있다.

두번째 조건은 "잘 만들어진 악기"다. 싱어게인은 단독 공연이 대부분이어서 기타로 연주를 많이 한다. 단단하고 울림이 좋은 바디, 곧게 잘 뻗은 넥, 튜닝이 잘된 헤드, 그리고 여섯개의 줄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기타는 숙련된 연주가의 손을 통해 아름다운 소리를 완성한다.

특히, 기타와 같은 현악기는 줄이 중요하다. 기타의 여섯개 줄 중 하나만 끊어지거나 튜닝이 잘못되어도 공연은 불가능하다.

기업 자체가 ESG 공연의 악기

최고의 공연을 위해선 좋은 악기가 필요하다. ESG경영에 있어선 '기업 자체'가 악기다. 기업에 있어 기타의 본체(바디, 넥, 헤드)에 해당하는 것은 비즈니스 모델과 가치사슬이다.

기타의 본체가 깨지거나 뒤틀려있으면 제대로된 연주가 불가능하듯이 비즈니스 모델과 가치사슬에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ESG경영도 제대로 할 수 없다.

"ESG 경영을 하기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내 대답은 항상 같다. "우선 현황 진단을 하십시오."

기타의 6개 줄과 같은 ESG경영 실천

기타의 6개 줄은 기업에게 1st 인식, 2nd 인정, 3rd 목적, 4th 전략, 5th 실행체계, 6th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첫번째 줄인 "인식"은 ESG경영, 즉 환경경영과 사회가치경영의 중요성을 바르게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자의 요구, 지배구조원의 평가, 납품기업의 요구사항, 법과 규제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어쩔 수 없이 한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는 절대 ESG를 잘 할 수 없다. 우리 회사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제대로 해야한다는 절박함이 있어야 가능하다.

두번째 줄인 "인정"은 우리 회사의 현재 수준에 대한 솔직한 인정이다. 온몸에 오물이 묻어있는 것도 모르고 (또는 알면서도 모른채 하면서) 새 옷을 입고 자랑을 해봐야 냄새는 계속날 수 밖에 없다.

이제까지 묻어두기 바빴던 기업 내 여러가지 환경과 사회적 문제들을 그냥 두고 ESG 경영을 한다고 선언을 하고 ESG 위원회를 만들어봐야 냄새는 계속 진동한다. "인정"은 우리 회사에 오물이 묻어있구나 하는 것을 솔직히 시인하는 일이다.

그리고 오물을 깨끗이 씻어내는 작업을 먼저하고 다시 묻지 않도록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일을 해야한다. 솔직히 이것만 잘해도 정말 좋은 기업이다.

세번째 줄인 "목적"은 비전 및 목표와 연결되어 있다. 우리 회사가 왜, 무엇을 위해 지속가능경영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목적이 제시되어야 한다. 다른 기업들이 다 하니까 뒤쳐질 수 없으니 한다는 정도를 가지고는 뭔들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

지속가능경영이 우리 회사에 어떤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 우리 회사 경영에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결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단과 함께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면 '2040년까지 우리 회사는 RE100을 달성하겠다' 는 식이다.

네번째 줄인 "전략"은 방법을 정하는 것이다. 지속가능경영을 하겠다는 방향이 정해지고 구체적인 목표가 세워졌으니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무엇부터 먼저 어떻게 실행하겠느냐는 계획이 세워져야 한다.

다섯번째 줄인 "실행체계"는 지속가능경영을 실행하기 위한 의사결정 방법과 기업내 각 조직의 역할과 책임, 각 조직간의 협력방법, 실행성과의 평가와 지속적인 개선방법을 말한다. 그리고 실행체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젝트다.

여섯번째 줄은 "자원"이다. 얼마전 한 기업 ESG 실무자의 하소연을 들었다. 회사가 ESG경영을 한다고 비전 선포를 하고 ESG 위원회도 구성을 했는데 예산과 인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사장이 사회공헌 예산에서 얼마를 덜어서 ESG를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ESG를 사회공헌활동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대표는 정말 문제다. 지속가능경영을 하기 위해선 자원이 필요하다. 사장이 요즘 경기가 좋지 않으니 일단 사회공헌 예산을 쪼개서 지속가능보고서나 만들어보라고 했다면 ESG는 해봐야 말짱 도루묵이다.

좋은 곡, 글로벌 가이드 라인들

좋은 공연을 위해선 좋은 연주자와 좋은 악기가 있어야 하지만, 좋은 곡도 있어야 한다. 싱어게인에는 정말 좋은 곡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에서 좋은 곡은 글로벌 가이드 라인들이다. 그 중 실행원칙으로는 ISO26000, 공시 보고 원칙으로는 GRI나 ISSB, 대외적인 목표는 UN SDGs 등을 지속가능경영의 악보로 삼으면 된다.

하지만 악보는 좋은 곡의 시작일 뿐 완성이 아니듯, 글로벌 가이드라인도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시작점일 뿐 전부는 아니다. 글로벌 가이드 라인을 기본으로 삼아 각각의 기업에 맞는 원칙과 체계를 세우는 것이 지속가능경영을 완성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ESG 평가지표를 악보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ESG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지속가능경영을 하는 것은 매우 수준 낮은 단계이며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둘 수 없다.

좋은 공연을 더 풍성한 공연으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협연자와 공연 스텝이 필요하다. 지속가능경영도 개별 기업이 혼자하는 게 아니다. 지속가능경영은 우리 회사에 물건을 납품하는 공급망 기업, 아울러 우리 회사가 물건을 납품하는 기업들과 손을 잡고 한 마음으로 실행하려고 할 때 완성된다.

좋은 공연의 완성은 훌륭한 관객

좋은 공연의 마지막 요소는 연주를 잘 들어주는 관객이다. 기업에게는 고객이다. 고객이 지속가능성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고 지속가능한 소비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기업은 ESG경영을 실행하기 어렵다. 고객이 환경과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과 상품, 서비스를 선택할 때 지속가능경영은 꽃을 피울 수 있다.

3분 40초의 음악공연을 한 번 하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인데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은 얼마나 더 힘들겠는가. 지난 한해 ESG 경영을 한다고 큰소리들을 쳤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내지 못하고 있는 기업이 수두룩한 이유다. 싱어게인에 나간다고 큰소리쳐봐야 그만큼 준비되어있지 않으면 1차 예선도 통과를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 한해가 저물어간다. 지난해 큰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ESG, 지속가능경영을 한번 하긴 해보자" 라는 공감대를 사내에 만들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일을 하긴 했다고 볼 수 있다. 올 한해 잘 마무리하고 새해에는 차근차근 제대로 잘 해 봅시다.

유승권 이노소셜랩 이사(ESG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