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는 우등생인데...롯데 등 아이스크림 5개사, 뒤로는 4년간 담합 '과징금 철퇴'
롯데지주·롯데제과·롯데푸드·빙그레·해태제과식품 가격담합 적발 과징금 5개 기업 지난 해 ESG 평가 A-B 등급 양호...사회적 책임 A+ 받기도
[ESG경제=김민정 기자] 국내 굴지의 빙과류 제조·판매사업자 5곳이 한꺼번에 공정위 철퇴를 맞으면서 ESG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담합 행위로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식품 등 5개 빙과류 제조·판매사업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350억 4500만원을 부과한다고 17일 밝혔다. 국내 식품업체에 대한 과징금 규모로는 지난 2015년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난 라면담합에 대한 과징금을 제외하면 사상 최대규모다.
공정위, 시정명령 및 총 과징금 1350억 부과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식품 등이 차지하고 있는 아이스크림 시장 점유율은 84.7%에 달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약 4년간 가격 담합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빙그레와 롯데푸드의 경우 조사과정에서 불성실한 협조, 법 위반 전력 등을 고려해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롯데지주를 제외한 4개사(담합 기간 중 롯데제과는 롯데지주와 롯데제과로 분할됨)는 2016년 2월 15일∼2019년 10월 1일 아이스크림 판매·납품 가격 및 소매점 거래처 분할 등을 합의하고 실행에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제조 4사는 합의에 반해 경쟁사가 거래 중인 소매점에 낮은 납품가격을 제시하며 자신의 거래처로 전환시키면, 기존 소매점을 경쟁사에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4개 제조사들이 경쟁사의 소매점 거래처를 침탈한 개수는 2016년 719개에서 2017년 87개, 2018년 47개, 2019년 29개로 급감했고 4개 제조사들 간 납품가격 경쟁은 제한됐다.
또 2017년 초에는 4개 제조사들이 납품가격이 내려가는 것을 막기위해 지원율 상한을 소매점 76%, 대리점 80%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해 8월에는 편의점의 마진율을 45% 이하로 낮추는 방식으로 납품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또한 편의점이 실시하는 할인·덤증정(2+1) 판촉행사 대상 아이스크림 품목 수도 3~5개로 축소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공정위는 2007년에도 빙그레, 롯데제과, 롯데삼강, 해태제과식품 등 4개사가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총 45억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관련 업체들은 "업체간 협의는 출혈경쟁 등 만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아이스크림 사업을 정상화하려는 차원이었다"며 행정소송 등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과징금 부과 명령에 따라 빙그레 388억3800만원, 해태제과식품 244억8800만원, 롯데제과 244억6500만원, 롯데푸드 237억4400만원, 롯데지주 235억1000만원 등의 과징금이 각각 부과됐다. 최종 부과 과징금액은 일부 조정될 수 있다.
롯데지주와 롯데제과는 사실상 분할전 롯데제과였기때문에 합치면 623억 4800만원으로 5개사 중 가장 크다. 크라운해태홀딩스의 해태제과식품은 아이스크림 사업부를 빙그레에 매각한 상태라 현재 관련 사업은 하지 않고 있다.
ESG 평가 타격 입을 듯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이들 기업은 지난해 국내외 ESG 평가에서 화려한 점수를 기록했던 것과 달리, 향후 평가에서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2021년 상장기업 ESG 평가 및 등급 공표’에 따르면, 이들 회사들의 ESG 평가 점수는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우선 롯데제과는 환경(E)·사회(S)·지배구조(G) 부문에서 모두 A등급을 받아 통합등급 A를 받았다. 롯데푸드도 지배구조, 환경, 사회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충실히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통합 A등급을 받았다.
롯데지주는 2020년 ESG 등급 평가에서 통합등급 B+를 받았으나, 2021년에는 A를 받았다. 롯데그룹은 올해 10월에 롯데지주를 포함한 상장사 10곳에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또한 ESG 경영 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모든 상장사에 의무화했다.
빙그레는 2019년부터 3개년 연속 통합 A등급을 부여받았다. 세부적으로는 환경 A, 사회적 책임 A+, 지배구조 A를 받았다.
통상 ESG 평가에서 A등급은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상당히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태제과식품은 통합등급 B등급을 받았다. 사회와 지배구조 분야에서 B+ 등급을 받았지만, 환경 부문에서 C등급을 받는데 그쳤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이번 과징금 부과에 대해, "과거 제재에도 불구하고 재차 발생한 담합에 대해 조치했다"며 "먹거리 분야와 생필품 등 국민 생활 밀접분야에서 물가상승 또는 국민 가계 부담을 가중하는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적발 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