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도 결국 돈의 문제...‘착한 기업’으로 엮지 말자
탈탄소경제라는 거대한 파도를 타야하는 생존 행동 비즈니스 기회와 비용절감, 생산성 향상, 규제대응에 효과 좋은 기업,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가는 첩경
ESG 잘 하는 기업을 ‘착한 기업’으로 엮는 것은 어설픈 시도다. ESG는 선한 의도에서 나온 선한 행동이라기 보다는 "탈탄소 경제전환"이라는 거대한 경제 패러다임 변화의 파도를 어쩔 수 없이 타야하는 생존 행동일 따름이다.
육지였던 곳이 바다로 변하면 걷거나 자동차를 타는 게 불가능해 진다. 헤엄을 치거나 배를 타야 살 수 있다. ESG는 육지를 바다로 변하게 하는 거대한 파도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도 올해 연례서한에서 "ESG는 이념적·정치적 의제가 아니라 주주와 회사가 상호 유익한 관계를 추구하기 위한 자본주의의 힘이며 수단"이라고 했다. 즉, ESG는 경영 철학의 문제라기 보다는 돈의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ESG가 뜨기 직전인 2019년 11월 맥킨지를 대표하는 세 명의 컨설턴트 Witold Henisz, Tim Koller, Robin Nuttall 은 ‘ESG가 가치를 창출하는 5가지 방법’이라는 글을 발표했다. 이 글은 ESG가 기업경영에 실질적으로 어떤 전략적 유익을 주는지 설명하고 있다.
1. ESG는 기업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업이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으로 차별화에 성공했을 때 기업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기존 시장을 확장하는데 도움이 된다. 환경과 사회문제가 심각해질 수록 그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가 더 성장하게 되고 그곳에 정부의 지원과 자본이 몰리게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신재생에너지나 자원재생비즈니스, 저소득층 대상의 일자리, 교육, 의료, 복지서비스가 발달하고 있다.
또한 ESG는 일반적인 거래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사회, 환경문제의 심각성이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회, 환경문제를 직접 겪는 소비자들은 그들의 소비행위가 이를를 악화시키는 않는 방향으로 작용하기를 바라는 소비 본능 또는 양심을 갖게 된다. 이들은 당연히 ESG에 진심인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하게 된다.
2. ESG는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온다.
기업이 이익을 높이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매출을 올리거나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ESG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고 매출을 올리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비용을 줄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운수 유통회사가 연료를 적게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전기자동차를 물류에 이용하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비용이 들지만 몇 년이 지나면 훨씬 큰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전기와 물 사용이 많은 호텔이나 리조트회사가 효율이 높은 전기기구나 물 사용이 절약되는 수전으로 교체하면 1년이 지나지 않아 비용 효과를 볼 수 있다.
3. ESG는 법과 규제의 개입을 줄여준다.
환경과 사회문제가 점점 더 심각해질 수록 국제사회와 각국의 정부는 환경과 사회관련 법과 규제를 강화할 수 밖에 없다. 이건 정치적으로 우파냐 좌파냐의 문제가 아니라 안정적인 국가 운영과 경제발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치권력과 상관없이 환경과 사회문제는 정치권의 관심사가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ESG 이슈에 잘 대응하는 기업은 법과 규제의 개입에 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 아울러 법과 규제의 파도를 타고 정부와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사업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4. ESG는 구성원의 생산성을 높여준다.
강력한 ESG 경영은 기업이 우수한 직원을 확보ㆍ유지하고, 목적 의식을 심어 동기를 강화하고, 전반적인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ESG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기업은 목적 의식이 높은 기업으로 인식되어 기업 구성원들이 자신의 직장을 단순히 돈을 버는 곳을 넘어 자기만족을 이루는 곳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는 기업에 대한 자부심과 충성심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반대로 ESG에 무관심한 기업이나 형식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은 구성원들이 회사를 단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생산성 저하와 태업이나 파업 등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ESG를 비즈니스 가치사슬 전체에 강력하게 작동하게 하는 기업은 자신의 기업 뿐만 아니라 협력기업들의 생산성까지도 향상시킬 수 있다.
5. ESG는 투자 및 자산의 최적화를 가능하게 한다.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디지털 사회가 아날로그 사회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즉 거스를 수 없는 사실이다. 이것을 인정하고 탄소중심자산(좌초자산)을 빠르게 탈탄소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이 기업의 자산가치를 높이는 지혜로운 방법이다.
글로벌 대기업과 투자회사들은 이미 탈탄소로 자산전환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으며 탈탄소자산 규모가 커지면 커질 수록 탄소중심자산의 가치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이상이 맥킨지가 제시한 'ESG의 전략적 가치 5'다.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태고 싶다.
6. ESG는 좋은 기업,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어 준다.
ESG는 기업을 재무적으로 건강하고 비재무적으로 건전한 '좋은 기업,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만들어 준다. 맥킨지에서 분석한 것과 같이 ESG는 기업의 매출과 비용 양쪽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재무적 성과를 높여준다. 즉 물리적으로 건강한 기업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ESG는 기업의 구성원 모두에게 목적의식을 갖게 함으로써 정신적으로 건전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한다.
미국의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는 물리적(재무적)으로 건강하고 정신적(비재무적)으로 건전한 기업을 '좋은 기업'이라고 불렀다. 영국의 언론인이자 경영가인 존 엘킹턴은 이런 회사를 '지속가능한 기업'이라고 했다.
ESG를 가져다가 두리뭉실하게 "착한 기업"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ESG를 두리뭉실하게 만들 따름이다. 기업이 ESG 경영을 잘하게 하는데 '착한 기업'이라는 표현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ESG의 전략적 효용성은 앞으로 보다 정확하고 예리하게 분석되고 다듬어져야한다. 그래야 기업들이 ESG를 제대로 열심히 잘 할 것이다. ESG는 홍보 도구가 아닌 기업의 성장과 지속을 위한 전략 도구로 이해되고 사용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